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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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1979년 일본 지바 현 인자이 시에서 태어나 다마가와 대학 문학부 예술학과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을 하지 않은 무라타 사야카는 18년쨰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히 소설을 썼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보고 싶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3년 '수유'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는 2009년 '은빛의 노래'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 2016년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 책을 읽은 이유


20대 초반 살던 곳을 떠나 새로 살게 된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저녁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당시 패밀리마트라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편의점 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보았다. 이후 군대 가기 전까지 편의점에서만 약 1년이 넘게 일했었는데 무려 18년을 편의점에서 일했던 작가의 소설을 알게 돼 구매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편의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여 책을 읽게 되었다.


# 줄거리


'편의점 인간'에서는 18년 간 스마일아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이라는 편의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게이코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게이코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직장을 따로 구하지 않고 결혼을 하기 위해 연인을 만들지도 않았다. 어린시절 눈 앞에서 죽었던 새를 왜 잡아먹지 않고 흙에 묻었는지 이해를 못했던 게이코는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와 사람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편의점이란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 있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여동생이나 친구를 만나면서 지금의 일상이 불안해진 게이코에게 시라하라는 남성이 나타났다. 세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시라하는 게이코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되고 형식적인 연인 관계를 맺는다. 


연인이 있어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되는 줄 알았던 게이코는 결국 18년간 다녔던 편의점을 그만뒀다. 오랜 시간동안 편의점만을 생각했던 그녀는 하루종일 집에 있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는 자신을 낯설어한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들렸던 한 편의점에서 엉망진창된 꼴을 보자 게이코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곳에서 일을 도우게 된다. 편의점만이 진정한 내 모습이 있다고 깨달은 게이코는 결국 시라하와 헤어지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간다.


# 느낀 점


'편의점 인간' 속 세상은 실제 세상과 다를 게 없다. 나이가 찼음에도 계속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게이코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한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단자라고 이야기하는 시라하의 말처럼 실제 세상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게이코처럼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로 직업을 구하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만을 하며 애인 한 번 사귀지 않은 게이코이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이 오래도록 일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비록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에 '편의점 인간' 속 게이코가 이야기하는 편의점 속 모습이 공감이 많이 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었기에 오랜 친구와 다시 재회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세상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음에도 편의점에서 일만 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단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게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편의점 인간'을 읽으며 깨닫게 됐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어머니는 "이 새는 작고 귀엽지? 저쪽에 무덤을 만들고, 모두 함께 꽃을 바치자꾸나" 하고 열심히 말했고, 결국 그 말대로 되었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 입을 모아 작은 새가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흐느껴 울며 그 주위에 핀 꽃줄기를 억지로 잡아 뜯어 죽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네, 분명 작은 새도 기뻐할 거야"라고 말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다들 머리가 이상한 것 같았다. 작은 새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나무 울타리 안쪽에다 판 구덩이에 묻혔다. 누군가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아이스크림 막대기가 흙 위에 꽂히고, 꽃 시체가 듬뿍 바쳐졌다. "자, 게이코, 어떠니? 슬프고 불쌍하지." 어머니는 몇 번이고 나에게 들리도록 속삭였지만,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 13


'손님'이 이렇게 소리를 내는 생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목소리, 과자 봉지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 소리, 차가운 음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 문 여는 소리, 나는 손님들이 내는 소리에 압도당하면서도 지지 않으려고 "어서 오십시오!"를 되풀이해서 외쳤다. 어쩌면 모조품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던 음식과 수북이 쌓여 있던 과자 무더기가 '손님'의 손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허물어져갔다. 왠지 모르게 가짜 같아 보이던 가게가 그 손으로 생생하게 척척 모습을 바꾸어가는 것 같았다 - 24


나는 종종 탁상 계산기로 그날부터 지난 시간을 계산해 볼 때가 있다. 스마일아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은 하루도 쉬지 않고 불을 켠 채 계속 돌아가고 있다. 요전 날 가게는 열아홉 번째 5월 1일을 맞았으니까 그로부터 15만 7,6000시간이 지난 셈이다. 나는 서른여섯 살이 되었고, 가게와 정원으로서의 나는 열여덞 살이 되었다. 그날 나와 함께 연수를 받은 점원은 이제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 점장도 여덟 명째다. 가게의 상품도 그날의 물건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점원으로 남아 있다 - 28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전에 스가와라 씨의 밴드 동료들이 가게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 여자들의 옷차림과 말투는 스가와라 씨와 비슷했고, 사사키 씨도 이즈미 씨가 들어온 뒤로는 "수고하십니다!" 하는 말투가 이즈미 씨와 똑같아졌다. 이즈미 씨가 전에 일했던 가게에서 친하게 지냈다는 주부가 일을 도우러 왔을 때는 옷차림이 이즈미 씨와 너무 비슷해서 착각할 뻔했을 정도다. 내 말투도 누군가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감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35


