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 저자


장편소설 '아몬드'를 쓴 저자 손원평 작가는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 영화 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지난 2001년 제6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았고, 2006년 제3회 과학 기술 창작문예 공모에서 '순간을 믿어요'로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너의 의미' 등 다수의 단편 영화 각본을 썼으며 '1988년생'으로 제5회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쓴 장편소설 '아몬드'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 책을 읽은 이유


한 편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다. 경제, 경영 분야의 책만 읽다가 문득 문학을 읽고 싶어졌던 나는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아몬드'라는 소설을 만났다. 무표정의 어린 남자 아이의 모습에서 마치 나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아몬드'를 골랐다. 국내 작가의 이름은 대부분 안다고 생각한 나는 손원평 작가를 처음 만나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에서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임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우연히도 소설 '아몬드'를 통해 그녀를 만나게 됐다.


# 줄거리·느낀 점


'아몬드'의 주인공 선윤재다. 선윤재는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웃음이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선윤재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와 할멈이었다. 그렇게 조용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윤재는 17살이 되는 생일 날 시내로 나갔다가 묻지마 살인으로 엄마와 할멈을 둘 다 잃게 됐다. 그럼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 슬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17년이라는 인생을 살며 엄마와 할멈과 살았던 윤재는 가족들이 남긴 책방에 홀로 남았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날 심박사와 윤교수가 다가왔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곤이가 나타났다. 곤이와는 첫 만남은 좋지 않았다. 곤이 대신 곤이 엄마의 아들 행색을 했기에 그는 윤재를 좋아하지 않았다.


곤이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윤재는 그럼에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화조차 내지 않는 선윤재를 본 곤이는 호기심으로 책방에 놀러왔고 그들은 친구가 됐다. 곤이를 통해 사람 관계와 친구의 우정을 알게 된 윤재에겐 어느 날 이도라라는 여자 아이가 나타나며 그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세상엔 오로지 엄마와 할멈밖에 없었던 선윤재에게 우연히 나타난 주변인들과의 여러 사건을 통해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건 장애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뿐이었다. 나 역시 윤재처럼 인생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잘 못하고 감정을 느끼지 하는 경우도 있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슬프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관객 앞에서 유머를 던지는 희극인을 보며 웃거나 박수치지 않는 것처럼, 그런데 다른 사람과 똑같이 웃거나 울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것이고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미디어나 뉴스를 보게 되면 '공감 불능 사회'라는 주제가 많이 나온다. 공감이 불가능했던 선윤재처럼 바쁜 일상에 치여 살았던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거나 이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아몬드'를 읽으며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하나둘 들어오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윤재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고 곤이와 도라를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느낀 그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여러 감정을 느낀 소설이기도 했다. 문장의 흐름도 단어의 선택도 좋았기에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갔다. 이 책을 쓴 손원평 작가는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1988년생'도 썼다고 하는데 그 책도 따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솔직히 할멈이 붙여 준 애정 어린 별명을 이해하는 데엔 시간이 좀 걸렸다. 책에서 본 괴물들은 예쁘지 않았다. 아니, 예쁠 수 없는 게 괴물이었다. 그런데 할멈은 왜 날 예쁜 괴물이라고 부르는 걸까. 모순된 개념을 연달아 붙여서 의미를 낳는 '역설'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에도 할멈의 방점이 '예쁜'에 찍혀 있는지 '괴물'에 찍혀 있는지 잘 몰라 헷갈리곤 했다. 어쨌든 할멈은 나를 사랑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했으니 나는 할멈을 믿기로 했다 - 21


엄마는 내게 아몬드를 많이 먹였다. 나는 아몬드라면 미국산부터 시작해서 호주산, 중국산, 러시아산까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종류는 다 먹어 봤다. 중국산에선 기분 나쁜 쓴 맛이 나고 호주산은 뭔가 모르게 시큼털털한 흙냄새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도 있지만 내 입엔 역시 미국산,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산이 최고다. 이제 태양 빛을 잔뜩 머금어 은은한 갈색빛이 도는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를 먹는 나만의 방법을 알려주겠다. 먼저 아몬드 봉지를 집어 들고 그 안에 든 아몬드의 촉감을 느껴 본다. 포장지 아래로 만져지는 단단한 알맹이들이 고집스럽다. 봉지 윗부분을 가만히 뜯고 이중 처리된 지퍼를 연다. 눈은 감은 상태여야 한다. 그런 다음,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봉투 안으로 코를 들이민다. 숨을 끊어서 들이쉰다. 향이 몸속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아몬드 향이 깊이 들이찼을 때 반 줌 정도를 입 안에 털어 놓는다. 혀로 아몬드의 곁을 느끼며 한동안 입 안에서 굴린다. 뾰족한 곳을 찔러도 보고 아몬드 표면의 홈을 혀로 훑어도 본다. 너무 오래 해서는 안 된다. 아몬드가 침에 불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클라이맥스를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짧으면 시시하고, 길면 임팩트가 사라진다. 적당한 타이밍은 당신이 직접 찾아야 한다. 클라이맥스로 향해 갈 때는 아몬드가 점차 커지는 상상을 한다. 손톱만 한 아몬드가 포도알만큼, 키위만큼, 오렌지만큼, 수박만큼 점점 커진다. 이제 아몬드가 럭비공만큼 부풀었다. 바로 이때다. 와드득, 깨문다. 그러면 아그작 소리와 함께 멀고 먼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날아든 햇빝이 입 안으로 퍼져 나간다 - 27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 그런데 내 머리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 29


어려운 건 내가 먼저 천 원을 내는 거였다. 그러니까, 뭔가를 원한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어떤 것을 좋다고 표현하는 일들, 그런 게 힘든 이유는, 여분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돈을 내야 하는데 나는 사고 싶은 것도 없고, 얼마는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잔잔한 호수에 억지로 파도를 치게 만드는 것처럼 버거웠다. 가령 전혀 먹고 싶지 않은 초코파이를 보며 "나도 먹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 그러면서 "나도 하나 줄래?"라고 미소를 짓는 것. 누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가거나 약속을 어겼을 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하고 따져 묻는 것, 그러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흘리는 것. 그런 것들이 내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기왕이면 아예 안 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사람이 너무 잔잔한 호수처럼 보여도 이상한 애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런 것도 '아주 가끔씩은' 해야 한다고 - 39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엇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 오로지 찍혀 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예를 들어, '갈색 쿠션이 있는 육각형의 집에 노란 머리의 여자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책의 문장이라면 영화나 그림은 여자의 피부, 표정, 손톱 길이까지 전부 정해놓고 있었다. 그 세계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 50


