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2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십자군의 원정로를 따라가는 시간여행 한빛비즈 교양툰 11
파니 마들린 지음,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수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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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middle ages)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서부터(476년)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기까지의(1453년) 기간. 대략 A.D.5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는 1,000여 년의 시기를 가리킨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은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으로 촉발되었으며, 그 후 게르만 민족이 세운 프랑크 왕국이 서로마 제국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 세계의 정치적 중심은 알프스 산맥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중세는 910년 프랑스에 세워진 클루니(Caluny) 수도원에서 교회 부패 세속화 개혁하는 운동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300여 개로 불어난 클루니 분원 수도원은 세속 군주권에 대항하는 일대 세력을 형성하고 10-11세기에는 교회의 개혁운동을 이끌어내었다. 11세기 말 교황 그레고리 7세(Gregory Ⅶ, 1073-1085년 재위)는 이 운동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여 성직 매매와 성직자 결혼 등의 금지를 선포하고 그동안 세속 군주가 장악하던 성직자 임면권(任免權)을 박탈하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였다.

이에 대한 반발로 신성 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Heinrich Ⅳ, 1056-1106년 재위)와의 사이에 벌어진 '카놋사(Canossa) 굴욕 사건'은 유명하다. 이와 더불어 이 시기에 나타난 또 하나의 사건이 십자군 원정(Crusades)이다.

1095년 클레르몽(Clermont) 종교회의에서 결정된 십자군 원정은 이후 7차에 걸쳐 200여 년간 지속되었고, 이것은 중세 유럽의 정치·사회·문화·종교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십자군 원정을 기준으로 중세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중세에 대한 우리의 환상

서양 중세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건 소설 속의 모습이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마녀, 용, 십자군, 수도사, 영주, 왕 같은 키워드들이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유명한 작품인 《왕좌의 게임》이 이런 키워드들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이런 건 중세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다. 앞서 중세에 대한 내용에서 보듯이 중세는 왕권과 교회의 권력의 분리가 발생한 시기였다. 또한 봉건제도의 붕괴가 일어난 시기기도 하다.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중세 1, 2

『중세 1』에서는 10세기와 11세기의 왕, 수도사, 기사, 농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고대 이래로 교회가 가장 큰 개혁을 단행하였고, 수도원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중세의 생활상을 보면 현재와는 삶의 질은 다르겠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은 지극히 안정적인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중세 2』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이 12세기와 13세기 성지순례를 체험하는 여행길에 올라 십자군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의 생활환경과 신앙을 보여준다.

중세의 가장 큰 이슈는 십자군 전쟁이다. 전쟁이란 것이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특히나 십자군 전쟁은 종교 전쟁이었고 이슬람교를 무력화 하기 위한 원정이었다. 전쟁은 물자를 소모시키는 반면 이로 인해 문물의 교류가 발생하는 중요한 계기다.

천 년도 더 지난 그 시기를 다시 보게 되는 건 역사는 반복되는 점이 있기 때문일 거다. 딱딱한 역사서를 탈피하고 싶다면 만화로 접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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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1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암흑의 시대 중세를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10
플로리앙 마젤 지음, 뱅상 소렐 그림, 이하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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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middle ages)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서부터(476년)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기까지의(1453년) 기간. 대략 A.D.5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는 1,000여 년의 시기를 가리킨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은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으로 촉발되었으며, 그 후 게르만 민족이 세운 프랑크 왕국이 서로마 제국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 세계의 정치적 중심은 알프스 산맥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중세는 910년 프랑스에 세워진 클루니(Caluny) 수도원에서 교회 부패 세속화 개혁하는 운동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300여 개로 불어난 클루니 분원 수도원은 세속 군주권에 대항하는 일대 세력을 형성하고 10-11세기에는 교회의 개혁운동을 이끌어내었다. 11세기 말 교황 그레고리 7세(Gregory Ⅶ, 1073-1085년 재위)는 이 운동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여 성직 매매와 성직자 결혼 등의 금지를 선포하고 그동안 세속 군주가 장악하던 성직자 임면권(任免權)을 박탈하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였다.

이에 대한 반발로 신성 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Heinrich Ⅳ, 1056-1106년 재위)와의 사이에 벌어진 '카놋사(Canossa) 굴욕 사건'은 유명하다. 이와 더불어 이 시기에 나타난 또 하나의 사건이 십자군 원정(Crusades)이다.

