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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원망이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형제간의 서열에 밀려 원하지 않는 학교를 선택해야 했고, 원하는 직업을 위해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사회로 나가는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나는 부모도 형제자매도 모두가 나에게 너무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살핌이 필요했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더 나은 길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매정했다. 그리고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내 자신을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내세울 것이 너무나 없었던, 없다고 생각했기에 사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순간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돈'이라고 생각하며,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4시간의 잠을 선택하게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정말 원하는 직업에 대한 기사를 보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장에 사표를 내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나가며 공부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나의 꿈으로 한발짝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생활비의 부족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20대에 찾아온 첫번째 기회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 주었고, 삶의 길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꿈을 누리며 지금껏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꿈을 누리며 살아가는 지금 나는 과연 행복할까? 세월이 흐르고, 꿈을 이루었다는 만족감이 또 다른 감정으로 발전하여 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가 가진 능력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욕구를 갖게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의 꿈과 결혼 그리고 육아. 이 모든 것이 욕심이란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잃을 뿐 아니라, 선택하고자 하는 기준점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흔들림이 잦아지면 균형은 깨어지고 모든 것이 헝클어진 채로 삶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마흔이란 나이를 코 앞에 둔 사라는 선택이라는 장애물을 맞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면서도 미안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십년지기 남자친구와 아내의 빈자리를 이겨내지 못하는 아버지와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는 남동생 그리고 그들의 파산, 매일 반복되는 회사의 과다 업무와 종종 찾아와 괴롭히는 어지럼증. 몸과 마음이 지친 사라는 선택과 결정이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힘들고 지치다고 손을 놓을 수 없는 현실에서 사라는 원망하고 미워하고 울부짖으며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허물어간다. 사회가 어떤 곳인지 몰랐던 나의 20대, 많이 울고 많이 울부짖었다. 사라의 공허함과 배신감 그리고 왜 나에게만? 하는 끝없는 의문이 발목을 잡듯이 나또한 그 설움에서 벗어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꿈이라는 돌파구와 시작을 알리는 스물이라는 나이가 힘이 되어 내 자신을 찾을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 마흔은 늦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에 사라에겐 그녀를 일으켜 세워줄 손길이 절실히 필요해 보였다.
사라의 지친 저녁, 그녀의 삶을 열어줄 열쇠를 가진 고양이 시빌이 찾아온다. 시빌은 그녀가 겪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현실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을 직시할 수 있도록 훈련을 강행한다. 의심할 땐 코로 냄새 맡기, 먹을 땐 먹는 데, 걸을 땐 걷는데 집중하기, 거리와 주변의 색 몰입하기,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기. 냄새와 내 옷의 느낌, 몸에 와 닿는 공기의 느낌, 걸으면서 느끼는 신체 각 부분의 다양한 감각들에 집중하기 등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마음으로 전해지고, 마음이 주변인들을 돌아보는 여유로 확장될 수 있도록 시빌은 사라에게 집중하였고, 그녀 또한 시빌의 훈련에 집중하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시빌은 말한다.
-- 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사실 네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생각들과는 상관없다고 해야 할까, 관찰을 해 봐. 네 주변 공기의 냄새를 맡아봐. 네 피부를 느껴보라고, 귀 기울여 들어봐. 인생은 매순간 다시 태어나고 있어.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항상 새롭게. (99쪽)
내가 있는 위치를 부정하고 가족을 원망하며 지냈던 20대의 나를 꾸짖듯, 사라에게 닥친 불행한 오늘은 사라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라 말한다. 내 가슴속에 미움이 쌓였던 것은 처한 환경도 원인일 수도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와 사소한 말들조차 나를 향한 비수라 짐작하며 괴로워했던, 내 삶에 자신 없었던 나의 비굴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빌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당당하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자신만의 삶의 시간을 누리라 말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 자리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뇌리를 스친다. 경력과 학력 그리고 나이를 고려하면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까? 어떤 공부를 좀 더 하면 앞으로 10년 더 사회에서 쓰임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을? 이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시간은 참 많이도 흘렀다. 순간순간 바뀌는 생각과 현실에서 직면해야 하는 과제들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들 때문에, 나이 때문에’라는 핑계로 멈춰서 있다. 이러다 또 한 동안은 하고자 하는 욕구마저 잊는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편안해진 건 결코 아니다.
-- 우리 인간들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작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걸 보지 못한다고 했었지. 언제나 과거를 곱씹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무수한 가능성과 망상, 꿈과 악몽을 생각한다고. 그렇게 우리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동안에도 인생은 상관없이 흘러가는데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105쪽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시빌이 말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나의 길을 걸어가는 첫걸음이리라. 머리 속에 가득찬 걱정과 고민은 나에게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일 외에는 어떠한 힘으로도 작용되지 않는다. 나에게서 나오는 핑계는 나의 삶을 비굴하게 만들며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밖에는 취급하지 않음을 스스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 널 속인 상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너 자신이지. 너야말로 네 인생이 끔찍하다고, 이제 끝났다고, 그래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잖아. 그게 바로 너를 둘러싼 돌벽이고 그것도 네가 직접 쌓은 거야. 174쪽
내가 가진 능력이 아무리 미흡하고 부족하다 해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며,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면 지금 배움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잣대로 재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나를 감싸고 있던 고정관념을 깼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삶을 살아가는 나로 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이 깨달음은 나에게서 긍정에너지로 발산되어 나를 비롯해 가족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밝은 기운을 뻗어낼 수 있으며, 그 기운은 그들의 에너지와 어우러져 새로운 빛으로 뻗어가리라 의심치 않는다. 잘하려고 꾸미는 것이 아닌 내 안에 감춰져 있는 좋은 기운, 따스한 미소가 관계를 더욱 편하게 해 줄 것이다. 매일 복잡한 일들로 과부하가 걸린 뇌를 씻어주는 마음 청결. 우리 모두는 마음 청결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아끼는 그 마음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인인 우리의 삶에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시빌이 전해주는 시빌다운 훈련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