빨리 편의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편의점에서는 일하는 멤버와 일원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이렇게 복잡하지도 않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관계없이, 같은 제복을 몸에 걸치면 모두 '점원'이라는 균등한 존재다. 시게를 보니 오후 세 시였다. 이제 슬슬 계산대의 정산이 끝나고, 은행에서 돈 바꾸는 일도 끝나고, 빵과 도시락이 트럭으로 배달되어 진열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떨어져 있어도 편의점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 멀리 떨어진, 빛으로 가득한 스마일마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의 광경과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웅성거림을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리면서,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위해 가지런히 손톱을 누른 손을 무릎 위에서 가만히 어루만졌다 - 50


눈앞에 있는 손님의 모습이 18년 전 내가 처음 계산을 맡았던 나이 지긋한 여자의 모습과 겹친다. 그 할머니도 지팡이를 짚고 날마다 가게에 왔지만 언제부턴가 오지 않았다. 몸이 더 나빠졌는지 이사를 가버렸는지,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그날과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로부터 육천육백일곱 번, 우리는 똑같은 아침을 맞고 있다. 비닐봉지 안에 조심스럽게 달걀을 담는다. 어제 판 것과 같지만 다른 달걀을 담는다. 손님은 어제 넣은 것과 같은 비닐봉지에 같은 젓가락을 넣고 같은 잔돈을 받아 들고 같은 아침을 미소 짓고 있다 - 90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ㅓ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은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98


시라하 씨 말대로 세상은 조몬시대인지도 몰라요. 무리에 필요 없는 인간은 박해받고 경원당하죠. 그러니까 편의점과 같은 구조예요. 편의점에 필요 없는 인간은 교대 근무가 줄어들고, 그러다가 결국은 해고를 당하죠.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복하면 돼요. 세상이 조몬이라면, 조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 저 편의점에서 모두 '점원'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 111


나는 어딘가에서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라하 씨는 대답하지 않은 채, 눈앞에 놓인 커피의 검은 수면을 구멍이라도 뚫고 있는 것처럼 심각한 태도로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 113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예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 125


내가 음식을 씹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좀 전까지 편의점의 '소리' 속에 있었기 떄문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가게를 머리에 떠올리자, 편의점의 소리가 고막 안쪽에 되살아났다. 그것은 음악처럼 내 속을 흐르고 있었다. 내 안에 새겨진 소리, 편의점이 연주하고 편의점이 작동하는 소리 속에서 흔들리면서 나는 내일 또 일하기 위해 눈앞의 먹이를 몸속에 채워 넣었다 - 147


투안 군은 점점 점원이 아니게 되어간다. 모두 제복을 입고 전과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전보다도 더 점원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손님들만은 변함없이 가게에 오고, '점원'으로서의 나를 필요로 해준다. 나와 같은 세포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모두 차츰 '무리의 수컷과 암컷'이 되어가고 있는 불쾌감 속에서 손님들만은 나를 계속 점원으로 있게 해주었다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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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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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로 확인된 한강의 저서이니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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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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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숨결이 바람 될 때' 저자 폴 칼라니티는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폴 칼라니티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일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온 폴 칼라니티는 신경외가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받았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여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진 폴 칼라니티는 서른 여섯 살이 되던 해 폐암 진단을 받고 지난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 책을 읽은 이유


살다 보면 한 번쯤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죽음'이었다. '죽음' 앞에선 그 어떤 누구도 평등하다던데 만약 눈 앞에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황금빛 인생이 펼쳐진 폴 칼라니티는 갑작스럽게 닥친 암 판정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소중한 사람을 보지 못하고 꿈꾸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폴 칼라니티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가 쓴 '숨결이 바람 될 때'를 고르게 되었다.


# 줄거리


폴 칼라니티가 쓴 '숨결이 바람 될 때'는 그의 레지던트 시절 이야기부터 신경외과 의사가 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교의 교수 제안을 받는 등 서른 여섯 살의 그는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몸의 통증으로 그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암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그는 절망하기보단 아랑곳하지 않고 진단과 검사를 받았다. 