나는 너를 사랑하겠노라. 그것이 죄가 될지 독이 될지 혹은 꿀이 될지 영원히 알 수 없더라도 나는 이 항해를 멈추지 않으리. 의미는 전혀 와닿지 않지만 상관없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책의 향을 느끼며 한 글자 한 글자, 모양과 획을 눈으로 천천히 좇는다. 그건 내게 아몬드를 씹는 것만큼이나 신성한 일이었다. 눈으로 충분히 글자를 더듬었다고 생각되면 이번엔 소리를 내어 읽어 본다. 나는, 너를, 사랑하겠노라, 그것이 죄가, 될지, 독이, 될지, 혹, 은꿀이, 될지, 영원히알, 수없, 더라, 도나, 는, 이항, 해를, 멈추, 지않, 으리 - 51


엄마가 바닥에 피를 흩뿌리며 나동그라졌다. 나는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밀었지만 할멈이 소리를 지르며 몸으로 막아섰다. 남자는 망치를 땅에 떨구곤 다른 손에 쥔 칼로 공기를 몇 차례 벴다. 나는 유리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할멈은 고개를 저으며 온 힘을 다해 문을 막았다. 할멈은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내게 무언가를 반복해 말했다. 그러는 동안 할멈의 뒤로 남자가 다가왔다. 뒤를 돌아 남자를 본 할멈이 커다랗게 포효했다. 하지만 단 한 번뿐이었다. 할멈의 거대한 등이 내 눈앞을 가렸다. 유리에 피가 튀었다. 빨갛게, 더 빨갛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점점 더 빨개지는 유리문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저 멀리 얼어 있는 전경들이 보였다. 마치 남자와 엄마와 할멈이 한 편의 연극이라도 벌이고 있다는 듯 모두들 꼼짝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모두가 관객이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 61


대부분은 침묵했고 몇몇은 말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긴, 답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그럴 버도 했다. 할멈도 그 남자도 모두 죽어 버렸다. 엄마는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므로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사라졌다. 나는 질문을 입 밖에 내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분명한 건, 엄마와 할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할멈은 영혼과 육식이 모두, 엄마는 껍데기만 남은 채로, 이제 내가 아닌 누구도 두 사람의 인생을 기억하지 못할 거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장례가 끝난 다음, 정확히 내 생일로부터 여드레 후, 나는 한 살을 더 먹었다. 그렇게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이제 완전히 혼자였다. 남은 건 엄마의 헌책방에 쌓인 무수한 책뿐이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의 것이 사라졌다. 더는 집 안에 연등과 반짝이는 전구를 달 필요도, 희로애락애오욕을 외울 일도, 내 생일 밥을 먹으로 인파를 뚫고 시내까지 나올 이유도 없어졌다 - 66


아주머니의 낮빛이 붉어졌다. 그녀가 나간 후 나는 잠깐, 엄마라면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말하기를 바랐을지 생각해 봤다. 아주머니의 반응을 봤을 때 내가 실수를 했다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실수한 건지, 그 실수를 실수가 아닌 것으로 만들려면 어떤 부분이 수정됐어야 하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해외여행을 갔다고 할 걸 그랬나, 아니다. 그랬더라면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주머니는 계속 질문을 던졌을 거다. 아니면 책값을 받지 말았어야 할까. 그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침묵은 금, 그 속담을 참고하기로 했다. 웬만한 질문엔 답하지 말 것, 그런데 그 웬만함의 기준도 헷갈린다 - 73


책상 구석에 세워 둔 작은 액자 속의 우리 셋은 변함이 없었다. 웃고 있는 모녀와 표정 없는 나, 이따금씩 엄마와 할멈이 여행을 간 건 아닐까 하는 헛된 공상을 하곤 했다. 물론 결코 끝날 수 없는 여행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내 세계의 전부였다. 하지만 할멈과 엄마의 부재로 알게 된 건 세상에 다른 사람도 존재한다는 거였다. 그 첫 번째가 심 박사였다. 박사는 가끔식 책바에 들러 빵을 놓고 가거나 내 어깨를 꽉 잡으며 힘내라고 애기했다. 힘이 빠지지도 않았는데 - 81


생각해 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박사의 말대로 평범하다는 건 까다로운 단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게는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평범해지는 것에 - 90


그런데 따지고 보면 예감이라는 게 '그냥 문득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들은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조건과 결과로 나뉘어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결과를 예측하게 된다. 그러니까 예감이란, 사실은 매우 인과적인 데이터다. 과일을 믹서에 갈면 주스가 될 것을 아는 것처럼, 남자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나에게 그런 '예감'을 주었다 - 92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 132


공식적으로, 그러니까 아이들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는 '적'이었다. 그동안 벌어진 일들만 보더라도 마땅히 그래야 했다. 그래서, 누가 그러자고 정한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곤이와 나는 서로 모른 척했다. 말을 섞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칠판지우개나 분필처럼 그저 학교를 구성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거기서는 누구도 진짜가 아니었다 - 139


계절은 어느덧 5월의 초임에 들어서고 있었다. 5월 정도면 많은 게 익숙해진다. 신학기의 낯섦도 사라진다. 사람들은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려운 건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거다. 언 땅이 녹고 움이 트고 죽어 있는 가지마다 총천염색 꽃이 피어나는 것, 힘겨운 건 그런 거다. 여름은 그저 봄의 동력을 받아 앞으로 몇 걸음 옮기기만 하면 온다. 그래서 나는 5월이 한 해 중 가장 나태한 달이라고 생각했다. 한 것에 비해 너무 값지다고 평가받는 달, 세상과 내가 가장 다르다고 생각되는 달이 5월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게 움직이고 빛난다. 나와 누워 있는 엄마만이 영원하 5월처럼 딱딱하고 잿빛이었다 - 152


나비가 있던 자리에 작은 점 같은 흔적이 남았다. 나는 나비가 편안한 곳으로 갔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비가 불편에 처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있었던 일이 눈싸움 같은 거였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게임이었다. 먼저 눈을 감는 쪽이 지는 것뿐이었다. 그런 종류의 싸움에서 나는 언제나 승자다. 사람들은 눈을 감지 않으려고 기를 쓰지만, 나는 애초에 눈을 감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 158