1095년 클레르몽(Clermont) 종교회의에서 결정된 십자군 원정은 이후 7차에 걸쳐 200여 년간 지속되었고, 이것은 중세 유럽의 정치·사회·문화·종교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십자군 원정을 기준으로 중세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중세에 대한 우리의 환상

서양 중세라고 하면 우리가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건 소설 속의 모습이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마녀, 용, 십자군, 수도사, 영주, 왕 같은 키워드들이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유명한 작품인 《왕좌의 게임》이 이런 키워드들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이런 건 중세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다. 앞서 중세에 대한 내용에서 보듯이 중세는 왕권과 교회의 권력의 분리가 발생한 시기였다. 또한 봉건제도의 붕괴가 일어난 시기기도 하다.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중세 1, 2

『중세 1』에서는 10세기와 11세기의 왕, 수도사, 기사, 농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고대 이래로 교회가 가장 큰 개혁을 단행하였고, 수도원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중세의 생활상을 보면 현재와는 삶의 질은 다르겠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은 지극히 안정적인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중세 2』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이 12세기와 13세기 성지순례를 체험하는 여행길에 올라 십자군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의 생활환경과 신앙을 보여준다.

중세의 가장 큰 이슈는 십자군 전쟁이다. 전쟁이란 것이 지금도 그렇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특히나 십자군 전쟁은 종교 전쟁이었고 이슬람교를 무력화 하기 위한 원정이었다. 전쟁은 물자를 소모시키는 반면 이로 인해 문물의 교류가 발생하는 중요한 계기다.

천 년도 더 지난 그 시기를 다시 보게 되는 건 역사는 반복되는 점이 있기 때문일 거다. 딱딱한 역사서를 탈피하고 싶다면 만화로 접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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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도쿄에서 서울의 미래를 보았다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임상균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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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닮은 꼴의 한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 그래프를 겹쳐놓으면 그래프 모양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20년의 차이가 날 뿐이다. 일본이 앞선다. 그러니 일본에서 번성하는 비즈니스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국의 산업은 일본에 배워서 시작했다. 경영시스템이나 관리 체제도 일본 기업을 많이 벤치마킹했다. 한국 대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선단식 경영도 일본 '재벌' 시스템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한국의 모습은 일본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그것이 원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개인화, 작은 소비

한국은 장기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경제, 사회, 문화 면에서 무섭도록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상장기업까지 된 중고품 판매점, 만물상이 되어가는 편의점, 규제가 많아지자 뭉치는 쪽을 택한 푸드트럭, 죽음 후까지 준비하는 실버산업을 보면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이 책이 출간된 건 2016년이다. 지금부터 5년 전이니 벌써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어야 하겠지만 소개된 일본 비즈니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열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다소 환경이 변화된 점이 고려되어야겠지만 이미 시작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는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가 반영된 사업들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마치콘, 실버산업 등)이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활성화 되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은 독자가 알아서 걸러 이해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개인화, 작은 소비라는 큰 틀의 모습은 우리나라도 맞이할 모습임은 틀림없다.


타산지석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일본을 좇기 바빴다. 이제는 많은 산업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리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아진 건 아니다. 아직도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큰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보유한 장인정신에 기초한 기술들은 세월이 흘러도 본받을 점이라 하겠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수식어로 얽힌 한국과 일본은 닮은 듯하면서도 서로를 적대하는 관계의 나라다. 세계 어느 나라나 인접국은 어쩔 수 없는 화친과 적대라는 애증의 관계인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은 이미 일본에서 겪었고 또한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도 일본이 겪은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그들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를 건 아니겠지만 분명 보고 배워야 할 점들은 있다. 지역 공동화나 신도시 개발과 같은 부동산 문제들은 꼭 참고했으면 한다. 이미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다를 거라는 안이한 생각은 불 속에 뛰어드는 나방과 다를 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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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시미즈 켄 지음, 박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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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

2017년 일본 암 연구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 남성은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62%이고, 여성은 47%라고 한다. 한국도 2018년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 83세까지 암에 걸릴 확률은 37.4%로 남자는 39.8%, 여자는 34.2%라 한다. 완치 가능성이 커졌어도 암은 완전히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망 원인 1위는 암(癌)이다.

