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결과
대상: ICE-9 – 다가올 무한을 근심하지 말고 지금의 유한을 사랑하라!
(https://blog.aladin.co.kr/748481184/12054724)
최우수상: 초란공 – ‘사랑은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처음 만난 오라시오 키로가 읽기
(https://blog.aladin.co.kr/712851116/12053510)
우수상(2명):
bid326 – 몸에 스며드는 것 같이 재미있던 소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https://blog.aladin.co.kr/716175136/12053165)
엔즈 – 한갓 지나가는 고통과 죽음과 그리고 사랑
(https://blog.aladin.co.kr/faciras/12054335)
가작(6명):
잭와일드 – 정글 속에서 건져 올린 다채로운 빛깔의 삶의 진실들
(https://blog.aladin.co.kr/zedi21/12054876)
fromsophie –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 사이의 기묘한 삶
(https://blog.aladin.co.kr/730412264/12036641)
drowsycell –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https://blog.aladin.co.kr/786739170/12041615)
몹시맑음 –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이야기
(https://blog.aladin.co.kr/781127136/12054622)
탱고차이 – 반짝이는 순간 그리고 이야기들
(https://blog.aladin.co.kr/704833185/12052663)
길잡이별 – 사랑해야 한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에 보태는 말
(https://blog.aladin.co.kr/701679189/12052952)
심사평
키로가의 환상소설은 극사실주의보다 더 비정한 느낌을 준다. 한 작가의 연보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산탄총처럼 박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가족과 친구와 아내의 죽음에 이어 자신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목록은 놀랍게도, 작가 본인이 죽은 다음에도 멈추지 않는다. 딸과 아들의 자살이 이어지기 때문. 작가가 죽었는데도 죽음은 죽지 않는다! 아마도 리뷰대회에 참가한 많은 독자들은 키로가의 생애와 책 제목을 연결하는 회로를 그리면서 같은 이유로 전율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과한 사람들의 열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심사가 즐거웠다. 내 생각에 좋은 독후감은 텍스트를 거울삼아 자신의 세계를 비춰보는 일이다. 작품을 목적이나 대상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들어가 나만의 시각으로 헤아려보고 넓혀나가는 것. 그런 의미에서 우수작으로 뽑은 두 편은 자기만의 시각이 잘 살아 있었다. <몸에 스며드는 것같이 재미있던 소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bid326)>는 시대 배경을 첨언해 죽음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도록 연출된 키로가의 세계를 ‘과거에서 올라온 새로움’으로 받아들인 개성 있는 글이었다. 또 <한갓 지나가는 고통과 죽음과 그리고 사랑(엔즈)>은 자신의 이야기로 운을 뗀 후 신화 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한 소설의 전반적인 인상을 깊이 숙고한 면이 돋보였다.
대상작으로 두 편을 놓고 고심했는데 <‘사랑은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처음 만난 오라시오 키로가 읽기(초란공)>는 공포 속에 숨어 있는 호기심과 경이를 포착해냈고 죽음과 광기가 넘쳐나는 삶 속에서 사랑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인 의지를 고찰해낸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을 잘 포착한 데 이어 자기만의 해석이 밀도 있게 표현된 좋은 글이다.
고심 끝에 대상은 <다가올 무한을 근심하지 말고 지금의 유한을 사랑하라!(ICE-9)>로 선정했다. 사랑, 광기, 죽음을 하나의 ‘표지판’으로 전제한 후, 사랑과 광기가 죽음에 맞선 자기 존재증명이라고 보는 선언이 신선했다. 취약한 주인공들의 운명을 사랑의 실패나 광기의 촉발로 좌절되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한 ‘용기’로 보는 시각, 그리하여 현재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해석한 점도 발군이었다. 뜨겁고 날카로운 문체 또한 매력적이었다.
대상이라 해도 이 글이 과녁을 맞힌 독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제각각 활시위를 당기고 우리의 생각을 쏘아 보낸다. 독후에 정확한 ‘과녁’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얼마나 팽팽하게 당겼는가, 사유 근육을 최대한 사용했는가만 있을 뿐이다. 화살을 당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런 작가는 복음을 전파하듯 널리 알려져야 하는 법이니까. _김성중(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