곤이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단순하고 투명했다. 나같은 바보조차 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그게 곤이가 인생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우린 서로를 닮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너무 무뎠고,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 171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빼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를 형편없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171


저 멀리 도라가 서 있다. 강한 바람에 머리칼이 왼쪽으로 높이 쏠렸다. 길고 윤이 나고 하나하나가 굵은 실처럼 두꺼운 머리칼이었다. 그 애의 걸음이 느려졌고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얀 얼굴에 주근깨가 몇 개 박혀 있고 바람을 피하느라 얇게 뜬 눈에 속 쌍꺼풀이 져 있다. 그 눈이 나와 마주치자 놀라듯 조금 커졌다. 갑자기, 바람이 목적지를 바꾸었다. 도라의 머리칼이 천천히 방향을 바꿔 반대쪽으로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 애의 냄새를 실은 바람이 내 코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맡아 보는 냄새였다. 낙엽 냄새 같기도 하고 봄날 새순의 냄새 같기도 했다. 모든 반대되는 것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냄새였다.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코 앞에 서 있었다. 그 애의 머리칼이 내 얼굴을 때렸다. 아, 내가 짧게 신음했다. 따가웠다. 갑자기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하나 내려앉았다. 무겁고 기분 나쁜 돌덩이가 - 193


나는 알고 있다. 곤이가 착한 아이라는 걸, 하지만 구체적으로 곤이에 대해 말하라면 그 애가 나를 때리고 아프게 했다는 것, 나비를 찢어 놓았다는 것, 선생에게 패악질을 부리고 아이들에게 물건을 집어 던졌다는 것밖에 말할 게 없다. 언어라는 건 그랬다. 이수와 곤이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거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알아요. 곤이는 좋은 애예요" - 223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윤 교수는 곤이를 낳지 않는 쪽을 선택했을까? 그랬더라면 그들 부부는 그 얘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다. 아줌마는 죄책감에 병이 걸리지도 않았을 거고, 회한 속에 죽지도 않았을 거다. 곤이가 저지른 골치 아픈 짓들도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역시 곤이가 태어나지 않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그 애가 아무런 고통도 상실도 느낄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은 의미를 잃는다. 목적만 남는다. 앙상하게 - 224


고통을 내지르는 숨소리가 모두 허연 입김으로 나오는 지금과는 달리 한여름이었다. 그때는, 그때 우리는 여름의 정점에 있었다. 여름, 과연 그런 때가 있기나 했던 걸까. 모든 게 푸르고 무성하고 절정이었던 때가. 우리가 함께 경험한 게 정말로, 진짜였을까 - 243


내가 속삭였다. 그것의 이름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외로움인지 아픔인지, 아니면 두려움이었는지 환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무언가를 느꼈을 뿐이다. 구역질이 났다. 떨쳐 내고 싶은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런데도 멋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졌다. 천천히 눈이 감겼다. 울고 있는 곤이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사실, 내 이야기의 끝은 여기다 -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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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의 기적 - 인생을 바꾸는 아침 기상의 힘
제프 샌더스 지음, 박은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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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아침 5시의 기적'을 쓴 저자 제프 샌더스는 트루먼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현재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47가지 생산성 자기진단 전략을 개발한 생산성 코치로 활동 중이다. 50km 울트라 마라톤 3회, 하프 마라톤 10회 이상을 완주했을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는 단 한 사람이라도 아침의 기적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팟캐스트를 통해 아이튠스 자기계발 및 비즈니스 분야 청취율 1위에 올랐고, 누적 다운로드 횟수 350만 이상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 책을 읽은 이유


예전만 하더라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몸이 나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를 한 후 아침 식사만 해도 출근까지 10여 분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며 가끔은 그것도 모자라 허둥지둥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됐고 최근 따뜻해진 날씨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할까 생각 중에 우연히 '아침 5시의 기적'이라는 책을 보게 됐다. '정말 저자는 아침 5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보낼까'라는 궁금증도 들어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 느낀 점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나날이 이어지다 보니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최근엔 몸이 둔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불규칙적인 식습관이 합쳐져 건강이 나빠졌음을 느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알게 된 '아침 5시의 기적' 저자인 제프 샌더스 역시 자기계발을 시작하기 전에 나와 마찬가지로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는 그가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좋았던 경험들을 토대로 장점에 관해 이야기해주며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어떤 것인지 상세히 말해준다. 사실 책 제목처럼 누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재미와 즐길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기란 정말 어렵다.


평소의 나는 퇴근하고 귀가 후 집안일을 하고 TV를 보다가 게임 한 판 하거나 책이라고 보려고 몇 페이지 읽다가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켜고 뉴스를 보거나 웹툰을 보다보면 오후 12시가 넘어버린다. 전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취침했다가 다음날이 지나면 또 다시 반복적인 삶을 살기에 언제부턴가 인생의 재미를 느끼질 못했다.


제프 샌더스는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생의 목표를 찾으라고 충고한다. '아침 5시 설계도'라는 피라미드 형식의 표를 통해 인생 목표를 장·단기로 세울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 중간 중간에는 제프 샌더스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솔직한 조언으로 누구나 쉽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팟캐스트 다운로드 수 350만 명을 돌파한 기록을 가진 그답게 목표와 계획을 세분화하여 쉽게 이룰 수 있는 법을 알려주기에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을까?'라는 도전 욕구를 일으켜준다.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침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일주일,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제프 샌더스는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습관을 평생 지속하는 방법에 관해 책 마지막 부분에 '실행 프로그램'이라는 액션 플랜을 보여준다. 책에 나온 매뉴얼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자기관리 책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느꼈다.


