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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ㅣ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평점 :
중국의 만화가이자 삽화가인 과지라[瓜几拉] 씨의 『당나라에 간 고양이(원제 '画猫·梦唐')』는 의인화한 고양이들을 통해 당(唐) 제국 사람들의 생활 풍속을 묘사한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측천무후, 양 귀비, 현종처럼 높으신 분들은 물론이고 여항의 이름 모를 백성들까지 모두 고양이가 됐습니다. 이 책에서 고양이들은 저 옛날 당인(唐人)들이 그러했듯이 호선무를 추고, 바둑을 둡니다. 그네를 타거나 사냥에 나서기도 하며, 정월 대보름과 단오절 같은 명절도 쇱니다. 이렇게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사람이지만, 가끔 고양이의 본성은 숨길 수 없는지 당묘(唐猫)들은 제 발을 스스로 핥기도 하고, 네 발로 뛰기도 해서 웃음을 줍니다.

책 표지를 장식한 측천무후 고양이의 위풍당당한 모습(독서신문)
고양이들의 귀엽고 깜찍한 모습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건 섬세하게 그려진 복식입니다. <괵국부인유춘도(虢國夫人遊春圖)>, <혁기사녀도(奕棋仕女圖)>, <도련도(搗練圖)> 등 유명한 그림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덕분에 세계 제국으로 발돋움하던 당 제국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 않더라도 당 제국과 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여다볼 만합니다. 또 그림 옆에 붙인 설명문에 이백, 두보 등 시인들의 시구를 적절히 인용해 그림의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예컨대 투호에 푹 빠진 고양이 궁녀들을 그린 장면을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당나라 시인 조당曺唐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선녀의 마음이 몹시도 심란하였는데, 투호놀이를 넋 놓고 보더니 한사코 돌아가려하지 않았다." 투호놀이를 보느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니, 이 놀이에 얼마나 심취했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또한 시인 왕건王建은 <궁사宮詞>에 이렇게 적었다. "한가로이 편을 나누어 앵두 내기를 하니, 얻은 것은 투호를 하느라 시큰거리는 손목이네." 궁녀들이 편을 나누어 앵두 내기 놀이를 했는데 얼마나 열중했던지 손목이 아픈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과지라 씨는 책 후기에서 『당나라에 간 고양이』처럼 고대의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앞으로 계속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속편이 언제 나올지, 어느 시대를 다룰지 모르겠으나, 벌써 기대가 됩니다. 동물을 의인화해서 옛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게 알리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고양이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2017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