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어딨어?
조나단 벤틀리 지음, 서남희 옮김 / 현암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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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진 작은 남자아이의 옆 에 있는 곰은 아이에게 삼신할멈과 같은 수호천사이다.

나에게도 나의 수호천사가 있다.

이모가 미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한 파란색 곰돌이 인형. 책읽을 때, 잠잘 때 내 곁을 항상 지켜주는 나의 파란이에게 오늘 고마움을 담은 쪽지를 보내려고 한다.


 

ㅡ나의 수호천사 파란이에게ㅡ

안녕? 나는 네가 돌봐주고 곁을 지켜주는 우빈이야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지켜봐주고, 위로가 되어줘서

고마워.

파란아,

너에게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

내가 내일 수영을 가는데 머리끈을 안 잊어버리고 올 수 있도록, 잘 기억할 수 있게 도와 줘.

내가 만약 떨어뜨리면 몰래 주워서 나의 수영 가방에 넣어 줘. 할 수 있겠지.

우리 만난 지 벌써 4년이야.

앞으로도 나를 잘 부탁해.

                                                  ㅡ 네가 돌보는 우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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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우주 100가지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100가지
알렉스 프리스 외 지음, 페데리코 마리아니 외 그림, 이강환 옮김, 닉 하우스 감수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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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하면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이 떠오른다. 과학의 발달로 미지의 세계였던 우주의 신비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이제는 우주를 탐험하는 일도, 우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의 발견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우주는 여전히 깊고 넓으며, 까마득한 먼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해 천문대를 방문하고, 별자리 수업에 참여하지만, 나에게 우주는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처럼 쉽게 와닿지가 않는다.

학창시절 열심히 외웠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 우주의 전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새로운 천체의 발견으로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분류되면서 암기했던 대목에서 '명'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또한 발전이고, 끊임없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우주 100가지』는 정말 우주에 대한 지식을 소제목을 달아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긴 글보다는 아이들이 우주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안겨주듯 간단한 문장으로 설영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우주에 대한 사실을 전달한다.

 

우주에 대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전과 자전, 태양과 지구 그리고 행성의 위치에 대해 먼저 소개되고 우주에 대한 접근을 부담없도록 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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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커지면서 우주에 대한 지식 또한 깊어져간다. 우주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사람이 우주에서 살 수 있을까, 란 가설에 대한 확답을 위해 동물실험을 행했다는 부분이 있다. 초파리부터 시작해서 원숭이 토끼까지도. 아이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다른 책을 통해 알았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언제 떠나게 되었고,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인간의 알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부분의 희생을 안겨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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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뒤로 넘어갈수록 우주 속 천체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크기와 온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 그것이 지니고 있는 가스와 가지고 있을 법한 병균, 그리고 그곳을 탐험하기 위한 로봇까지, 우주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지식을 알려준다. 단순한 암기적 지식보다는,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과학선생님처럼 사실과 우주의 신비를 결합시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듯 만들어져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수준별, 관심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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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람들에게 밝혀지고 망원경만 있으면 아주 먼 곳의 행성을 볼 수 있다지만, 우주는 신비롭고 광활한 곳이다. 연구하는 이들 외엔 우주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한꺼번에 읽고는 우주에 대한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큰 착각이며 우주에 대한 실례일 것이다. 

 

어스본의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우주 100가지』는 동화책을 읽듯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어내는 책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첫장부터 차례로 넘기면서 순서를 지켜하는 것 또한 절대 아니다. 자유롭게 읽으면서 내가 보는 밤하늘 어디쯤에는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꽃처럼 피어오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우주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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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다양한 실화와 지식 그리고 그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 어스본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우주 100가지』는 가보지 않았지만 존재하고, 존재하기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영원한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 중 일부이다. 용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읽어가면서 조금 어렵다 느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엔 우주를 하나의 공간으로 보고 그 속에 존재하는 천체들에게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준다면, 어렵고 지루한 지식이라는 선입견에서는 벗어나리라 생각된다.

 

넓고 넓은 우주와의 만남을 어스본과 함께 하게 되어 더 즐거울 수 있었고, 아이를 위한 책이 때로는 엄마들을 위한 지식 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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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X 456 Book 클럽
강경수 지음 / 시공주니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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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코드 X』. 제목에서부터 비밀스러운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파란색으로 사람의 형상을 표현한 표지와 제목이 신비스러움과 함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11살, 강파랑군.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민수

보드에 빠져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기에 바쁜 파랑이와 그 곁을 지켜며 쿠키맛에 빠진 민수의 대화에서 콩트를 보는 듯한 소소한 말장난이 또 다른 재미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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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는 우연한 기회에 엄마의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공책을 발견한다.

엄마, 이순심여사가 첩보원이었으며, 코드네임이 바이올렛.

파랑이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혼란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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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파랑이는 새로운 공간 속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바이올렛. 엄마의 십대.

'엄마'라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오는 파랑이 앞에 바이올렛은 새로운 임무에 참여하게 되고

파랑이를 신입요원으로 받아들여 임무를 시작한다.

그들에게 맡겨진 임무.