암 진단 이후 우울 상태에 빠지는 환자의 비율이 5명 중 1명이고, 암 진단 후 1년 이내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24배 높다고 한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 역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이 수반된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암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정신종양학' 전문의이다. 매년 200명 남짓의 환자를 만나고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한다. 갑자기 암 진단을 받고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닫는 일은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상실감과 마주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환자들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고대 로마의 경구 중에 살면서 한 번쯤은 들었음직한 말이 있다. 이 책에도 실려있는 메멘토 모리(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가 그것이다. 젊은 시절, 특히 청소년이나 갓 성인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는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란 생각에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뜻한 대로 삶이 풀리지 않으면 '왜 살아야 하나?'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만 죽어라 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차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기 시작할 때부터는 하루가 짧다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사실 하루가 짧다고 느끼는 건 뇌과학에서는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뇌가 이미 학습한 내용들은 새롭게 학습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기억하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적 오차라고 본다는 것이다). 뇌는 그렇게 느낄지라도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다만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도 더해갈 뿐 아니라 조금씩 남아 있는 생의 기간이 짧아진다는 걸 문득 느끼는 순간이 오면서 하루 스물네 시간이란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암 환자들 역시 그러했다고 본다. 건강할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살지만 막상 시한부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부터는 남은 시간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간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결국 죽음이라는 생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도 메멘토 모리를 자주 되뇐다.


죽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언급한다. 첫째,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다. 둘째,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다. 셋째, 내가 소멸한다는 공포다. 이 세 가지 이유에 지극히 동의한다. 죽음을 반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고대 중국의 진시황도 불로초를 구하라고 할 만큼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은 인간은 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도 고민하여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죽음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해 후회되지 않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혹은 일주일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흘러가는 매초, 매분, 매시를 허투루 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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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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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19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2020년 전 세계를 휩쓸었다. 2021년 현재까지도 그 위력은 진정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바이러스를 '코로나19(COVID-19)'으로 명명했다. 전염병의 세계적 창궐은 '팬데믹(pandemic)'이란 굳이 알지 않아도 될 단어를 알게 해주었다.

2020년 수많은 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코로나19 이후를 예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존속할 수 있을 테고, 설사 우리가 이것을 박멸한다고 해도 장차 다른 질병이 창궐하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이제 우리는 '팬데믹 이후(post-pandemic)'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여러 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빨리 감기' 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빨리 감기'하면, 그 안의 사건들이 더는 자연스럽게 진척되지 않고, 그 결과는 파괴적일 수 있고 심한 경우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그마한 부품 하나가 고장 나고 그 부하가 다른 부품으로 이전되어 그것까지 고장 나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잔물결 하나가 요란한 파도로 둔갑하듯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것을 '종속 고장(cascading failure)'이라 부른다. 10년에 한 번꼴로 갑작스럽고 어마어마한 전염병의 창궐은 온 세상을 연쇄효과로 우리를 묶어두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더 생길 것이다. 의식적인 계획의 산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롯이 우발적인 것도 아니다. 닥쳐올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제대로 보려면 우리는 그 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가지 제언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의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팬데믹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합의안 10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안전밸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박쥐, 사향고양이, 천산갑과 같은 야생동물로 인한 역병의 창궐을 우려하며 불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육류 소비를 줄인 좀 더 건강한 식습관을 권장한다. 무엇보다 모든 나라가 강력한 공공 보건 체제를 갖추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협력하길 권한다.

둘째,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미국 주도의 대응을 우려한다. 되레 이번 팬데믹에 훌륭하게 대처한 나라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적용한 나라였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다른 모든 나라를 앞설지 모르지만, 보통 미국 사람의 삶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나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조금씩 뒤떨어질 것이라 말한다. 세계는 수십 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했다. 그러나 이젠 미국이 세계로부터 배워야 할 차례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배워야 할 과제는 정부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훌륭한 정부란 무엇이냐를 배워야 한다.

셋째,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로 이루어진 활짝 열린 세상은 무섭다. 한 가지 해결책은 그런 세상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를 봉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신흥국들이 성장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술의 진보를 방해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팬데믹에 대한 공포와 보호주의 같은 새로운 추세는 인구 감소라든지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mation)' 같은 더 깊숙한 구조적 변화를 악화시킬 것이다.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당분간 성장이 계속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규제를 목표에 맞추어 적절하게 조절하기만 한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과세 정책도 그 혜택이 노동자들에게 더 돌아가고 자본가들에겐 덜 돌아가도록 조정할 수 있을 터이다. 과학과 기술에 큰 투자를 하고, 관료주의적 행정 절차를 최소화하고 최상의 교육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정부 계획의 재편성과 조화를 이루면서 실행해야 한다.