인생을 살면서 매일 반복적인 생활로 인해 재미가 없다던가 따분해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았다. 그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목표를 계획하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기 바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재미를 느끼려면 장기적인 목표가 아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단기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침 5시의 기적'을 통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인생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계획적으로 이부를 박차고 일어나 아침식사 전에 하루의 주도권을 잡는 기적 같은 행동이다 - 20


나는 아침 5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꼭 새벽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해 뜨는 시간과 반드시 연관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며 누군가는 그 기적을 정오에 즐길지도 모른다. 아침 5시는 상징성을 갖는 시간일 뿐이며 당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실천하면 된다 - 23


현대사회에서 편안함은 집중력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며, 위대한 포부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편안함처럼 목표를 빨리 포기하게 만들거나 긴장을 풀어버려 집중력을 잃게 하는 장애물도 없다. 뇌는 본능적으로 편안함, 익숙함, 반복을 추구하는데 이것이 바로 강력하고 무의식적인 습관이 생기는 이유다 - 35


평소 취침 시간이 11시 정도이고 앞으로는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들고 싶다면 차이가 나는 90분을 15분 단위로 줄여가며 계획을 세운다. 변화 과정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가장 좋으므로 새로 정한 시간에 익숙해질 때까지 더 일찍 일어나기 위해 무리하지 말자. 그 과정이 오래 걸린다고 걱정하지 마라. 익숙해졌다고 느낄 때마다 시간을 조정하자. 일정이나 신체가 변화에 반응하는 상태에 따라 내일, 다음 주 또는 지금부터 몇 주간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도 괜찮다 - 56


이 책의 주제인 '일찍 일어나는 것'은 세상을 뒤흔들 대단한 혁명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침 5시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습관으로 내면에 숨어 있는 멋진 내 모습을 일깨우는 돌파구를 찾았고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작은 경첩 덕분에 큰 뭄이 쉽게 열리고 닫히듯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주 작은 습관으로 미래를 판가름할 목표에 눈에 띄는 진척이 이뤄진다. 또한 내면에 잠든 최고의 모습에 어느 때보다 빨리 다가가고 무엇을 상상하든 이뤄지도록 추진력을 얻는다 - 72


훌륭한 생산성 시스템의 비결은 간소함에 있다. 따라서 나는 분기별 계획표를 간단하게 작성하도록 설계했다. 이제 나는 서둘러 할 필요도 없는 중요치 않은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짧게 작성한 목록의 맨 위에 있는 계획부터 실행한다. 분기별 계획표를 알기 전 나는 단순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추가하면 생산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생산성을 위주로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유별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여기서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높은 생산성을 경험하면 그 기분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미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업무 대신 끝내기 쉬운 일이 '할 일 목록'에 자리를 차지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분기별 계획표는 시간을 우선시하고 일을 끝냈다는 자체만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목록에서 제거하도록 돕는다. 그렇다고 생산성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당신이 확실한 이유로 생산성을 체감했으면 한다. 나중에 자기 자신에게 목표 달성 과정이 감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따랐는지 물어야 한다 - 94


습관은 성격, 인간관계, 건강, 재정 상태, 경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알다시피 사실상 습관이 인생을 형성한다. 결국 자신의 최고 버전이 되고 싶으면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핵심은 실수로 나쁜 습관이 생기는 상황을 방관하지 말고, 쓸모 있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꾸준히 반복하는 데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인생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 107


이상적인 일주일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미리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미래를 적극 구상해보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게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일주일 동안 구체적인 규칙, 건강한 습관, 생산적인 약속을 계획했다고 확신할 때 계획 없이 행동할 때보다 목표를 더 확실히 성취할 수 있다 - 122


아침 5시 전문가가 되려면 아마추어 상태에서 벗어나 성공을 목표로 하는 세계로 들어서야 한다. 아침 5시 전문가는 정해놓은 기상시간에 일어난다. 또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으며 이를 기필코 성취하기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준비한다. 아침 5시 전문가는 건강한 습관으 실천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전략적으로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고 싶어 한다. 아침 5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으며 미리 정해진 결승점에 통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건 당장 인생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고 열정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는 당신의 강한 의지다.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은 당연히 인생에 도움을 주지만 이것 역시 내 주장일 뿐이다 -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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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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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쓴 저자 카르리네 마르살은 웁살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의 편집 주간을 지내며 국제 금융, 정치와 페미니즘에 대한 기사를 주로 썼다. 이후 경제학과 가부장제의 관계를 논한 저서 '유일한 성'으로 2012년 스웨덴에서 유력한 문학상인 아우구스트프리세트의 논픽션 부분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 책을 읽은 이유


평소 경제학, 경영학과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경제학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라는 책을 보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키워드 중 하나인 페미니즘과 평소 관심 있었던 경제학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을 말했던 애덤 스미스의 저녁상은 대체 누가 만들어 줬는지, 그 저녁상이 경제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이 책을 고르게 됐다.


# 느낀 점


평소 직장 생활을 하거나 인생을 사는 등 우리 인생에서 경제학이란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제 활동 뒤 편에서는 우리 모두를 보살펴주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 그 손이 아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는 동안 그의 저녁상을 차려준 바로 그 손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경제학 이론에서부터 여성이 아닌 남성만을 기본 베이스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책을 읽는 동안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평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차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나 역시 차별하거나 함부로 판단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이에 따라 페미니즘 사상에 관해 관심을 둔 바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여성이 얼마나 불리한지를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적 인간'에는 여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 역시 학창시절에서부터 배웠던 사회와 경제 과목에서 수많은 사례에서 남성과 여성을 따로 나누지 않는다. 그런한 점에서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는 또 다른 관점에서 경제학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 줄거리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는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합리화하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한다. 또한 경제학이 여성을 무시하는 예와 함께 월스트리트, 현대의 금융 위기, 세계적인 기업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세계 여러나라에서 여성들이 경제학적으로 어떤 차별을 받는지 상세히 말하고 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경제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과학이라고 묘사되어 왔다. "사랑은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전체다. 따라서 사랑은 아껴서 사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곳에 써 버려서는 안 된다. 사랑으로 사회를 움직이면 개인적인 삶에서 사용할 사랑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찾기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경제학자들은 사회를 조작하는 데 사랑 말고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20


경제학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경제학은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피는 학문이었다. 본질적으로, 경제학은 주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익을 보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기술하는 역사였다. 모든 상황에서,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것은 여전히 주류 경제학 이론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우리가 "경제학자처럼 생각한다"라고 말하면, 보통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특정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류가 보여 주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지 모르나, 가장 정확하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이루어 내려면 현실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디ㅏ. 도덕성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으면 좋을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를 표현하고, 경제학자들은 그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데 말한다 - 22


