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전집을 받아보았을 때, 시드니 파젯, 프랭크 와일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넘겨 보았을 때, 그리고 예전 동서판에서 볼 수 없었던 단편들도 함께, 빠짐없이 실려 있는 것에 감격했습니다. 장편 4권은 두께도 그렇고 좀 들쭉날쭉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단편집은 훌륭하더군요. 충실한 주석을 통해 19세기말 유럽 전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두터운 검정색 하드커버(?)의 중량감이 장르소설이라기보다 문학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번역은 지나치게 풀어 쓴 탓에, 원문에 비해 박력이나 함축적인 맛이 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무난한 편입니다. 명백한 오역들을 수정해 개정판을 낸다면 완전판으로서 전설이 될 수도 있는 기획임에는 분명합니다. 재판이 나온다니 한번 기대를 해 봅니다.홈즈 시리즈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른 번역판을 구하기보다는 도일의 원문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달간 원문과 씨름하면서 유려한 문체와 성격 묘사,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거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작가가 장르문학이란 터울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