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섬, 군함도 풀빛 동화의 아이들 27
김영숙 지음, 박세영 그림 / 풀빛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역사는 외우기 참 힘든 과목이었고, 여전히 정확한 원인과 결과 그리고 과정 또한 불분명해서 어디서부터 공부를 하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어려운 분야이다.

그런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뒤늦은 공부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적은 양의 지식이 엉킨 실타래처럼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채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사건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슬픔에 공감하며 슬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또한 나의 발전이고 내가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작년이었을까.

무한도전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면서 만나게 된 일본 땅에 위치한 '군함도'

지명은 따로 있지만, 바다 한 가운데 마치 커다란 군함이 있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군함도. 이것이 우리의 슬픈 역사의 한 장소라는 사실에 왜?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나는 설명과 함께 역사의 한 자락을 알게 되면서 눈물이 멈출 수가 없었다.

나의 부모가 나의 자식이 그 곳에서 자유를 빼앗겼다면, 내가 그 곳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되었다면.

누가 이 전쟁을 시작했는가.  

어느 누가 이 전쟁에 힘을 더했는가.

1.jpg

군함도에 감춰진 역사가 시작된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커다한 배 한척이 바다 한가운데 떠있다. 일렁이는 파도만큼이나 힘이 있어 보이고, 어떠한 외부적 환경에도 앞으로 나아갈 것만 같은 위엄. 그것이 바로 바다 위의 섬. 군함도이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 과거 그 시절, 바다 한가운데 대도시를 형성한 힘을 가진 일본. 그것만을 보고 그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세계역사의 한자락으로 판단하여 유산으로 등재. 이 얼마나 잔인하고 치욕스런, 세계유산 등재라는 명패를 하루 아침에 시궁창에 넣어버리는 행위인가.

대도시 형성의 배경은, 대도시 형성에 나라를 빼앗시고 자유를 억압당하고 가족과 생이별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모든 설욕을 참아내던 그 사람들의 슬픔은 어디에 감춰뒀는가.


 

2.jpg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그 때 그 시간.

근태는 아버지를 보내고, 엄마와 자신도 할머니를 고향집에 두고 일본군의 힘에 이끌려 고향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그 희망 하나로 군함도 갱도로 간다. 뼈가 앙상하고 웃음이 없고 주름은 깊게 패이고 온몸은 석탄으로 입혀진 누구인지 알아 볼 수도 없는 사람의 형태, 그것이 아버지였다. 근태는 아버지가 갱으로 끌고 가는 수레를 닦는 일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며 가족과의 끈을 굳게 잡는다.

아버지가 갱에서 다리를 다치면서 근태는 아버지 대신 갱도를 들어가, 그곳이 왜 지옥인지, 아버지가 왜 그 몰골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뼈저리가 실감한다.

 

군함도에서의 석탄캐기. 일본은 중국과 우리나라 남자들을 자기 발 아래 두고 지나친 노역과 욕, 매질, 굶주림을 당연스레 여기며 군림한다. 일본의 범죄자였던 그들에게 식민지 국가의 백성은 살아있는 놀이감에 불과했으며 화풀이 대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3.jpg

근태는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인연이라는 아름다운 분들의 도움을 가까스로 목숨줄을 이어가게 되고, 일본은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고 항복하게 이른다. 이것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근태와 엄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ㅓ.

하늘을 두 팔을 올려 소리지를 수 있는 자유, 이것이 그 시대 사람들의 가장 큰 외침이었으리라.

일본의 감시 아래 내내 숨죽이고 살았던 우리의 백성들.

내 나라 내 고향 하늘을 향해 두 눈을 뜰 수 있고, 두 팔을 힘껏 뻗을 수 있다는 이 해방감, 그 기쁨은 지금의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이라.


 

4.jpg

유엔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보다 내 나라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미안함과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찾아내고 책을 만들어 내 많은 이들에게 밝혀주고 있다. 연도를 외우고, 사건의 중심이 무엇이었는지 암기하는 공부가 아닌, 역사를 바로 알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우리의 역사는 아프다. 그리고 찬란하다. 또한 다시 일어선다.

나는 우리의 역사와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직하고 싶고 함께 분노하며 가슴 찢어지게 아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