암 판정을 받은 폴 칼라니티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으려고 평소의 삶을 그대로 살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신경외과 의사 생활을 유지하며 자신의 담당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암에서 이겨낼 것 같았지만 바람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폴 칼라니티는 자신의 또 다른 꿈인 글을 쓴다는 것을 마지막 목표로 삼는다. 그렇게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쓴 그는 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쓰고 세상을 떠났다.


# 느낀 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삶의 정상에 올라왔을 때 갑작스럽게 불치병에 걸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 폴 칼라니티가 바로 그랬다. 하지만 그는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부정적인 생각보다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했다. 적극적인 자세로 암 치료를 받으며 다시 원래대로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그는 결국 이겨내지 못한 채 가족들과 이별하게 됐다. 생전 폴 칼라니티는 암 판정을 받자마자 혼자 남겨질 아내를 위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또한 아내와의 합의를 통해 낳은 딸 케이디에게 쓴 마지막 편지 부분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인생을 살면서 불치병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은 크게 해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에 관해서는 피하고 싶을 테고 나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별을 준비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눈 앞의 죽음에서조차 희망을 잃지 않았던 폴 칼라니티를 언젠가 또 기억하는 날이 올 때 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으면 좋겠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언어는 고작 몇 센티미터 두께의 두개골에 보호받는 우리의 뇌가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으며,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인생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뇌와 신체 그 자체의 생리적인 명령에 따라 일어나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열정, 갈망, 사랑 등 우리가 체험하는 삶의 언어가 신경 세포, 소화관, 심장박동의 언어와 연관되는 뭔가 복잡한 방식이 틀림없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 61


의대생의 통과 의례인 시체 해부는 지극히 신성한 영역을 침범하는 작업이기도 해서, 혐오감, 흥분, 욕지기, 좌절감, 경외감 등 무수한 감정을 자아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조로운 수업 과정의 하나가 된다. 연민과 무감각 사이에서 그때그때 감정이 교차한다. 해부실의 상황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금기를 깨는데, 해부 도중 포름알데히드가 식욕을 강하게 자극해 부리또가 간절히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중신경을 해부하고, 골반을 톱질하여 반으로 자르고, 심장을 잘라서 여는 것으로 시체 해부 과제를 마치면 이제 무감각이 찾아온다. 이 '성스러운 침범'은 고지식한 친구, 시도 때도 없이 농담하는 친구,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로 가득한 평범한 대학 강의의 성격을 띠게 된다. 시체 해부는 엄숙하고 경건한 학생들의 냉정하고 거만한 의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66


시체 해부뿐 아니라 모든 의학은 신성한 영역을 침범한다. 의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환자의 신체를 침입해 들어간다. 그리고 환자의 가장 취약하고, 가장 신성하며, 가장 은밀한 부분을 들여다본다. 그런 다음 환자를 회복시켜 세상으로 돌려보낸 뒤 다시 그에게서 빠져나온다. 신체를 물질이자 구조로 보는 것과 인간의 극심한 고통을 줄이는 일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마찬가지로 이유로 인간의 극심한 고통은 그저 하나의 교육 수단이 된다 - 73


깔끔한 의학적 도해는 지금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여실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무자비한 자연은 인간의 출산에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출산은 앤 게디스의 사진과는 다르다. 병원에서 배우는 실무가 의과 대학원생으로서 강의실에서 받는 교육과 상당히 다르리라는 것이 점점 더 실감났다. 책을 읽고 객관식 문제에 답하는 건 행동을 취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아이의 어깨가 쉽게 나올 수 있게 머리를 신중하게 당겨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 - 86


삶은 너무나 짧은 '잠깐'이기에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맡겨진 역할, 즉 겸자를 든 무덤 파는 사람으로서 죽음의 시간과 방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 - 90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뇌는 우리가 겪는 세상의 경험을 중재하기 때문에, 신경성 질환에 걸려 환자와 그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95


나는 분노와 슬픔 사이의 어딘가에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하비 부인은 수많은 서류 작업 끝에 내가 맡게 된 환자였다. 다음날 나는 그녀의 검시에 참여하여, 병리학 전문의들이 그녀를 절개하고 장기를 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 장기들을 직접 만지고 세밀히 살피며 내가 그녀의 창자에 묶였던 매듭들을 확인했다. 그때부터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 101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을 뒤쫓아 붙잡고, 그 정체를 드러낸 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기 위해서였다. 신경외과는 뇌와 의식만큼이나 삶과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아주 매력적인 분야였다.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찮은 물질주의, 쩨쩨한 자만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 문제의 핵심, 진정으로 생사를 가르는 결정과 싸움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곳에서 어떤 초월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105


