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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행복한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부자라는 단어가 책 제목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그만큼 부자에 대한 관심도 커졌겠지만, 예전엔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던 이 단어가, 이젠 당연한 인생 과제이고 돈을 불리 수 있으면서 어떤 이유로든 노력하지 않는 이들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시대라는걸 반영한다고 하겠다. 제윤경의 가계부 시리즈 3번째 책인 이 책은 부자와 행복이라는 단어를 같이 넣음으로써 좀더 독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서러는 노력이 보여진다.
이 책은 우리가 최근 들어 흔히 보는 재테크 관련 책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가계부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의 주 대상 독자층은 어린 자녀를 가진 젊은 부부들로, 큰 목돈을 가지고 있는 퇴직자나 혼자 살며 돈을 모으려는 독신자들에게는 뭔가 나와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떨쳐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돈만 많으면 뭐든지 해결되고 행복해질꺼러는 생각에, 계획 없이 무작정 돈만 모으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책은 시작하는데, 막연히 부자는 행복, 가난은 불행이라는 이분법 신앙에 빠져있는 현대 한국 사회를 다시 바라보는데 좋았다. 그 다음부터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비판하고 젊은 부부들이 준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무계획 예를 들며, 마지막으로 각종 다양한 금융 상품들을 소개하면서 책 내용을 체우고 있다.
과거엔 오래 사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였지만, 이젠 80살 또는 100살까지 오래 살아도 그 동안 살아가는데 필요한 충분한 돈을 먼저 걱정해야 된다고 이 책은 알려주니, 아이러니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건강하고 살아갈 삶이 많아도, 돈이 적으면 무조건 불행할 거라는 진리로 잘못 받아들여질까봐 심히 걱정스럽다.
이 책을 특징으로는 여러 사람들의 상담 내용을 조미료처럼 담고 있다는 점과 어려운 금융 용어들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최근 재테크 관련 책이 수도 없이 나왔다 들어가고, 펀드 상품과 주식투자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고, 가진 돈만 잘 굴려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까봐 두렵다. 자신도 불로소득이라는 마법 지팡이를 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환상 말이다. 부자신드롬에 사로 잡혀 스스로 돈의 사슬에 묶어 살기보다, 사회 정의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많은 소득을 가지는 이들을 사회 제도적으로 견제하고, 스스로는 자신의 소득에 맞추어 만족하며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재테크가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는 주식시장에 몰리는 돈의 투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결국 그 돈을 투자했던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의 목을 조르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글도 예전에 본 기억이 난다. 재테크가 개인적인 행의일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비판의 의식도 가져야함은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