애덤 스미스는 식탁에 앉았을 때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교환을 통해 충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의 저녁 식사가 식탁에 오른 것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요구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스테이크를 실제로 구운 것은 누구였을까? 애덤 스미스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이 경제학의 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집안일을 돌봤고, 사촌이 돈 관리를 했다. 애덤 스미스가 관세 위원으로 에든버러에서 일하게 되자 어머니도 함께 이사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아들을 돌봤지만, 저녁 식사가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를 논할 때 애덤 스미스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에 속해 있다 - 30


매일 아침 15킬로미터를 걸어가서 식구들에게 필요한 땔감을 모아 오는 11세  소녀는 국가의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총 결제 활동을 측정하는 GDP를 계산할 때 그녀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 성장에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정원을 가꾸고, 형제자매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집에서 기르는 소의 젖을 짜고, 친절들의 옷을 만들고,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쓸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활동 중 어떤 것도 주류 경제학의 '생산 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이지 않는 성이 있다 - 31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믿음은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오면서 거의 시장의 역사에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신화로까지 발전했다. 이 신화에서는 전쟁을 하지 말고, 대신 돈을 벌자고 말한다. 마치 그 두 가지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인 양, 사람들은 서로의 경제적 이익이 밀접하게 얽히면 과거에 존재했던 원초적 갈등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촌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가 이슬람교도라고 해서 총을 쏘지는 않을 것이다. 사업의 성패가 손에 달려 있다면 그가 자신의 딸과 잠자리르 같이했다고 해서 그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런 행동들을 막는다 - 47


여성들이 수천 년 동안 경제적, 정치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영역에서 대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저 우연히 생긴 실수였던 게 틀림없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인간이 될 수 있다. 남성이 독립적이고 자립적 인간으로서 경쟁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여성도 그럴 수 있다. 분명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달리 어떤 형태의 인간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 56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일 뿐이다. 여성이 집에 머무르면서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의 육체에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의 의미는 말 그대로 육체의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수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성만의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의 의미는 여성만이 쾌감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이사회의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 61


경제학의 일부가 되고 싶다면 경제적 인간처럼 되어야 한다. 그의 남성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가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의 뿌리에는 항상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바로 경제적 인간이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이 밖에 다른 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든 모든 것. 그가 이성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감정이 되어야 한다. 그가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육체가 되어야 한다. 그가 독립적이라면 누군가는 의존적이어야 한다. 그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복종해야 한다. 그가 이기적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적이어야 한다. 애덤 스미스가 저녁 식사에 들어간 노동을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를 위해 스테이크를 요리해야 한다 - 66


경제학을 조금도 공부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학적 논리'라는 것은 그냥 아무 논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에 관한 거대한 담론'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근복적인 동기가 경제적이기 때문에 경제학자야말로 인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조직해야 우리의 가장 내적인 본성에 이로운가를 알려 줄 수 있다. 우리의 가장 내적인 본성은 물론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가장 낮은 가격을 찾아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 80


여성은 보수를 받는 고용 시장에 진입했고, 이에 따라 집안일의 많은 부분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하려면 직장에 출근할 때 집안일은 버려 둬야 했다. 이제 능력을 발휘할 시간, 그리고 이기적이 되어야 할 시간이다. 모든 걸 바쳐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대체 무엇을 어디에 바친다는 말인가? - 92


경제학자들은 남성이 자기 가사 도우미와 결혼하면 그 나라의 GDP가 감소하고, 자기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면 GDP가 상승한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농담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성 역할을 보는 관점에서 잘 나타는 예다. 이처럼 똑같은 일이 어떤 때는 GDP에 포함되고 어떤 때는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결혼한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투입된 후, GDP에 포함되는 일을 하는 시간이 늘고, 그러지 않는 일에 들이는 시간이 줄었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는 GDP가 극적으로 증가했다. 이 증가치는 정확한가? 그동안 아무도 가사노동을 경제적으로 환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의 증가분을 실제보다 더 높이 평가했을 수도 있다. 사실 세탁기, 전자레인지, 믹서 등의 보급으로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증가분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상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 94


어머니가 되면 모든 것이 충돌한다. 서로 분리돼야 할 공적 영역과 사정 영역이 갑자기 한데 섞인다. 출근할 때 버려두고 온 사적인 자아 곁에 임신한 배까지 두고 나오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장에 가정의 흔적을 가지고 가야만 한다.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 이상의 그 무엇을. 그것은 그녀도, 보수 노동의 세계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다. 경제적 인간은 모유가 나오는 가슴도, 호르몬도 없다. 그에게는 육체가 없다. 아기가 그의 어깨에 토한 적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 100


세계 주식시장이 한 번 출렁이고 나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수백만 명의 실업자는 한 나라의 재정 적자를 초래하고, 정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노인들의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먹이고, 간호하고, 손을 잡아 줘야 하는 노인들의 수는 변함없다. 더 적은 수의 간호사들이 같은 양의 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 그들의 허리와 관절이 버텨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금융 카지노에서 눈 깜짝할 사이의 가격 변화에 거는 도박의 실수가 낳는 여파는 어느 간호사의 왼쪽 무릎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나 금융계의 우두머리들이 계산을 넣겠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바로 그 무릎 말이다 - 139


300마이크로초 만에 온 세상을 열두 번 샀다 팔았다 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든 없든, 수학 모델의 우아함이 얼마나 유혹적이든, 경제학의 핵심은 인간의 육체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을 하는 인간의 몸, 누군가를 돌보는 몸, 다른 몸을 만들어 내는 몸, 태어나고 나이 들고 죽어 가는 몸, 성별이 있는 몸,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 많은 도움이 필요한 몸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회 말이다 - 141


애덤 스미스는 사랑을 병에 담아 보존하고 싶어 했다. 경제학자들은 그 병에 라벨을 붙이고 '여성'이라고 썼다. 내용물은 다른 것과 절대 섞이면 안 되었고, 자물쇠가 달린 장에 잘 보관되어야만 했다. 이 '또 다른 경제'는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간주됐다. 사실이건 경제도 아닌, 전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마르지 않는 천연자원이었다. 후에 시카고 학파 경제학자들은 이 '또 다른 경제'가 부의 창출과 전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가정과 결혼 생활에도 시장 원칙을 적용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과 돌봄의 손길을 진정으로 사회 안에서 보존하기를 원했다면, 그것을 제외하는 대신 돈과 자원을 들여 지원하려 노력했어야 한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 위주로 경제를 구축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를 선택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경제에 대한 개념에 끼워 맞춰 인간을 새롭게 정의했다 - 188