가족이 숨을 거둔 환자를 보러 들어올 때 나는 외상외과 집중치료실을 빠져나왔다. 그때 문득 기억이 났다. 내 다이어트 콜라, 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그리고 외상외과 집중치료실의 찌는 듯한 열기, 응급실에는 나를 대신해줄 레지던트가 있었기에, 나는 내가 구할 수 없었던 환자 대신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구하러 외상외과 집중치료실로 유령처럼 슬그머니 다시 들어갔다. 냉동실에 30분 정도 넣어두니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족이 사망한 환자에게 작별인사를 건넬 때 나는 이에 낀 초콜릿 칩을 떼어내며 굉장히 맛있다고 생각했다. 의사로 지낸 짧은 시간 동안 도덕적으로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108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가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실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부담감은 의학을 신성하면서 동시에 불가능한 영역으로 만든다. 의사는 다른 사람의 십자가를 대신 지려다가 때로는 그 무게를 못 이겨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 124


생물학, 도덕, 삶, 그리고 죽음의 개별적인 가닥들이 마침내 서로 엮이기 시작하는 듯했다. 완벽한 도덕 체계는 아니더라도 일관성 있는 세계관이 잡히고 그 안에 내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긴장감 높은 분야의 의사는 삶과 정체성이 위협받고 삶이 굴절되는 가장 위급한 순간에 환자를 만나게 된다. 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그런 책무를 감당하려면 철두철미한 책임감과 함께, 죄책감과 비난을 견디는 힘도 필요하다 - 140


희망(hope)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영어에 등장한 건 약 1,000년 전으로, 확신과 소망을 결합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소망하는 것(삶)과 확신하는 것(죽음)은 달랐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희망의 진짜 의미는 '헛된 소망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의학 통계는 평균 생존 기간 같은 수치를 나타낼 뿐 아니라, 신뢰 수준, 신뢰 구간, 신뢰 한계 같은 도구들을 이용해 수치에 대한 우리의 신뢰도도 측정한다. 그렇다면 '통계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여전히 가능성 있는 결과, 즉 95퍼센트로 측정된 신뢰 구간을 극복하고 생존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 이것이 내게는 희망이란 것일까? 우리는 과연 생존 곡선을 '패배', '비관적', '현실적', '희망적', '망상' 등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까? 숫자는 그저 숫자가 아니던가? 우리는 모든 환자의 생존 확률이 평균 이상이라는 '희망'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 162


우리가 그토록 맹렬히 저항했지만, 암은 결국 인생 계획을 바꿔놓았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암 진단을 받기 전의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암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했다. 승리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게의 집게발에 붙잡힌 기분이 들었다. 암의 저주에 걸린 나는 다가오는 죽음을 무시하지도 거기에 매이지도 못하는 기이하고도 불편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암은 물러나 있을 때조차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 196


의과 대학원생 시절에 있었던 일이 문득 생각났다. 한 환자가 내게 말하기를, 의사를 만나러 갈 때 항상 가장 비싼 양말을 신는다고 했다. 신발도 못 신고 환자복만 걸치고 있으니 양말이라도 제대로 된 걸 신어야 의사가 자기를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존중해준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게 문제인건가? 몇 년 동안 훔쳐 써왔던 병원 지급 양말을 신고 있는 게? - 220


내 요구를 들어준다는 건 그가 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난처하게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야간 근무 중인 그로서는 내키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레지던트 교육 과정은 대다수 프로그램이 교대 근무를 채택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책임을 다른 레지던트에게 은근히 떠넘겨버리는 교활한 요령도 배우게 된다. 몇 시간 더 뒤로 미룰 수 있다면 그건 다른 사람의 책임이 된다 - 221


시간은 이제 나에게 양날의 검과도 같다. 지난번에 병세가 악화되어 심하게 축난 몸 상태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암이 재발하게 될 테고, 그러다 결국 죽음에 이를 것이다. 죽음은 예상보다 느리게 올지도 모르지만, 원하는 것보다는 분명 빠르게 닥쳐올 것이다. 이런 자각에 대해 두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다. 가장 명백한 반응은 정신없이 움직이려는 충동일 것이다. 즉, 여행도 하고, 근사한 식사도 하고, 여태껏 접어둔 많은 소망을 성취하면서 '삶을 만끽하는' 것이다. 하지만 암은 무자비하게도 시간뿐만 아니라 기력까지 빼앗아버려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크게 줄었다. 마치 경주하다가 지친 토끼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설사 기력이 있더라도 나는 거북이의 방식이 더 마음에 든다.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고 깊이 명상하는 방식 말이다. 물론 그냥 어떻게든 버티는 날들도 있다 - 230


