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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 ㅣ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0
쥘 르나르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3년 6월
평점 :
비올른느는 (-) 마르소와 알게 되자마자, 그는 이 아이가 귀여워졌다. 이 아이의 얼굴빛이 안쪽으로부터 조명을 받은 것처럼, 부드럽고 산뜻한 붉은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게다가 마르소는 아무 까닭도 없이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매력있는 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친구들로부터 소녀처럼 귀여움을 받고 있다. (-)
그와 침대를 나란히 하고 있는 홍당무는 특히 그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얼굴은 횟가루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데다 허약한 체질에 후리후리하고 괴짜인 이런 홍당무가 아프도록 힘껏 핏기 없는 피부를 꼬집어 보았댔자 헛수고다. (-)
(-) 그날 밤은 비올론느가 오자 곧 귀를 기울였다. (-) 방 감독 비올론느가 왜 저렇게 남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하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
"변태! 변태!"
대답이 없다. 홍당무는 무릎으로 서서 마르소의 팔을 잡더니 힘껏 흔들면서
"안 들리니, 이 변태야!"
"잘들 노는구나!……내가 못 본 줄 아니? 그 녀석한테 뽀뽀를 하게 했지! 그런데도 그 녀석의 남자 첩이 아니란 말이야!"
그날 간단한 조사가 있은 뒤에 비올론느는 기숙사에서 쫓겨났다! (-)
(-) 학생들이 섭섭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비올론느는 보라는 듯이 일부러 쉬는 시간에 떠났다. 그가 트렁크를 짊어진 사환을 데리고 운동장에 나타나자,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들었다. 비올론느는 악수를 하고 모두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애정을 표현하곤 했다. (-) 마르소의 뺨은 그림물감으로 칠한 것처럼 장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처음으로 진짜 마음의 괴로움이라는 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 비올론느는 서먹서먹한 빛은 조금도 없이 마르소 쪽으로 향해 갔다. 바로 그때 와장창 하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모든 학생들의 눈길이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홍당무의 천연덕스럽고도 야만스런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울 안에 갇힌 파리한 작은 맹수 같은 느낌이었다. 긴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었으며 흰 이빨이 온통 드러나 있었다. 오른손을 삐죽삐죽한 유리창의 깨진 조각 사이로 내밀고는 피투성이가 된 주먹으로 비올론느를 위협했다.
"바보 꼬마 자식!"
방 감독은 소리쳤다.
"이제 속이 시원하냐!"
"왜?"
홍당무는 소리질렀다. 힘껏, 또 주먹으로 유리창을 한 장 더 깨면서,
"그 녀석한테는 뽀뽀를 하면서 왜 나한테는 뽀뽀를 안했지?"
그리고는 베인 손에서 흐르는 피를 얼굴에 문지르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말이야, 이렇게 하면 붉은 뺨이 될 수 있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