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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ㅣ 범우사상신서 19
콜린 윌슨 지음 / 범우사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 크레브스는 입대하기 전에 감리교파의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가족은 물론 이전의 자신과의 접촉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귀국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전쟁 체험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진실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고향에 있는 병사는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에서 독서와 당구놀이로 나날을 보낸다. 여자를 구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가려 생각하면 귀찮음이 앞선다. 그러한 그에게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어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신께서는 모든 인간이 일할 것을 바라고 계신다. 신이 지배하는 왕국에 게으름뱅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지."
"나는 신의 왕국에 있지 않아요."
"인간은 모두 그의 왕국에 있는 것이란다."
크레브스는 언제나처럼 당황했고, 동시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의 어머니가 물었다.
"넌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
"사랑하지 않아요."
식탁 너머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어머니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요."
말해도 쓸데없는 일이었다. 어머니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이해될 수가 없는 것이다. 바보 같은 말을 했구나…….
"지금 한 말 진심이 아니예요. 웬지 화가 나 있었을 뿐이에요.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예요."
"나는 네 어머니다. 네가 아주 어린애였을 때 나는 너를 가슴에 안아 키웠다."
크레브스는 기분이 상하여 구토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