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 박노자의 한국적 근대 만들기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황우석 때도 그랬고 이번 <디워> 때도 그랬지만, 이따금씩 발휘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가주의는 그 뿌리가 참 깊어 보인다.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데,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가주의의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렇지 않다면 박정희 치하에서 벗어난지 이십여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느냔 말이다.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는 박노자의 책은 우리나라의 국가주의가 박정희 때 시작된 게 아니라 근대 초, 그러니까 세계 열강이 우리나라를 먹으려고 싸움질을 하던 그 시절부터라고 말한다. 우리가 과거를 알아야 하는 건 바로 이런 연유에서고, 근.현대를 대충 건너뛴 국사책을 배웠던 나같은 사람에겐 이런 책들이 또 다른 스승이었다.
박노자의 다른 책들처럼 이 책도 날 많은 배움과 성찰로 이끌며, 특히 한국 기독교의 엄청난 배타주의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자세히 알려준다. 고구려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내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데,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구려가 우리나라의 하나지만, 그게 늘 그랬던 건 아니란다. 삼국이 치열하게 싸우던 시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고구려는 별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고구려가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우리의 힘이 약했던 개화기에 계몽주의자들이 고구려의 대중국 항쟁사를 집중 조명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고보면 세상일에 절대적인 진리란 게 과연 있을까 싶지만 말이다.
가끔씩 그가 외치는 정의와 비폭력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긴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힘의 논리에 경도된 현실을 생각하면 그의 존재는 참으로 귀하다. 책을 덮으며 진정한 좌파 자유주의자 박노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