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보다 따뜻하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2
이모토 요코 글.그림, 강해령 옮김 / 북극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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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어느새 훌쩍 자란 두 아이가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는 말없이 두 아이의 뒤를 따라 걸었지요. 잠깐 잠깐 서로의 얼굴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르는 우리 부부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졌어요.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날 고사리손을 잡고 함께 보폭을 맞출 때의 떨리는 그날을 잊지 못하는 나에게 낯선 길을 향해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두 아이의 뒷모습은 따뜻했고 참 대견스러웠답니다.

 

나는 두 아이가 세상에 나와 나의 손가락 하나를 힘주어 잡고 놓아주지 않았을 때의 떨림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내 곁을 지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볼 때 힘주어 자기 곁으로 끌어당기는 힘에서 든든함과 훌쩍 커버림에 아쉬움도 느끼지요. 손은 말하고 표정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최고의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첫 만남에 악수를 하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지요. 손이 서로의 감정을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아침입니다.

 

하얀 눈이 소담하게 내리는 어느 추운 겨울 날, 토끼자매가 나란히 길을 걸어요.

추위에 적응이 안 된 미미는 찬바람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이지요. 그 모습조차도 귀여워 환한 미소를 짓는 언니. 마치 우리 집에 있는 세살 터울의 첫째와 둘째 같아 피식 웃음이 났어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둘째의 콧망울이 빨갛게 물들어 올라요. 그럼 언니가 "그렇게 추웠어?"하며 다가가 자기 손을 동생 코 위에 사뿐히 올려놔 주지요. 마치 동생의 언 코를 녹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에요.

 

미미는 언니에게 손이 시리다고 하고, 언니는 장갑 한쪽을 빼서 동생에게 끼워주어요. 환한 미소와 함께 미미는 다른 한 손이 시리다고 말하지요. 언니는 동생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어요. 추워서 울상이 되었던 미미의 얼굴은 언니의 따뜻한 마음만큼이나 환하게 피어올라요. 그리고는 알게 되지요. 언니와 내가 손을 잡으니까 장갑은 한 짝만 있어도 된다는 사실을요. 반달눈과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 미미와 언니는 참 많이 닮았어요. 서로를 향해 짓는 그 미소는 겨울바람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따뜻하답니다.

 

미미는 언니에게 배운 배려와 따뜻함을 마중 나온 할머니 손으로 전해주지요. 안경너머 미미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잔잔한 미소는 손만큼이나 따뜻합니다. 미미는 여우, 너구리, 고양이에게도 따뜻한 손의 의미를 전해주며 장갑은 한 쪽만 있어도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고 새로운 발견에 아주 신이 나지요.

동물 친구들이 하나 둘 미미와 언니 곁으로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장갑 한 쪽을 나눠 끼지요. 언니는 말해요. 세상 모두가 서로 손을 잡으면 장갑은 없어도 된다고 말이에요. 정말 그래요. 모두 내 양 손을 친구에게 내어주고, 서로의 손을 나누어 잡으면 장갑 없이도 따뜻한 겨울날을 보낼 수 있게 되지요. 추운 겨울 날, 미미는 언니의 장갑 한 쪽의 나눔으로 손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친구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무채색의 바탕 위에 동그랗고 선명한 눈송이와 미미와 언니의 빨간 벙어리장갑이 돋보이는 그림책 장갑보다 따뜻하네는 표정과 따뜻한 색감 그리고 선으로 표현한 수염과 털 그리고 할머니 니트의 짜임은 단순하지만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와 포근함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답니다.

 

겨울을 힘들게 보내는 토끼 자매와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없는 여우, 그리고 너구리와 고양이, 그 뒤를 이어 원숭이와 돼지, 박쥐와 다람쥐 그리고 두더지. 함께 어울릴 수 없는 환경 속의 동물들이 하얀 눈 밭 위에서 손에 손을 잡고 따뜻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친구가 내밀어주는 손 하나로 추위 따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둥글게 둥글게 원을 이루고 서로의 손을 잡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활짝 핀 미소가 달린 동물들의 모습은 세상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잘 이겨내리라는 용기와 나눔을 보여 줍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손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지요. 너와 나의 다름은 말 그대로 다를 뿐, 틀리지 않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면 다름도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언니가 미미에게 건네준 빨간 장갑 한쪽은 사랑이고 나눔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흐뭇했던 것도 서로가 나누는 사랑이 바탕이 되었기에 그랬겠지요. 나란히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합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과 배려 그리고 나눔을, 나를 시작으로 가족과 형제 그리고 친구, 세상을 향해 내밀어 줄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아끼고 따뜻함으로 키워야겠다고 말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아침에 읽은 장갑보다 따뜻하네는 사랑이었으며, 엄마이자 어른으로 더 많은 사랑과 나눔을 베풀며 살아가야함을 미미와 언니가 나누는 미소에서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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