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가운데 가족만이 엄청난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모든 게 엄청나다. 본래의 것, 즉 물질의 핵심은 그 자체로 이야기할 수 없으며, 중심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모든 사랑의 시작》에 대한 비판에서 말하는 이야기하기란, 추측건대 무언가를 지어내는 일을 뜻하리라. 하지만 무언가를 지어낸다는 건 나에게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현실로 들어가려는 게 아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하나뿐인 불가해한 현실로 들어가고자 하고, 내가 현실을 이해할 수 없음을 쓰고자 하고, 현실이 대체로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 P124

오늘날 나는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이 문장은 나의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다고. 나의 글쓰기와 관련이 있다고. 나는 이런저런 일이 끝났을 때, 그것이 끝나리라는 걸 내가 알 때, 그것에 관해 글을 쓰기가 더 수월하다. 마지막이란 지금 이대로 좋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어찌어찌 하나의 끝에 도달했다는 뜻일 뿐이다. 이 끝에서 일이 새로 일어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름 별장, 그 후》에서 나는 행복은 늘 그 이전의 순간이라고 썼다. 오늘날이라면 나는 이렇게 쓸 것이다. 행복이란 늘 그 이후의 순간이라고. 당신이 소위 행복을 이겨 내고, 행복을 무사히 모면하고,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 깨닫고 행복을 다시 잃어버리고, 놓아주고 던져 버린 순간. 이것이 마지막이다. 혹은 달리 표현하면, 이것이 내가 글을 쓰며 도달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분명코, 그 이전이든 그 이후든 결국 그냥 똑같다. -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