오늘과 내일을 거의 구분할 수 없게 되자,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영어에서 우리는 시간(time)이라는 단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지금 시각은 두 시 사십오 분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전자보다는 후자처럼 느껴진다. 나는 무기력해지고, 더 너그러워진 것 같다. 수술대 위의 환자에 집중하던 외과의 시절에, 시곗바늘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의미 없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료 훈련은 철저하게 미래 지향적이며, 나중에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유혹을 참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231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젔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였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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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제주는 즐거워 - 심야 편의점에서 보고 쓰다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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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편의점에서 일했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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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다움 - 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
홍성태 지음 / 북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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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배달의 민족 '배민다움'을 쓴 저자 홍성태 교수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미주리대학교에서 3년 동안 조교수로 재직했다. 미주대학교 재직 당시 탁월한 강의 덕분에 올해의 교수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에 돌아와서도 학교 및 많은 기관에서 우수강의 교사로 늘 꼽혔다. 한국마케팅학회의 학회지 '마케팅연구'의 편집장을 역임하였고,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을 비롯,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한국디자인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학회 활동 역시 활발히 하고 있다.


# 책을 읽은 이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SNS 활동을 하며 배달의 민족을 알게 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디서든 간편하게 주문 음식을 배달할 수 있어 종종 이용했다. 페이스북 친구 중 배달의 민족에서 근무 중인 분을 통해 '배민다움'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마케팅 쪽 관련 업무를 하는 나에게 있어서도 배달의 민족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배민다움'을 통해 여러 도움을 받고 싶어 한정판을 구매했다. '배민다움' 한정판 구매 시 책과 함께 오는 사은품인 종이 철가방, 2017년 일력도 책을 구매하는 데 한몫을 했다.


# 줄거리


'배민다움'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마케팅을 잘한다고 소문이 난 배달의 민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 홍성태 교수와 배달의 민족 창업가인 김봉진 대표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됐다. '배민다움'에서는 전용 서체를 개발해 누구나 쓸 수 있게 하고, 회사 이름으로 신춘문예를 하거나 최고의 의류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서울패션위크에 참가, 블랙후라이데이라는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통해 치킨 대란을 일으킨 배달의 민족에 관한 모든 내용을 만날 수 있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된 배달의 민족의 창업 이야기부터 외부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회사 발전을 위한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것과 내부 브랜딩을 통해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한때는 언론에서 크게 문제가 됐었던 배달의 민족 수수료에 대한 김봉진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 회사 고유의 서체를 통해 이룰 수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도 이야기하고 있다.


# 느낀 점


2016년 마케팅에 관한 일을 하게 된 나에게 있어 배달의 민족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 '배민다움'은 여러 가지로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됐다. 마케팅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으며, 사람들을 감동하게 할 수 있을지 책을 읽으며 여러 상상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있어 한 번 이용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용하게 하는 배달의 민족의 문화와 철학은 한 번쯤 꼭 다녀보고 싶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이나 우리나라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처럼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나름대로의 규칙을 통해 직원들을 생각하며 행복감을 불어 넣어주는 김봉진 대표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과 회사를 보면 배달의 민족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할 곳도 많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을 그저 하나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곳도 있다. 진정 자신의 회사를 발전시키고 금전적으로 크게 키우고 싶은 CEO라면 직원의 행복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을까 '배민다움'을 읽으며 느끼게 됐다. 한 회사의 CEO라면 꼭 읽어봐야 할 마케팅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었다.