 바로 바이올렛이 속해진 MSG 세계첩보국으로 보내진 협박편지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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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는 보드를 이용한 신기술로 위협하는 이들을 물리치고

바이올렛은 첩보원으로서 갖추어 할 도구들을 이용해 위협에 맞서게 된다.

첩보원으로서 협박편지를 보낸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우체통 앞을 지나간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그 시간 속에서 파랑이는 젊은 날의 엄마를 만나며, 엄마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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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완수한 파랑이에게 주어진 첩보원의 자격 뺏지. 그리고 코드네임.

그것이 바로. X

바이올렛이 지어준 코드네임인 것이다.


 

파랑이는 엄마와의 추억이 있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이가 누군이지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글과 만화가 어우려져 눈을 즐겁게 하고, 장면을 상상하고 그리는 것이 아닌, 만화로 그 장면을 실감나고 재미나게 표현해주었다.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를 뿐 아니라, 책을 잡는 순간 한숨에 한 권을 다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네임코드 X』는  책과 영상 그리고 판타지와의 만남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 너무나 딱 맞게 만들어졌다. 책을 사랑하는 아이다움의 글밥과 글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재미스럽고도 엉뚱한, 발랄하고 경쾌한 만화가 어울려 지루함을 완전히 배제시켰으며, 현실에서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면서 거짓인 줄 알면서도 거짓이 아닌 듯 믿게 하는 판타지의 세계. 그들이 잘 어우러져 눈에서는 불꽃이 입에서는 웃음이 나오도록 전개되었다.

 

두 아이가 한 번씩 읽고, 다시 순서를 기다리게 만든 『네임코드 X』

강파랑과 MSG 속에서의 신입요원.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순간 만난 『네임코드 X』

엄마의 과거 시간 속에서 만난 파랑이. 그들의 색다른 만남 속에 초대되어 나 또한 색다른 재미를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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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자연 학습 - 캠핑부터 관찰까지
앨리스 제임스.에밀리 본 지음, 브라이어니 메이 스미스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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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빠의 오토바이 뒤에 짐을 잔뜩 싣고 가까운 계곡으로 놀러갔던 기억이 두 아이의 엄마인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만큼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금처럼 캠핑용품이라는 것이 딱히 없었던 터라, 부엌에 있던 솥이랑 냄비 그리고 우리 밥그릇과 수저까지 보자기에 묶으면 그것이 캠핑이었고 소풍이었다.

둘째가 3살이 되어 기저귀도 떼고 잠에 예민하지 않을 시기가 오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캠핑을 시작하였다. 두 다리를 모기에게 내어주는 배려부터 시작해서 아빠와 하는 물총 싸움으로 온 몸이 젖어도 웃을 수 있는 여유, 그것이 자연이 준 선물이고 여유였다.

어스본의 "캠핑부터 관찰까지 『신나는 자연학습』 체험활동과 생태 정보가 쏙쏙!"을 보는 순간, 미소가 절로 피어 올랐다. 단순하게 자연을 표현한 표지에서부터 작은 텐트와 너무나 맑은 눈빛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연과의 교감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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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자연으로 품으로 넣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까?
바닷가와 강가, 야생동물과 나무 관찰,  숲속캠핑과 캠핑족을 위한 날씨에 맞는 활동 그리고 늦은 밤 야간 관찰까지 자연과 만나는 순간부터 자연과 교감하는 순간까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주어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캠핑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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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우리에게 무얼 요구하지 않아서 참 좋다. 자연 속 곤충의 이름을 꼭 알지 않아도 그들의 삶의 영역을 우리가 침범하지만 않으면 그들은 그들의 삶을 잘 영위해간다. 그들에게 욕심을 내는 순간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에 대해 알기 위해 그들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도시 속 아이들은 돗자리 위로 올라온 개미 한 마리에도 엉덩이를 들고 신발을 손에 들고는 안절부절 못한다. 개미는 자기 할일을 하기 위한 것일뿐 우리에게 무얼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이 참 중요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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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본의  『신나는 자연학습』 은 단순히 자연을 소개한 책이 아니다. 자연과 만나 활동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자연과 함께 나누는 교감을 공유하며 그들의 그 자연과 함께 하는 활동들을 배울 수 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캠핑을 떠나서 자연과의 만남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단순히 바베큐 파티을 하고 계곡 물에서 헤엄치는 단순한 놀이문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게기를 마련해 준다.
우리 두 아이와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런 곳에 통행금지라고 되어 있는데."
"이런 곳은 캠핑장이 안 만들어지는데 어떻게 가?" 한다.
우리는 그 동안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곳만을 다녔기에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우리 가족 또한 캠핑을 먹고 노는, 단순한 놀이로만 다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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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책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지식임에도 차근차근 설명된 글을 읽으면 겉핥기로 알고 있던 지식에 날개를 달게 된 기분이다. 모스 부호의 방식을 만났을 때, 외국영화에서만 보았단 모닥불요리와 그들의 자연과 벗삼아 지내는 야영의 모습은 우리의 생색내기식 캠핑과는 너무나 다름을 느낀다.
장비를 자랑하고 갖춰서 떠나는 캠핑, 제 2의 집이라고 할 만큼 완벽하게 구비된 캠핑족들의 모습이 이들의 모습과 교차하면서 진정한 자연으로의 교감은 아직 멀었구나 싶어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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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벗삼아 자연을 자연답게 보고 느낄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시작된 캠핑이 어느 순간,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을 찾고,  끼니때마다 어떤 메뉴를 할 것인지 시장보는데 너무 많은 체력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먹는 것보다는 자연속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우리의 눈에 그들의 색을 담아오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으로 가슴을 힐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연을 누리는 것이다.