"신은 모든 이와 함께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돈이 많고 가장 큰 군대를 가진 사람들을 선택한다" 프랑스 극작가 장 아누이의 말이다. 경제적 인간은 이러한 세상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 세상에 영감을 주고, 이 세상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은 자신을 설명하고 자신의 논리를 펼친다. 즉 부자들은 더 큰 부자로 만ㄷ르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논리 말이다. 신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경제적 인간은 우리에게 다른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경제적 인간처럼 행동하는 한 다른 어떤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207


경제적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애덤 스미스가 상상한, 다른 사람과 교환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경제적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장치다. 은행 강도짓을 하거나, 의대를 그만두거나, 치아 미백 시술을 받는 것, 이 모든 게 기업 경영 과정에서의 선택과 동일한 종류의 선택이고, 미래의 손익을 잘 따져 내린 결정이다. 자신에 대한 투자가 성공적인지 아닌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제 체제는 인간의 본성과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누가 우리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마르크스가 언급했던 갈등은 해소됐다. 그러나 그가 상상했던 방식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생산 수단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변해 버린 것이다 - 220


주류 경제학 모델이 내세우는 인간에 대한 가정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는 30년도 넘었다. 경제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현실에서는,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에게 매달린다. 그에 대한 비판이 아무리 게서도 그는 여전히 경제학과 동의어로 통하고, 우리의 삶처럼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 결과는 어떻든 상관없는 듯하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경제 모델이 아무리 세계경제를 빈번하게 파탄으로 몰아넣어도 상관없는 듯하다. 그런 모델들이 아무리 반복적이고 시장의 팽창과 공황, 변덕을 예측하는 데 실패해도 상관없는 듯하다. 우리는 여전히 그를 놓지 않는다 - 229


경제적 인간을 소리 높여 면밀히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은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경제적 인간은 여전히 경제학과 동의어로 간주된다. 일상생활에서 '경제학적 논리'를 말할 때 늘 경제적 인간이 등장하고, 그를 반대하는 수많은 비판은 고작해야 보완적인 의견으로 치부된다. 무대의 중앙을 차지하는 것은 경제적 인간이고, 누구나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야만 한다 - 230


남성은 이성이었고 여성은 감성이ㅓㅆ다. 남성은 두뇌, 여성은 신체, 남성은 독립, 여성은 의존, 남성은 능동, 여성은 수동, 남성은 이기적, 여성은 자기희생적, 남성은 견고함, 여성은 부드러움, 남성은 계산적, 여성은 예측 불가능, 남성은 합리적, 여성은 비합리적, 남성은 고립된 존재, 여성은 다른 것과 연결된 존재, 남성은 과학적, 여성은 마술적, 남성은 우리에게 목숨을 바칠 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여성은 삶을 바칠 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이것이 우리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이것이 우리가 따라야 할 춤 동작이다. 이것이 정말로 한낱 춤동작에 지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 239


경제학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합리적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개인이다. 이런 특징들은 전통적으로 늘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들을 중성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특징에 성별은 규정되지 않는다. 남성은 한 번도 두 성별 중 하나로 구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간은 유일한 성이다. 동시에 경제적 인간을 탄생시킨 이론에서는 돌봄과 사려 깊음, 외존을 상징하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학 이야기에 포함되기를 원하면 경제적 인간처럼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가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늘 따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경제적 인간이 그 자신에게 존재하기 위해 삭제될 수밖에 없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이 덕분에 경제적 인간은 자신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243


우리는 경제적 인간을 통해 불안감으로부터 도피한다. 모든 것이 확실하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 공의 부피는 아주 작은 정사각형으로 나누고 나눠서 계산해 낼 수 있다. 삶도 그런 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인간의 이동과 그런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힘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의 추상적인 벌칙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는 약함으로부터 도피한다. 우리는 고개만 까딱해도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우주의 주인이다. 경제학의 이야기에서는 것만이 세상이 가진 유일한 기능인 것처럼 보인다. 시장은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가치 없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가치 있는 사람들 앞에 굴복한다 - 254


우리가 만들어 낸 경제 언어로는 전체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인간뿐이다.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그녀를 경제적 인간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조각, 그림, 그리고 심지어 그것들을 볼 때 느끼는 감정마저도 시장의 재화로 만들어야만 한다. 우리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이를 경쟁 관계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현상이 모델에 들어맞지 않으면, 흠, 그건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그 현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그가 여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학의 성별은 한 가지다. 여성은 그처럼 되려고 노력하거나 그와 반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의 합리성과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가진 견고한 논리를 보완하고 균형을 잡아 주는 쪽, 여성이 스스로 그쪽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자유 의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 261


어떤 종류의 립스틱을, 누구를 위해, 어떤 색으로, 얼마 정도의 가격으로 생산할지 결정할 때는 시장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주 좋다. 그러나 미국의 풍자 비평가 H. L. 멩켄은 양배추보다 장미의 향기가 더 좋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장미로 더 맛있는 수프를 만들 수 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리를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논리가 어떤 부분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에 다 적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장 논리를 모든 것에 적용하는 것이 최근 몇십 년 동안 경제학자들을 사로잡은 가장 큰 프로젝트가 되었다. 우리가 경제 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공식적인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즉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왜 존재하며,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를 밝히는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제적 인간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가 여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 268


무엇이 의존이고 누가 누구에게 기생해서 사는가를 결정한느 것은 항상 정치적인 문제였다. 애덤 스미스가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가, 어머니가 애덤 스미스를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존한 채 살아가고, 따라서 사회는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항상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이야기할 매체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제학에 인류의 현실적인 경험을 위한 자리는 없다. 주류 경제학 이론은 허구의 인물,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인물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이 당연히 인류가 직면한 바로 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심지어 남성마저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 남성적 특성에 대한 가정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 282


우리의 관계는 경쟁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 자연을 적대적인 상대로 간주할 필요도 없다. 모든 부분을 합친 것보다 전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은 기계 혹은 정교한 기게적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경제적 인간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헛되다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많지만 이 문제만큼은 헛되다 외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정의 목표는 바뀔 수 있다. 세상을 소유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편안하게 살려고 애쓰는 여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소유는 집착이다. 죽은 물건을 손으로 감싸고 "이건 내 거야"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반면, 세상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은 무엇이 자기 것이라고 선언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우리는 신발을 벗는다. 한동안 그곳에 머무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 286