이와 함께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계획만으로 되는 마케팅은 없으며, 소소한 이벤트 하나를 하더라도 회사의 문화와 코드에 잘 맞춰야 한다는 '배민다움' 속 이야기는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는 분들이 꼭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동안 마케팅 업무를 하며 너무 틀에 박힌 생각만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여러 관점에서 봤을 때 수치와 목표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배달의 민족의 '배민다움'을 나도 이뤄보고 싶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비전이나 꿈과 같은 거창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무에서 시작하는 창업자들에게는 '재미'가 그들을 움직이는 큰 동력임을 알 수 있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그의 책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에서 비즈니스와 인생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많은 창업가를 만나봤지만 주식을 공개해서 큰돈을 쥔 후 손을 떼려고 하거나 상장까지만 하고 그만두려는 사람 중에 끝까지 잘된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엄청난 에너지의 근원은 재미와 즐거움이었다. 창업하려는 일이 개인적으로 지독히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접는 편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일지 모른다 - 22


비지니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았어요. 비즈니스가 성공해야 그 비즈니스를 도와주는 디자인도 성공해요. 비즈니스가 망했는데, 디자인만 성공할 수는 없잖아요. 전후 관계가 다르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매출을 높이는 도구로 쓰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이 브랜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사업을 잘해야 해요 - 23


아이디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아니라 문제 자체를 찾는데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문제점을 보는 데 집중하기보다 해결책을 먼저 찾을 떄가 많잖아요. 무엇이 문제인지는 나중에 거꾸로 논리적으로 설명을 붙이죠.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이게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고 나서 왜 그랬으면 좋겠냐고 물으면, 문제점은 그다음에 이야기하는 거죠. 순서가 바뀌었어요. 문제점을 제대로 찾아야 해결책이 나오는데, 해결책을 먼저 보고 문제점을 끼워 맞추려 하는 거죠 - 28


보통 창업자들이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려고 창업했다'고 이야기들 하잖아요. 열심히 듣다 보면 '저게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가끔 30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나서 제가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도 있잖아요. '그거 꼭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어요? 해결 안 해도 되는 것 아니에요? 그게 진짜 문제인가요?" 하고요. 자기가 느끼기에 이게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을 논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그다음에 문제를 찾는 거죠. 창업을 할 때 문제점을 제대로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29


타이밍을 잡기 위해 규모를 작게 하고 빠르게 테스트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빨리 해보고 아니면 뒤로 빠지고, 그렇게 여러 번 해보는 거죠. 작게는 프로모션, 크게는 사업을 할 때 처음부터 많은 자원을 투여하지 않으면 실패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거든요. 큰 의사결정일수록 사전에 여러 번 작은 시도를 해야겠죠. 가령 50억짜리 사업을 하는데 바로 들어가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요. 작은 규모로 치고 빠질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 54


일할 때는 정확한 팩트에 기반을 둔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고, 그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겠죠. 그다음 필요한 게 열정이라고 봐요. 처음부터 열정만 넘치면 주변 사람들까지 부담스러워져요. 막연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 와서 이야기 하면 저도 뭘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기도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 - 59


유명인에 비유하자면, 손석희 앵커보다는 개그맨 박명수가 맛집을 더 많이 알 것 같지 않나요? 예를 들어 모든 것을 바르게 알고 항상 정확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네이버는 손석희 같죠. 모르는 걸 물어보면, 알고 있는 걸 다 말해줄 것 같은 사람이요. 그런데 배민은 조금 모자란 듯 보여도 친근한 형 박명수가 떠올라요. 그런 면에서 저희 페르소나는 막내들이 대하기 어렵지 않은 친근한 동네형, 소통하기 쉬운 복학생 형이에요. 음식 주문할 때, 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윗사람이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키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오히려 막내예요. 페북과 인스타그램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막내와 잘 지낼 수 있는 '친근한 동네 형' 같으면 좋겠죠. 사실 저희가 스토어 이벤트나 고객 프로모션을 하는 것도 전부 고객과의 소통이에요. 비싼 고가의 선물이 아니라 왠지 좀 찌질할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절묘하게 읽은 선물을 받으면 부담 없고 기분 좋잖아요. 저희는 고객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또래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 71


배민은 운 좋게, 괜찮은 아이템으로 시작했잖아요. 매우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만든 서비스도 아니었고, 시대적 흐름과 운이 맞은 측면도 크다고 생각해요. 창업한 회사가 정말 오래갈 수 있는지는 두 번째, 세 번째 사업이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실제 대부분의 잘되는 회사들은 첫 번째 모델만으로 가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모델이 따라붙어 줘야 해요. 우리 회사로 따지면, 배민라이더스랑 배민프레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죠. 배민라이더스는 일반적으로 배달을 안 하는 음식점의 음식을 먹고 싶은 곳으로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이고요. 배민프레시는 배민이 직접 만든 반찬이나 국, 또는 집에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 등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느 서비스예요.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 스윙을 해야만 뭐가 맞는지를 알 수 있어요. 끊임없이 고객을 탐색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 가야죠 - 79


