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수록된 단편 목록과 해설에 언급된 목록이 다른 것은 두가지로 해석된다. 원래 구판에 있었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지만 - 아마도 네크로노미콘을'사령비법'이라고 해석한 것을 감안하면 재판인 것 같다. 무협지스럽지 않은가? - 초판에 수록된 것들 중 몇 개를 빼버리고 출간했든가, 아니면 뺀 대신 다른 단편을 번역, 끼워넣었든가. 저작권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출판사에서 러브크래프트의 몇몇 작품들을 번역해 내고 있으니까. (아직 못읽어봤음을 고백함) 어쨌든 해설에서는 '던윗치의 괴물' 이 언급되고 있는데, 없다. 수록된 이야기는 '인스마우스의 그림자' '벽속의 쥐' '어둠속의 속삭임' '크투르프가 부르는 소리' 이 네 개의 단편(?)이다. 단편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는 이것들이 공포의 탈을 쓴 SF 대하 역사물이기 때문이다. :) 인류의 존재 이전부터 존속한 초자연 혹은 불가사의한 외계 문명에 대한 심상이 너무나 장대해서,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독자도 그 분위기에 짓눌려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근데 대부분 재미있지는 않다. '어둠속의 속삭임' 만한 게 없었다. 워낙 작가가 다루는 놈이 장난 아닌 것들이라, 조금이라도 몰입에 방해를 받으면 애써 머릿속에 그려가며 실체를 잡으려던 온갖 괴물들이 뇌리의 저편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진도가 매우 안 나갔던 것이다. 그나마 '어둠...'의 경우는 SF의 틀에 가깝게 서술되고 있어서 읽기 편하다. 아주 훌륭한 SF이다. [Invasion of the BodySnatcher] 같은 저예산 걸작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지만 말이다. RPG 시스템 중에 [콜 오브 크툴루] 인가 하는 것이 있는데,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접하면서 horror 와 싸우지만 그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insanity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꽤 독특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러브크래프트 대인의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그의 연작들 자체가 일관된 world위에 놓인 1인칭 인물의 연구 혹은 모험을 그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RPG 게임 시스템에 그런 종류가 존재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이 게임도 절판되어 룰북조차 구하는 게 힘들다는 ... -_-;; 그의 문학은 진짜 비주류이다. 호러가 일반화된 오늘날, 21세기에서도 특이하게 느껴질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