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시미즈 켄 지음, 박소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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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

2017년 일본 암 연구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 남성은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62%이고, 여성은 47%라고 한다. 한국도 2018년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 83세까지 암에 걸릴 확률은 37.4%로 남자는 39.8%, 여자는 34.2%라 한다. 완치 가능성이 커졌어도 암은 완전히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망 원인 1위는 암(癌)이다.

암 진단 이후 우울 상태에 빠지는 환자의 비율이 5명 중 1명이고, 암 진단 후 1년 이내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24배 높다고 한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 역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이 수반된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암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정신종양학' 전문의이다. 매년 200명 남짓의 환자를 만나고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한다. 갑자기 암 진단을 받고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닫는 일은 매우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상실감과 마주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환자들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고대 로마의 경구 중에 살면서 한 번쯤은 들었음직한 말이 있다. 이 책에도 실려있는 메멘토 모리(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가 그것이다. 젊은 시절, 특히 청소년이나 갓 성인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는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란 생각에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뜻한 대로 삶이 풀리지 않으면 '왜 살아야 하나?'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만 죽어라 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차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기 시작할 때부터는 하루가 짧다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사실 하루가 짧다고 느끼는 건 뇌과학에서는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뇌가 이미 학습한 내용들은 새롭게 학습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기억하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적 오차라고 본다는 것이다). 뇌는 그렇게 느낄지라도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다만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도 더해갈 뿐 아니라 조금씩 남아 있는 생의 기간이 짧아진다는 걸 문득 느끼는 순간이 오면서 하루 스물네 시간이란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암 환자들 역시 그러했다고 본다. 건강할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살지만 막상 시한부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부터는 남은 시간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간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결국 죽음이라는 생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도 메멘토 모리를 자주 되뇐다.


죽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언급한다. 첫째,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다. 둘째,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다. 셋째, 내가 소멸한다는 공포다. 이 세 가지 이유에 지극히 동의한다. 죽음을 반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고대 중국의 진시황도 불로초를 구하라고 할 만큼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은 인간은 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도 고민하여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죽음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해 후회되지 않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혹은 일주일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흘러가는 매초, 매분, 매시를 허투루 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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