'고객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객 유지'이며, 늘 염두해두어야 하는 것은 고객평생가치(CLV)이다. 이는 누군가가 어느 기업의 고객으로 머무는 기간 동안 창출하는 총이익을 의미한다. CLV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을 새로 개발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보다 재거래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이 저렴하며, 거래금액이 적더라도 거래 빈도가 높은 고객이 더 가치가 있다. 아울러 재거래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고객추천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추천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를 순수 추천고객 지수(NPS)로 계량화하여 관리하기도 한다 - 89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누구 이야기를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니 마케터가 사로잡아야 할 최고의 타깃은, 바로 다른 회사의 마케터인 것 같더라고요. 마케터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으면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잖아요. 평균보다 감각적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반응이 오면 성공한 것 아니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저희가 판교에서도 경희 프로젝트랑 비슷한 걸 했어요. 다른 회사의 마케터들을 타깃으로요. 판교는 IT 업계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잖아요. 판교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지하철로 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1번 출구로 나와요. 거기 긴 에스컬레이터 벽을 따라 동네 미용실이랑 미술학원 광고가 쫙 붙어 있었는데, 그 광고판 1년어치를 모두 샀어요. 그 자리에 판교 회사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정한 거죠 - 109


역시나 대중을 잡으려면 여성들을 잡아야 한다는 걸 또 배웠죠. 남자들은 아무리 좋은 걸 해줘도 소문을 안 내지만, 여성들은 좋은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더라고요. 그때 절실히 깨달은 게 이런 겁니다.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아무도 감동받지 못하지만, 단 한 사람을 제대로 감동시키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서 모든 사람이 감동받는구나'라는 거요 - 112


마케팅 회사가 광고대행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A라는 계획을 하면 몇 달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고객이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죠. 중간에 한 단계라도 달라지면 전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고요. 저희는 빨리 실험해보고 빨리 결과를 보고, 그다음에 적용할 결과만 가지고 빨리 다음으로 옮겨가요. 마케팅 플랜을 A부터 Z까지 짜고 그대로 될 거라는 것은 담당자들의 환상이나 바람이 아닐까요. 큰 예산만 잡아놓고 그때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가장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 124


꼭 우리 회사를 알려야겠다, 홍보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참여시키기 어렵다고 봐요. 사실 제가 고객이어도 기업 홍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럴 만한 이유나 명분을 줘야죠. 얼마 전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란 음악축제에 참여했는데, 엄청 많은 기업들이 왔더군요. 다들 로고를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부스에서 유니폼 입고 서서 사은품 나눠주고 홍보하죠. 하지만 페스티벌까지 와서 그런 홍보 애기 듣고 싶지 않잖아요. 저희는 그냥 간단하게 진행했어요. 재미있게 놀도록 도와주자고, 어차피 페스티벌에 왔는데 페스티벌답게 즐기고 가야죠 - 136


배민의 궁극적인 경쟁사는 바로 저희 자신이에요. 배민, 저희는 지금 배민을 넘어서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요. 경쟁할 때는 경쟁자가 아니라 나만 의식하는 게 가장 맞지 않나 싶어요. 경쟁자를 의식하면 경쟁자랑 비슷해지잖아요. 그런데 별로 의식하지 않고 내 길을 그냥 뚜벅뚜벅 가면, 오히려 경쟁자가 나를 의식해서 나를 따라 하겠죠. 내가 무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여 만든 것과 저 사람이 저렇게 하고 있으니 나도 해야 하면서 만든 것과는 본질적으로나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 146


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배달의 민족만 쓰는 사람이 있죠. 또 경쟁업체 서비스만 쓰는 사람이 있고, 둘 다 쓰는 사람이 있어요. 그 중간에서 쓰는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고객이고, 할인이나 프로모션에 움직이는 고객들이에요. 그 비중이 크진 않아요. 저희는 저관여 서비스잖아요. 무료로 쓰는 서비스이기 떄문에 어떤 기능이 좋아서 쓴다기보다 별 생각 없이 앱에 접속하죠. 그래서 '아, 배민으로 시켜야겠다!' 하고 순간적으로 떠오르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앱의 속도가 빠르고 어떤 점이 편리하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하는 기능은 나중 얘기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148