넷째,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전문가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세계는 굉장히 복잡해졌다. 우리는 정문가가 덜 필요하기는커녕 더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일종의 엘리트가 될 수밖에 없고, 보유한 지식으로 인해 권위와 권력을 차지하는 집단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엘리트들도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욕구를 항상 염두해 둘 것인가에 대하여 궁리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민주주의에서는 결국 사람들의 희망이야말로 권위를 부여하는 궁극의 원천이니까.

다섯째, 〈삶은 디지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기술혁명이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디지털 라이프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진짜 세계의 형편없는 복제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생산성은 개선되어 우리 모두를 도와줄 더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생체공학 혁명을 둘러싼 여러 규칙을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너무나 많은 것을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고 끝내는 컴퓨터를 친구로 생각하며 그들 없이는 아무런 기능도 수행할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계가 데이터 계산과 해답 제시에 더 스마트해질수록, 추론 능력을 넘어서서 우리가 독특하게 인간적인 점은 무엇인지 더욱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디지털 라이프를 향한 움직임은 폭넓고 빠르고 생생하다. 그러나 그것의 가장 심오한 결과는 어쩌면 우리가 우리 내면의 가장 인간적인 것을 보듬어 아끼도록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여섯째,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행복과 의미의 원천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은 첫 페이지에서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속성을 지녔다고 선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오로지 도시에서만 만족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서 형태가 갖추어지는바, 인간을 충분히 완성된 성인으로 키우는 데 가장 좋은 환경이 바로 도시라는 얘기다. 인간은 도시를 창조하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재앙과 맞닥뜨리고도 우리의 도시가 성정하고 견디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참여와 협동과 경쟁에 이끌리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곱째,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터〉. 전염병이 만들어 낸 가장 현저한 불평등은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 사이에 드러난다. 우리가 (가능성이 매우 큰 일이지만) 또 다른 팬데믹과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등의 본질적인 형태여야 한다. 불평등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이고 도덕적인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여덟째,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의 세계화의 깊은 흐름은 그것을 과거의 버전과 상당히 다르게 만들고 있다. 투자는 세계 전역을 아우르며 흐른다. 한 무리의 국가들이 제조한 상품들이 다른 무리의 국가들에서 홍보되고 판매되고 서비스된다. 정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를 휘감는다. 세계 교역과 여행이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점을 회복하는 데 육십여 년이 걸렸다. 최후의 위대한 세계화 시대를 무력화한 것은 경제적 혹은 기술적 반동이 아니라 정치였다.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운(韻)을 맞추어 흘러간다. 신흥 강대국의 부상과 그로 인한 기존 패권국의 불안이라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을 목격한다. 중국이 떠오르고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냉혹한 현실정치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아홉째, 〈온 세상이 양극화하고 있다〉. 세계는 하나이나 강대국은 둘인 세상이다.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다. 과거 양극체제의 중심에는 미국과 소련이 있었다. 소련은 군사력은 미국과 동등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뒤떨어졌다. 중국은 반대로 군사력에서는 뒤질지라도 경제,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등하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로 알려진 틀 안에서 전 지구적 상호 교류가 일어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이 확립한 이 틀의 두드러진 특성은 교역과 경제의 개방성, 유엔 같은 국제기구, 국제적인 행위를 규제하고 협력으로써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규칙과 규범 같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가 아무리 긴장이 넘치더라도 그것은 이 끈질기고 강력한 '다자간 세계' 속에 담겨 있을 것이다. 양극체제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냉전은 선택의 문제다.

열번째, 〈때론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다〉.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불완전하고 결점도 많다. 그것은 인간이 채택했던 과거의 그 어떤 시스템보다도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더 낫게 만들었다. 자유주의의 기저에 깔린 이상주의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이다. 국가들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그들의 국민은 더 장수하고, 더 부유하며,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것이다. 그들이 경제 면에서 서로서로 엮이게 된다면, 모두에게 한층 더 득이 될 것이다. 협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지구적 협력 약속

대부분의 시대에 역사는 대체로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전진하고, 변화는 어렵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를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팬데믹이나 기후변화나 사이버 전쟁 등의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밖으로(더 많고 더 긴밀한 협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한 나라가 전 세계의 틀을 짤 수가 없다. 혼란과 냉전이냐 아니면 협력이냐 두 가지 가능성뿐이다. 우리가 필요로 한 것은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주권 국가들 사이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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