2008년 대규모 금융 위기는 이를 초래한 경제 사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은 채 지나갔고, 모두 그런 위기는 불가피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은행들은 무너졌지만 사상은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경제적 인간이 우리를 얼마나 완벽히 유혹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도 그런 일이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패미니즘 없이는 경제적 인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고, 경제적 인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서는 중요한 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 마거릿 더글러스는 퍼즐에서 빠진 조각이다. 그러나 빠진 조각을 찾았다고 해서 항상 해결책이 명확히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진실 중 하나다. 여기에 한 가지 꼭 덧붙여야 한다. 바로 "공짜 돌보기는 없다는 말이다 -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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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2 - 지금, 여기서 행복하라 야단법석 2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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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로 위로해주는 법륜 스님의 말씀은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건 꼭 내 잘못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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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Model - 미래의 기회를 현재의 풍요로 바꾸는 혁신의 사고법
가와카미 마사나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3.0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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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모델'을 쓴 가와카미 마사나오는 효고현립대 경영학과 교수로 '비즈니스 모델의 그랜드 디자인'으로 지난 2013년 일본공인회계사협회 학술상(MSC상)을 수상했다. 그는 효고현립대에 취임 후 연구를 통해 체계화시킨 이론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시키는 일에 몰두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사업의 모델을 변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많은 기업이 앞 다퉈 찾는 현장 전문 경영학자로 평가 받았다.


# 책을 읽은 이유


현재 여행 마케팅 관련된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란 무엇일까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하이브리드 프레임을 쉽게 소개하는 책을 만났다. 또한 '모델'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인 코스트코, 유니클로, 질레트, 라인, 스타워즈가 실제로 쓰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설명해준다. 평소 관심 있던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어 이 책을 고르게 됐다.


# 줄거리


'모델'에 나오는 주인공 스도는 레오리아스 회사에서 스포츠화 영업부를 맡고 있다. 평소와 같이 회사를 다니고 있던 스도에게 어느 날 사장인 무로후시 레이가 호출했는데 그는 스도에게 회사의 모델을 바꾸고 싶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라고 한다. 기간은 6개월, 제품뿐만 아니라 이익 구조까지 바꿀 수 있게 대대적인 혁신을 바랬다.


회사 사장의 말에 스도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해하다가 여자친구와 함께 간 서점에서 세이토 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인 가타세 요지가 쓴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의 디자인 전략'이라는 책을 보게 된다. 그 책을 읽으며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배운 스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회사 내에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한다.


그는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의 디자인 전략'을 쓴 가타세 요지를 직접 만나며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비즈니스 모델과 하이브리드 프레임에 배우며 회사 내 팀 멤버와 함께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프로젝트를 착수해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델과 이익, 가치 제안, 하이브리드 프레임, 이익 혁신은 물론 유니클로,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잉크젯 프린터, 질레트 면도기, 네스카페 바리스타, 구글, 드롭박스, 라인,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포켓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토론하며 '모멘템' 제작을 연구한다.


'모멘텀'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이야기 그렇듯 스도 역시 큰 위기를 맡는다. 회사 내에서도 광고비도 지원되지 않는 등 역경을 맞게 되지만 그럴수록 스도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 힘쓴다. 그는 결국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며 위기 속의 회사를 살려낼 '모멘텀'을 제작하게 되고 이후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해낸다.


# 느낀 점


보통 회사에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구상하면 고객 가치를 생각하는 우뇌계와 회사 이익을 생각하는 좌뇌계 둘 중 하나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하이브리드 프레임이란 우뇌계와 좌뇌계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으로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사업 구상과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실제 회사에서 있을 듯한 상황으로 풀이하면서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위기 속 회사를 살려낼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스도를 볼 때면 실제 사업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구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같이 고민하게 된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익을 쫓기 위해 한 가지만을 염두하거나 남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트렌드만을 따르며 전략의 한계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려면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일이 타인에게 있어 어떤 기능으로 도움이 될 지 염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현재 나 역시 마찬가지로 마케팅 쪽 관련 일을 하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모델을 구상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하나의 게임인 것 같은 재미가 있기도 하다. 나와 마찬가지로 회사를 경영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모델'에서 이야기하는 하이브리드 프레임과 가치 제안, 이익 혁신에 관해 배워두는 것을 추천한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을 더 유익하게 하는 일, 경영자가 창조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일이다. (중략) 하지만 타인에게 빌리거나 투자를 받은 자본으로는 하고 싶을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자신이 번 돈이라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익이며 내부유보, 즉 자기자본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의 매출액이, 그 매출을 올리는 데 지출한 비용을 웃돌아 이익이 나야 비로소 회사에 돈이 모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델은 기업이 단순히 돈을 왕창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후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자본금을 계속해서 자력으로 생성해내는 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구조다 - 36


니즈는 상품이 어느 정도 인식된 상태에서 고객이 갖는 욕구다. 아직까지 본 적이 없는 물건이나 대체품이 있다는 사실을 기업은 커녕 고객조차 알지 못한다. 따라서 니즈가 아니라 용건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건이 니즈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 66


비즈니스에는 좌뇌계와 우뇌계의 활약이 모두 필요하므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하이브레드 프레임입니다. 여기서는 고객가치를 우측에, 이익을 좌측에 두고 각각 세 가지 의문사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 질문이 누구에게(who), 무엇을(what), 어떻게(how)인 것이지요. 이 질문을 고객가치와 이익, 양방향으로 동시에 던지는 것이 이 사고법의 특징입니다 - 76


