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공정하다고는 보기 힘든 게임, 범인은 누구이고 어떻게 했는지도 쉽게 짐작이 가지만 끝까지 읽어도 동기를 찾기는 힘들다. 추리 소설의 요소는 아노와 용의자들 간의 심리전 뿐.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연애담을 연상케 하는 낭만적 분위기. 거액을 상속받는 어딘지 불안한 아가씨와 그 친구, 겁 많은 협박자와 공범(?)들 사이에서, 왓슨 역을 맡은 젊은 미남 플로비셔는 능구렁이 9마리를 고아 먹은 듯한 탐정, 아노와 함께 전모를 파헤친다 --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하는 한 편의 모험담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 트릭의 대담함이 주는 아슬아슬한 맛이 괜찮다. 보통의 소설에서 냉혹한 살인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치밀하게 실행하는데, 이 사건의 트릭에는 임기응변이 있어서 특이함.덧 : 그러나, 노틀담 성당 건물을 착각한 플로비셔의 삽질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