어스본의  『신나는 자연학습』 은 단순히 자연생태학습을 위한 지침서가 아닌 자연을 온전히 자연으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고 방법까지도 잘 말해주고 있다.
자연을 나누고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어스본의  『신나는 자연학습』 은 반드시 필독서가 되어 줄 것이다.
자연을 만나는 이 순간, 참 따스하고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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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섬, 군함도 풀빛 동화의 아이들 27
김영숙 지음, 박세영 그림 / 풀빛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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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역사는 외우기 참 힘든 과목이었고, 여전히 정확한 원인과 결과 그리고 과정 또한 불분명해서 어디서부터 공부를 하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어려운 분야이다.

그런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뒤늦은 공부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적은 양의 지식이 엉킨 실타래처럼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채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사건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슬픔에 공감하며 슬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또한 나의 발전이고 내가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작년이었을까.

무한도전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면서 만나게 된 일본 땅에 위치한 '군함도'

지명은 따로 있지만, 바다 한 가운데 마치 커다란 군함이 있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군함도. 이것이 우리의 슬픈 역사의 한 장소라는 사실에 왜?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나는 설명과 함께 역사의 한 자락을 알게 되면서 눈물이 멈출 수가 없었다.

나의 부모가 나의 자식이 그 곳에서 자유를 빼앗겼다면, 내가 그 곳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되었다면.

누가 이 전쟁을 시작했는가.  

어느 누가 이 전쟁에 힘을 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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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에 감춰진 역사가 시작된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커다한 배 한척이 바다 한가운데 떠있다. 일렁이는 파도만큼이나 힘이 있어 보이고, 어떠한 외부적 환경에도 앞으로 나아갈 것만 같은 위엄. 그것이 바로 바다 위의 섬. 군함도이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 과거 그 시절, 바다 한가운데 대도시를 형성한 힘을 가진 일본. 그것만을 보고 그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세계역사의 한자락으로 판단하여 유산으로 등재. 이 얼마나 잔인하고 치욕스런, 세계유산 등재라는 명패를 하루 아침에 시궁창에 넣어버리는 행위인가.

대도시 형성의 배경은, 대도시 형성에 나라를 빼앗시고 자유를 억압당하고 가족과 생이별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모든 설욕을 참아내던 그 사람들의 슬픔은 어디에 감춰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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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그 때 그 시간.

근태는 아버지를 보내고, 엄마와 자신도 할머니를 고향집에 두고 일본군의 힘에 이끌려 고향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그 희망 하나로 군함도 갱도로 간다. 뼈가 앙상하고 웃음이 없고 주름은 깊게 패이고 온몸은 석탄으로 입혀진 누구인지 알아 볼 수도 없는 사람의 형태, 그것이 아버지였다. 근태는 아버지가 갱으로 끌고 가는 수레를 닦는 일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며 가족과의 끈을 굳게 잡는다.

아버지가 갱에서 다리를 다치면서 근태는 아버지 대신 갱도를 들어가, 그곳이 왜 지옥인지, 아버지가 왜 그 몰골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뼈저리가 실감한다.

 

군함도에서의 석탄캐기. 일본은 중국과 우리나라 남자들을 자기 발 아래 두고 지나친 노역과 욕, 매질, 굶주림을 당연스레 여기며 군림한다. 일본의 범죄자였던 그들에게 식민지 국가의 백성은 살아있는 놀이감에 불과했으며 화풀이 대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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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태는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인연이라는 아름다운 분들의 도움을 가까스로 목숨줄을 이어가게 되고, 일본은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고 항복하게 이른다. 이것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근태와 엄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ㅓ.

하늘을 두 팔을 올려 소리지를 수 있는 자유, 이것이 그 시대 사람들의 가장 큰 외침이었으리라.

일본의 감시 아래 내내 숨죽이고 살았던 우리의 백성들.

내 나라 내 고향 하늘을 향해 두 눈을 뜰 수 있고, 두 팔을 힘껏 뻗을 수 있다는 이 해방감, 그 기쁨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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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보다 내 나라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미안함과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찾아내고 책을 만들어 내 많은 이들에게 밝혀주고 있다. 연도를 외우고, 사건의 중심이 무엇이었는지 암기하는 공부가 아닌, 역사를 바로 알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역사는 아프다. 그리고 찬란하다. 또한 다시 일어선다.

나는 우리의 역사와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직하고 싶고 함께 분노하며 가슴 찢어지게 아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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