가치는 제품을 만드는 측에서 정할 수 없다. 가령 여러분의 회사가 취급하는 상품의 가치는 누가 정할까. 당신의 회사는 절대 결정할 수 없다. 당신 회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품질과 가격이지 가치가 아니다. 상대가 그 제품을 편리하고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게다가 편익을 얻기 위해 지불해도 좋다고 판단한 범위에서 가격이 결정될 때, 그 상대는 제품을 구입하는 동시에 가치도 느낀다. 다시 말해, 상대가 평가하는 그 제품의 편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렇듯 가치는 상대가 결정하는 것이다 - 80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에게 만족을,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오는 구조를 말한다. 바로 비즈니스의 설계도라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세상에 내보내기 전의 프로토타입이다. 이를 여러 번 수정하면서 비즈니스를 완성해가는 것이다 - 117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 생각해야 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고객가치 제안, 이익 설계, 그리고 프로세스 구축이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비즈니스의 목적을 잃게 된다. 게다가 제약 조건으로서의 이익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로 비즈니스의 큰 핵심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요소가 비즈니스를 실현시키는 프로세스다. 이 중에서 프로세스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때는 우선 고객가치와 이익을 상정해야 한다. 이 단계가 단단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처음부터 부실한 비즈니스가 되고 만다 - 118


사업가나 직장인은 우뇌나 좌뇌, 어느 한쪽을 기본으로 사용해서 일을 한다. 하지만 경영자는 좌뇌와 우뇌를 하이브리드로 이용한다. 고객가치를 생각하는 동시에 이익도 생각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실현시킬까 하는 '수단'에 관해서도 처음에 어느 정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사고법과 실현 수단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즉, 사업의 설계도이며 더욱 실무적으로 말하면 유능한 경영자의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는 도구다 - 119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 제품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 제품을 갖고 싶어서 사는 걸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 제품을 구매할 뿐이다 - 125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고객가치에 대한 질문으로 충분하다. 다시 말해, 어떤 한 제품을, 그것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어떤 가격대로 판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한 기능을 원하는 사람에게 싼 가격으로 팔 것인가. 전략론에서는 양자택일의 결정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익을 염두에 두기만 해도 이야기가 달라진다. 싼 가격에 팔 때는 이익을 도외시해도 좋다는 말이다 - 171


스펙 경쟁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고객을 나 몰라라 방치하는 일까지 생기는 거지요. 이것이 하버드대 크리스덴슨 교수가 강조한 '과잉만족 이론'입니다. 스펙을 높여서 가격을 올리지만, 고객은 누구도 이에 관심이 없습니다. 반면에 낮은 스펙이지만 편리한 상품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쏠리는 거죠. 하지만 기업은 고객의 이러한 요구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과도한 스펙 향상에만 더욱 투자를 지속하다가 결국에는 후발기업에 완전히 밀리는 겁니다 - 235


어떤 용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 제품을 선택하고 싶지만 우선은 구입 단계에서 여러 가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구입할 때 불편한 점이 있지요. 이것을 간단히 하기만 해도 고객의 평가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가령 기존 제품은 훌륭하지만 일부러 멀리 있는 판매점까지 사러 가야 한다면 이 불편한 여건이 일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게다가 문제를 해결할 때도 장애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술 중심의 회사는 지나친 차별화를 위해 제품에 기능을 너무 많이 집어넣습니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핵심을 이해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뭐든지 좋으니 마구 집어넣으면 고객에게 높은 평가를 얻을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큰 오산입니다. 그 결과, 오히려 사용하는 데 불편하기도 하거든요. 그것이 무엇에 사용되는냐, 어디에 도움이 되느냐, 어떤 일을 해결해주느냐 하는 핵심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더군다나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유지와 관리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도 그 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선이나 폐기, 또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생기거든요. 고객이 그다음 용건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그때 유지관리나 교체가 어렵다거나 페기가 번거롭다면 이것 또한 제품을 사용하는 데 방해가 되지요. 중요한 것은 모든 면에서 고객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구입할 때부터 사용할 때는 물론, 다 사용하고 난 뒤까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요. 이 일련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나타낸 것이 바로 '고객의 활동 체인'이라는 프레임워크입니다 - 236


비즈니스에 따라 알맞은 활동 체인을 적고 업게에서 누가 그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경기 결과표처럼 ○ 표시를 합니다. 그러면 어느 단계에서 미해결 용건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지요. 다른 사업가가 같은 용건을, 좋은 의미에서 힘을 합해 해결하려는 상황도 알 수 있고요. 그리고 그때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면, 즉 과금하고 있다면 ● 표로 바꿈으로써 사업자가 과금 포인트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솔루션과 과금, 양쪽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것을 '비즈니스 모델 커버리지'라고 부릅니다 - 251


막강한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에 정면으로 도전하면 비용 경쟁에서 결국 지고 만다. 물론 그만큼 가격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터넷이 지금처럼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는 라이벌의 재빠른 반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세계관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회사에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세계관을 경영 용어로 표현하면 '사업 단위'가 된다. 그리고 나는 더욱 명확하게 '이익완결 단위'라고 부른다. 솔루션의 정신이자 이익의 정신, 특히 이익을 어디서 완결시키느냐 하는 데서부터 일련의 솔루션 시리즈를 구성해보면 경쟁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 도전자 기업은 대기업의 경쟁 전략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발상이야말로 도전자 기업의 논리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최근에는 대기업도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시하고 있다 - 277


경영자가 왜 많은 이익을 필요로 할까. 그 진짜 이유는 그 기간 내에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는 아닐세, 올해의 이익으로 내년의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런 뜻이지.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에서, 만일 다음 해에 아무 할 일이 없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되지. 그보다는 고객에게 가격의 인하나 그 밖의 서비스로 환원해도 좋다고 생각하네. 내가 왜 많이 벌어야 한다고 했는가. 그것은 '셰이프업 연구소'를 비롯한 신규 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야. 제조 회사가 시작하는 그런 혁신적인 투자에, 금융기관이 선뜻 돈을 내어줄 리가 없거든. 그렇다면 '셰이프업 연구소'의 초기비용과 마케팅 비용, 그리고 전문 담당자의 인건비는 모멘텀으로 벌어들이는 수밖에 없었네. 즉, 혁신은 타인 자본으로는 불가능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자기자본, 그것도 내부유보로 하는 거라네 - 364


하이브리드 프레임을 사용하면 마케팅으로 성공한 회사뿐만 아니라 과금 방법으로 승리를 거둔 회사의 전략도 풀어낼 수 있다. 실제로 최근의 혁신자는 고객가치 제안만이 아니라 과금의 차별화를 추진해서 대규모 경쟁에서 업계의 패권을 거머쥐고 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맨은 우뇌와 좌뇌, 그 어느 한쪽에 중심축을 두고 일을 한다. 하지만 유능한 경영자는 하이브리드로 생각한다. 고객가치를 생각하면서 이익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다 -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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