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화살의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25
앨프레드 메이슨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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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공정하다고는 보기 힘든 게임, 범인은 누구이고 어떻게 했는지도 쉽게 짐작이 가지만 끝까지 읽어도 동기를 찾기는 힘들다. 추리 소설의 요소는 아노와 용의자들 간의 심리전 뿐.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연애담을 연상케 하는 낭만적 분위기. 거액을 상속받는 어딘지 불안한 아가씨와 그 친구, 겁 많은 협박자와 공범(?)들 사이에서, 왓슨 역을 맡은 젊은 미남 플로비셔는 능구렁이 9마리를 고아 먹은 듯한 탐정, 아노와 함께 전모를 파헤친다 --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하는 한 편의 모험담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 트릭의 대담함이 주는 아슬아슬한 맛이 괜찮다. 보통의 소설에서 냉혹한 살인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치밀하게 실행하는데, 이 사건의 트릭에는 임기응변이 있어서 특이함.

덧 : 그러나, 노틀담 성당 건물을 착각한 플로비셔의 삽질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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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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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집을 받아보았을 때, 시드니 파젯, 프랭크 와일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넘겨 보았을 때, 그리고 예전 동서판에서 볼 수 없었던 단편들도 함께, 빠짐없이 실려 있는 것에 감격했습니다. 장편 4권은 두께도 그렇고 좀 들쭉날쭉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단편집은 훌륭하더군요. 충실한 주석을 통해 19세기말 유럽 전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두터운 검정색 하드커버(?)의 중량감이 장르소설이라기보다 문학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번역은 지나치게 풀어 쓴 탓에, 원문에 비해 박력이나 함축적인 맛이 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무난한 편입니다. 명백한 오역들을 수정해 개정판을 낸다면 완전판으로서 전설이 될 수도 있는 기획임에는 분명합니다. 재판이 나온다니 한번 기대를 해 봅니다.

홈즈 시리즈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른 번역판을 구하기보다는 도일의 원문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달간 원문과 씨름하면서 유려한 문체와 성격 묘사,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거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작가가 장르문학이란 터울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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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수 동서 미스터리 북스 6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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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단편 목록과 해설에 언급된 목록이 다른 것은 두가지로 해석된다. 원래 구판에 있었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지만 - 아마도 네크로노미콘을'사령비법'이라고 해석한 것을 감안하면 재판인 것 같다. 무협지스럽지 않은가? - 초판에 수록된 것들 중 몇 개를 빼버리고 출간했든가, 아니면 뺀 대신 다른 단편을 번역, 끼워넣었든가. 저작권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출판사에서 러브크래프트의 몇몇 작품들을 번역해 내고 있으니까. (아직 못읽어봤음을 고백함)

어쨌든 해설에서는 '던윗치의 괴물' 이 언급되고 있는데, 없다. 수록된 이야기는 '인스마우스의 그림자' '벽속의 쥐' '어둠속의 속삭임' '크투르프가 부르는 소리' 이 네 개의 단편(?)이다. 단편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는 이것들이 공포의 탈을 쓴 SF 대하 역사물이기 때문이다. :) 인류의 존재 이전부터 존속한 초자연 혹은 불가사의한 외계 문명에 대한 심상이 너무나 장대해서,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독자도 그 분위기에 짓눌려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근데 대부분 재미있지는 않다. '어둠속의 속삭임' 만한 게 없었다. 워낙 작가가 다루는 놈이 장난 아닌 것들이라, 조금이라도 몰입에 방해를 받으면 애써 머릿속에 그려가며 실체를 잡으려던 온갖 괴물들이 뇌리의 저편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진도가 매우 안 나갔던 것이다. 그나마 '어둠...'의 경우는 SF의 틀에 가깝게 서술되고 있어서 읽기 편하다. 아주 훌륭한 SF이다. [Invasion of the BodySnatcher] 같은 저예산 걸작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지만 말이다.

RPG 시스템 중에 [콜 오브 크툴루] 인가 하는 것이 있는데,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접하면서 horror 와 싸우지만 그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insanity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꽤 독특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러브크래프트 대인의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그의 연작들 자체가 일관된 world위에 놓인 1인칭 인물의 연구 혹은 모험을 그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RPG 게임 시스템에 그런 종류가 존재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이 게임도 절판되어 룰북조차 구하는 게 힘들다는 ... -_-;; 그의 문학은 진짜 비주류이다. 호러가 일반화된 오늘날, 21세기에서도 특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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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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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시리즈를 내맘대로 골라 보기 시작하면서, 희귀본을 먼저 선택하자는 기준으로 출발해 영화로 나왔거나 예전 해문 등등에서 읽었든가 읽을뻔했던(?) 것을 제외하다 보니 이 책도 관심사에서 제외되었었다. 내가 그 결정을 후회한 것은 주말에 그 책을 사겠노라고 벼르고 있던 친구가 이 책을 들고 찾아왔을 때였다. (아마도 전에 빌려 줬던 <화형법정>에 대한 답례였다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아니라면 이런 재미있는 소설을, 가격을 이유로 평생 접하지 않고 살아가야만 했을 테니까.

일단 두께의 압박이 상당하다. 600페이지 이상 넘어가는 동서 시리즈는 아직까지 <월장석> 뿐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렇다. 처음 책의 외모를 봤을 때 '이걸 언제 다 읽어?'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을 정도이다.

허나 막상 독서를 작정하고 시작하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 '나'가 부자 아줌마의 Companion으로 있다가 한 영국 귀족을 만나고, 여차저차 해서 결혼을 하고 영국에 정착 뭐 이런 사건들을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면 문득 1/3을 지난 것을 깨닫게 된다. 쉽게 읽히고, 흥미진진하며, 읽다 보면 화자인 '나'의 감정에 휘둘려 눈시울을 글썽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간단히 평하면 스릴러의 줄거리를 가진 로맨스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특히 초기에 막심이 '나'에게 청혼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읽어본 소설 중 가장 우울하면서도 로맨틱한 연애 장면이다. 비극이 얽힌 로맨스를 그리면서도 격조 높은 문체를 유지하는 점은 미스터리라기보다 본격 소설에 가깝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미스터리와 비극의 원인이 막심과 전처 레베카의 심리적 갈등이라는 사실도 그런 느낌을 강화시켜 준다.

남자분들보다 여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복선을 찾느라 머리 아프지도 않고, 뒤 모리에 여사의 '여인의 입장'에서의 입담도 그렇고, 요즘 같은 더위에 읽으면 딱 좋을 얘기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몇번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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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부르의 저주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6
랜달 개릿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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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판이 나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만 저처럼 구판을 가진 사람은 구판 + 단편 하나 이런 식으로 기획된 출판물을 보면 마음속으로 엄청난 갈등을 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번역자의 이름도 같으면, 한 편의 단편을 더 읽기 위해 같은 내용의 책을 구매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그 점이 별이 하나 깎이는 요소일 뿐, 이번에 신판으로 처음 접하실 분들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SF, 추리 모두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에게 추천. 대체 역사물의 세계관에 스팀 펑크의 분위기와 셜로키언 미스테리를 추가한 훌륭한 복합 장르의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그레고리 키스의 '철학자의 돌'보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비슷한 장르입니다만 프랭클린보다 Lord Darcy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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