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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노인 - 평생 단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정해진 미래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홍성민 옮김, 김정현 감수 / 청림출판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겨울이
되니 뉴스를 통해 사회의 소외계층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한국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수십해
전부터 나왔다. 결국 2017년 한국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이제 십여년이 지나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약 14%로, 2017년 8월말,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고령자 인구는 약700만 명이다. ··· 일본처럼 경제 불황
등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 역시 결혼과 출산을 꺼려해 저출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가족이 노인을 돌보는 일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곁에 가족이
있든, 없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과로노인》은 일본의 실태를 설명하면서 고령기 혹은 죽기 직전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을 보여준다. 일본은 노인 인구의 빠른 증가에 따라 정년이 길어졌고 다양한 정책을 통한
재고용으로 70세가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도 노후가 불안하다.(8~9쪽)
《과로노인》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는
전작인 《2020 하류노인이 온다》를 통해 고령자 빈곤문제에 대해 제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과로노인》에서는
일본의 고령자 현황을 근거로 그 현상과 대책에 대해 고민된 자료라 볼 수 있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비단 우리의 현상과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우리도 곧 일본과 같은 고령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은 자명하다. 고령자 빈곤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일본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가난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상류인생을 살기보다는 하류인생을 살아간다. 특히나 저자가 명명한
하류노인의 정의처럼 빈곤을 강요받는 노인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하류노인이란 연금 수급액과 저축액이 적고 질병 및 사고
등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빈곤 생활을 강요받는 노인을 말한다.
하류노인에게는
세 가지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입이 거의 없고, 저축해둔 충분한 돈이 없으며,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고령자는
자력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생활보호제도 등의 사회 안전망에서도 제외된다. 그래서 질병과 사고, 가족 문제나 간병 문제,
나아가 범죄와 같은 여러 위험 요인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26쪽)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고령자가 되어도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에서 주는 연금으로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앞으로 계속
수급이 될지도 의문이다.
'사회보장이 정비되지 않은 나라일수록 고령자의 취업률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중략) 프랑스나 독일, 영국의 고령자 취업률이 낮은 이유는 연금제도와 주택, 의료간병 등 각종 공적 서비스가 잘
갖추어져 고령자가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서이다.
일본 고령자의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일할 의욕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92~93쪽)
고령자
문제의 대책으로 증세를 제안한다. 증세로 공적 서비스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경기 대책은 세금으로 사람들의 '안심'을 보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은데, 그 배경에는 '자산을 늘리고 싶다'라는 욕구보다 '저금으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싶다'라는 불안감이 있다. 개인 자산의 역할이
생활의 위험 분산인 한, 조금이라도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에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 저축을 늘리느냐, 증세로 공적
서비스를 늘리느냐는 '누가 돈을 관리해 우리의 생활을 보장하느냐'라는 문제다. 즉 저축이 늘었다고 해서 개인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다.(190쪽)
허나
증세를 하자는 제안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반대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또한 자신이 납부한 세금만큼 돌려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는 한 조세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이에 세금의 베스트믹스(여러 수단을 조합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얻는 것)를 제안한다.
"세금의
베스트믹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세 간 공평'입니다. 예를 들어 1997년에 소비세를 5% 증세했을 때 당초 재무성은 소비세
하나만 밀고 나갔는데 최종적으로는 소득세의 최고세율과 상속세도 같이 인상했습니다. 이로써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부자에게 좀 더 부담을 지게
한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것이죠. 소득세율을 인상한 정책으로 소비세의 인상폭이 줄었다고도 할 수 있고, 시점을 바꾸면 '그 반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증세를 할 때 몇 가지 세금을 묶어 거두면 조세 간 '부담의 공평성'이 생겨 '어째서 나만'이라는 불만을 완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208쪽)
또한
기존 정치 방식의 전환도 요구한다.
"정치에
의한 간섭을 최소한으로 하고 개인 부담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시장 원리'라면, '필요 원리'는 저소득자부터 고소득자까지 전원이 부담을
나눔으로써,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누린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성장에 의한 '구제형'에서 필요에 따른 '공존형'으로 재분배
방법에 대한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격차 시정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재분배 모델은 원칙적으로 '누진과세'형태였다. 소득이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징수해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공적 서비스를 지급한다. 즉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를 돕는다. 바로 '구제형 재분배'다.
그러나 구제형 모델은 경제성장이 둔화한 사회에서는 국민에게 큰 부담을
느끼게 한다.
(중략)
필요 원리에 의한 재분배에서는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부담 세율과 서비스 공급량을 선별하지 않는다.
저소득자든 고소득자든 전원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담함으로써 모두가 교육과 의료, 개호, 복지 같은 공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217~219쪽)
저자는
결론적으로 하류노인이 되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류노인을 만들지 않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노년
빈곤이 자기책임으로 전가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탈상품화' 사회를 제안한다.
'상품을
단순히 상품으로서 개인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 자본으로 사회 전체가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공유한다.' 이것이 탈상품화 사회의 기본
구상이다. (242쪽)
젊은 시절 다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국민의 의무를 다했고, 노년의 삶은 나라가 보장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걸 보장해 주지 않는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의 모델처럼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가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고령자 문제에 대한
방법에 무척 동의한다.
아직 중·장년으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야 할 나이지만, 벌써부터 노년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대학을 고민하고. 중학교를 입학하며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노인 빈곤 문제는 고령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국가의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과로노인》을 반드시 읽으며 반면교사할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