카피를 뽑아내는 데도 가이드가 있어요. 욕설이 들어가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면 안 돼요. 재미있다고 해도 누군가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도 안 돼요. 그냥 경쾌하게 끝내거나 중의적 의미가 들어가야 해요. 저희가 언어적 유희를 시도하긴 하지만, 어떤 특정인을 비방하면서 재미를 유도하거나 뭔가 비꼬는 것은 하지 않아요. 그냥 모든 카피가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의도하죠. 보고 나서 유쾌하고 경쾌하다고 느끼면 돼요. '풋' 혹은 '아~' 라고 저희끼린 표현하거든요. '풋' 하며 가벼운 웃음을 짓거나 '아~' 하며 기분 좋은 깨달음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우리가 소비자에게 기대하는 반응이니까요 - 172


브랜드가 성공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척도 중 하나가 바로 짝퉁 아닐까요. 짝퉁이 많으면 성공한 브랜드겠죠. '나이키'가 정말 멋지니까 '나이스'가 나온 것처럼 말이에요. 저희 브랜드를 따라 한 것들 하나하나가 저희에게 훈장처럼 쌓인다고 생각해요 - 191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철학이 있어도 꽃(디자인)으로 피어나지 않고 땅에 묻혀 있기만 하면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거꾸로 꽃을 보기 좋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해도 뿌리(철학적 깊이)가 약하면 그냥 조화로 끝나고 만다. 꽃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생겨난다.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지, 우리 기업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그 근본적 철학이나 개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211


모든 고민은 하나예요. '어떻게 하면 잘 팔지?'가 아닌 '어떻게 하면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들지?'인 거죠. 그래서 저희 구성원들은 정말 모두들 배민스러워요. 저희끼리 다들 미친 사람 같다고 웃어요. 저희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인사관리하고, 코딩하고, 재무를 해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레고도 디즈니도 자기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거잖아요. 배민스러운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 배민스럽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인터널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믿어요. 일하는 직원들이 계속 배민을 사랑하게 만드는 거요 - 216


마케팅 조직 중심으로 예를 들자면, 혼자 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과정이 대부분이에요. 그 과정에서 나 혼자 재밌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여러 사람이 토론하면서 발전시켜 내놓은 아이디어의 퀄리티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많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그 과정이 재미있으면 재미있을수록 결과물의 퀄리티가 정말 좋아져요. 저희는 그게 혼자 하는 생각과 집단사고의 차이라고 봐요. 마케팅이란 게, 말하자면 내 생각을 사람들 사이에 던져주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그걸 보고 반응할 때 내 아이디어도 실현되겠죠. 우리는 소비자이기도 하고 기획자이기도 하니까 우리끼리 소비자의 반응을 볼 수가 있죠. 집단사고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 242


아주 사소한 것들일 수 있지만 구성원이나 개인, 배우자, 양가 부모님, 자녀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챙겨요. 돈을 쓰는 것도 아니에요. 일주일 전에 그냥 생일을 알려줘요. '다음 주에 장모님 생신이십니다'라고요. 그 직원의 부서장한테도 같이 알려줘요. 다음 주에 이분 장모님의 생신이라고, 그러고는 그날이 되면 부서장하고 피플팀이 그 구성원이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요. 개인으로 보면 나름 중요한 날이잖아요. 그런 날에 회사에서 미리 일찍 보내줘서 자기가 장모님에게 무언가 챙겨드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은 훨씬 올라가겠죠. 인간은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하루가 1/365만큼 쪼개져서 동일한 가치를 갖진 않잖아요. 어떤 날은 딸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처럼 가치가 큰 날도 있고 평범한 날도 있고요. 아무 일도 없는 날 야근하면 덜 서럽지만 결혼기념일에 야근하면 정말 심각한 거죠. 소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챙기는 것도 만만치는 않아요. 계속 이메일 보내고 음력 양력 계산해서 맞는지 틀린지 확인해야 되고 손도 많이 가요. 그런 것들을 피프팀에서 하고 있죠 - 267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간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을 자주 한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 않잖아요. 처음에는 좋았겠죠. 옛날 친구들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내 얘기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스트레스 받잖아요. 글 올리면 내 친구는 '좋아요'를 적어도 70개는 받는다던데, 나도 50개는 받고 싶은데 못 받으면 서운해지지요. 냉정하게 말해, 기업은 자기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로는 인간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화'가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배민이 하는 서비스 자체 떄문에 다음 세대들이 더 행복해지고 좋아질 거라고 보진 않거든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는 문화를 남길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든 문화 덕분에 세상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그 문화를 잘 만들어가는 게 이 회사에서 제가 가진 꿈이에요. 그 과정에서 얻은 이야기를 나중에 10년 정도 지나서 책으로도 남기고 싶어요. 그게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꿈이에요 -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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