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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평점 :
<이모>를 읽으면서 대화를 전과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엄마가 그녀의 언니에 대해 말할 때 뭐가 생략되고 감춰져 있는가 유추할 수 있어서 놀라웠고 어떤 인물이 이야기에서 많이 말해졌고 등장하지만 정작 그 인물을 지배하는 것은 말해지(말하)지 않은 인물, 등장하지 않은 그녀의 남동생일 수 있다는 점, 그녀의 이름이 남자 같았다는 거, 친정에 대한 이야기, 그 짧은 제시만으로도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가능하게 구성된 걸 보고 감탄했다. 그런 작가의 치밀함은 왜? 라는 물음에 대해서 그것은 이래서이다, 하고 답이 제시되었다고 믿게끔 읽는 이를 유도해가지만 정작 그것만으로는 인생의 불가해함, 왜 그녀가 어떤 것이 자기를 살도록, 견딘다는 태도를 취해진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서 오히려 그 선명한 답들이 완강하고 헤칠 수 없는 안개의 벽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