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문화사
정현진 외 지음 / 광문각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가 생겼을 때부터 우리 머리 위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 그것을 가꾸고 꾸미는 것부터 우리의 미의 역사가 시작했다는 소개로 책은 시작한다. 신화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에덴동산의 이브가 옷을 입는 등의 자기 몸을 치장하기 전에 먼저 머리부터 꾸몄을 꺼라는...

이렇듯 이 책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이집트,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 현대까지의 모발 미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머리를 자주 감지는 않아도, 머리 치장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아본다는 것은 앎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물론 여기서 소개된 대상들은 과거의 왕이거나 귀족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의 여유 있는 삶의 많은 시간들을 머리를 가꾸는데 투자했다는 것은, 인간의 또 다른 면을 엿보게 해 주었다.

평소 머리카락은 단순히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이 책을 통해 인류에게서 머리카락은 미적 가치라는 색다른 점을 알 수 있었고, 최근에는 이 책 외에도 다른 동물과 달리 허리까지 자라나고, 그리고 더더욱 다른 몸 부위에 비해 머리에만 집중된 인간의 털이 아름다움을 위해 진화한 것이라는 글도 읽은 적이 있어 더더욱 흥미를 끌만했다.

모발 전문가들이 적었기에 미용에 관한 전문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다양한 삽화들도 많아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재미있던 부분은 프랑스 대혁명 전까지 몇 백년동안 유행을 했던 푸프스 헤어스타일의 내용과 삽화 그림이었다. 이것은 여성의 머리카락을 볼륨 있게 위로 올려 묶는 건데, 그 유행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1미터 더 할 떄는 자기 키보다 더 높게 올리는 등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심했다는 것이다. 그당시 그들은 자신이 왕족 또는 귀족의 여성이라는 것을 만족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여성이 그랬다면 남성에게는 가발 문화가 있었는데, 대머리든 아니든 주렁주렁한 가발들은 다 쓰고 다녔고, 매일 그렇게 쓰다 보니 편하게 쓰기 위해 아예 머리를 대머리로 밀었다는 이야기까지 웃으면 안 되는데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 저자들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서양을 배경으로 적고 있다는 점이다. 아주 가끔 아시아나 아프리카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에 대한 삽화도 전혀 없고 서양처럼 자세하게 다루지도 않았다. 그리고 현대의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담고 있지 않아서 아쉽기도 하였다.

최근 헤어 디자인쪽에 일하시는 분을 알게 되어 이런 책을 찾아보게까지 되었는데, 역시 내가 모르는 분야가 여전히 아주 많다는 것도 느꼈고, 평소 이런 분야에 많은 관심이 없었음에도 흥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놀라웠다.

현대 미용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학대하기까지 한 과거와 달리 이젠 실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모발 미용에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역사를 차지하는 것에는 과학, 정치, 국가 등 교과서에 볼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미의 추구도 인류 역사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음을 깨닮에 되었다. 인종과 신분이 어떠하든, 그리고 어느 시대에 살았든, 관계없이 인간인 이상 거울 또는 연못에 비친 자신을 발견하고 제일 먼저 머리카락을 만지작 꺼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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