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와 만난 독서수업, 교실을 바꾸다
김마리아.목효정.이재연 지음 / 이비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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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방문판매로 구입했을 법한 세계명작 전집 한 질이 책의 전부였다. 기술 없는 아버지가 벌어오는 적은 월급으로 사남매 키우기도 벅찬데 책은 사치요, 필수조건의 품목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이라는 문화와 글쓰기라는 매체를 즐겨보지 못한 나에게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은 글짓기 대회가 있을 때마다 주제를 주시면서 언제까지 써 오라는 숙제를 곧잘 내주였다. 지금이야 서점에 가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넘치는 것이 정보요, 그것만으로도 글쓰기가 무엇인지 흉내라도 낼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 나의 숙제를 도와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1년 내내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하고 졸업식을 맞이했다. 지금이라면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감사했다고 인사를 드렸겠지만, 그 때 나는 너무 어렸고 소심 했던지라 고개만 숙인 채 졸업식을 맞았다. 그런 나에게 선생님이 주신 동화 낭독상은 너무나 황홀함 자체였다.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내 목소리가 어떤지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나에게 큰 희망이었고 빛과 같았다.

나의 꿈은 이제껏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책 읽어주는 선생님 그리고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꿈이 이렇듯 나는 돌아돌아 책으로 소통하고, 책으로 위로하며, 책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책 읽어주는 엄마이자 책읽기를 함께 하는 독서지도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십대에 어설프게 시작한 독서지도자의 일은 너무나 가벼웠다. 책을 읽어주고, 책의 의미를 전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독서 후 활동으로 연결하면 나의 역할은 다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자신감 하나는 나를 우울만 개구리로 만드는데 힘을 발휘했으며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상처를 주기에 딱 맞았다. 혼자 작업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너무나 외로운 독서지도사. 난 그 일을 앞으로 20년은 더하고 싶은 욕심하나로 새로운 학습 기법을 배우는데 게으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내 곁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책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 남아지길 바라고 있다.

교과와 만난 독서수업, 교실을 바꾸다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실에서 교과와 연계하여 이루어진 독서 교육의 다양한 사례와 학생들의 반응, 그리고 결과까지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수업에 쓰였던 읽기 자료와 교과와 함께 한 도서와 활용 매체 그리고 학생들에게 배부되었던 활동자료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실전에서 수업을 하는 독서지도사와 지도 교사 그리고 내 아이와 책과의 소통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많은 부모님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과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이가 가까이 있다는 것에 한 번 더 반갑고 좋았다.

우리의 어린 시절엔 책이 귀하고, 요즘 아이들에겐 책에 빠져들 여유가 귀하다. 학습의 빠른 진행을 따라가야 하는 현실에서 글을 읽고 그 속에 자신의 삶을 투영시킬 여유가 없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수업 속으로 들어가 주제별로 선정된 도서를 읽고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면 꼭 한 명은 다 읽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크고 흔한 이유이다. 이런 경우가 종종 또는 매주 일어난다면 책과의 소통은 힘들어지고, 책을 모두 읽고 준비된 아이들에겐 교사의 입장에서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책에 대한 비중을 조금 낮출 수 있다.

개성만큼이나 다양해진 학생들의 기호에 맞게 적절한 매체 활용은 수업 진행과 결과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와 상식을 알 수 있는 신문. 신문의 사설과 광고에 제목을 달거나 광고의 포스터 또는 광고 글을 개성을 살려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글자와 친해질 수 있는 동기 부여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학생들이 자주 보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주제였던 면접을 참고하여 모의면접교실을 열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학생들과 교실의 분위기를 보고 너무나 깜짝 놀랐다. 웃으며 봤던 예능의 한 장면을 수업으로 이끌어왔으며, ‘자아에 주제를 맞춘 것 또한 놀라웠다.

영화와 그림 그리고 음악은 예술의 한 장르로 관점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매체이다. 책을 통해 이해한 사실을 오감을 활용하여 자극받으며, 그 자극을 글쓰기와 토론으로 연결하여 표현해 내는 것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자극으로 발산되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말문을 열고 무언가 말할 거리가 주어졌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서로 다름을 인식하며 느끼고 나아가 나를 알고 돌아보며 세상을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독서의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4]

글자 없는 그림책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한 소재가 된다. 책 속에서 소개된 책 외에도 도서관을 이용하여 직접 고른 그림책을 새로운 나의 책으로 만들거나 막대 인형극으로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입체적인 활동을 해 보는 것 또한 새로운 자극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 소재를 정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진행하고 그 이야기 속에 살을 붙이고 의미를 담는 과정에서 그림이 전해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 이 과정을 무사히 잘 마친 학생들은 책이 주는 그 이상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며, 이는 책과의 소통에 다리를 놓아주는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다.

- 최소한 마음에 와 닿는 작은 울림을 경험한 학생은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 어른이 되어서 책을 찾으러 서점에 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나를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80]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독서교육의 바람이 불었고, 여전히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어오고 있다. 도서관마다 책읽기를 위한 새로운 슬로건을 걸면서 책읽기를 권장하며, 아이를 잉태했을 때부터 태교로 책을 읽을 읽으며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책의 바다에 빠져야 할 시기인 십대에는 책보다는 교과서에 치중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책은 습관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손에 들러 있어야 하는 최고의 수단이며 도구이다.

-모두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독서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학생들이 책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전제되어야 한다. [15]

학생들과의 독서 수업을 위해 새로운 기법과 매체를 검색하며 노력하는 많은 지도교사와 독서지도사들에게 교과와 만난 독서수업, 교실을 바꾸다는 단순히 수업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와 진행 속도를 눈에 보이듯, 현장에 함께 있는 듯 그대로 전달한다. 책을 읽고 매체를 활용해서 이런 발문에 이런 활동을 단순하게 소개하는 시중에 나온 다양한 책들과는 차별화되었다.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수업에 적용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되어 사실적이며 어느 부분에서 실패로 돌아오게 되었는지를 밝혀주어 현장에서 수업을 하는 많은 지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독서 교육에 관심이 기울여진 만큼 현장에서의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서지도사들이 다리가 되어 책과의 소통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외롭게 혼자 작업하는 많은 독서지도사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책으로 거듭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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