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아이, 소동 높새바람 39
김경희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표를 처음으로 달아준 나의 첫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5학년 2학기 사회 시간에 역사를 배운다. 역사를 지나가듯 들은 몇가지 아는 지식으로 빠르게 나가는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엔 무리일 거라는 판단이 들어 작년 2학기 무렵부터 함께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역사 지식책과 온라인 강의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찬찬히 알아가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배운 역사의 시작이며 내가 가진 역사의 깊이이다.

학창시절동안 배운 나의 역사는, 시험을 보기 위해 벼락치기로 외운 몇가지 암기 지식일 뿐이었다는 사실과 그 동안 잊고 지내면서도 너무나 당당했던 나의 무지를 현실로 깨닫게 되었다.

 

조선이 건국하고 너무나 평온했던 200년. 그 동안 국제 정세는 변화하고 있었으나 조선은 사화로 시작된 싸움이 깊어져 나랏일을 한다는 충신이라는 자들 또한 정치와 외교 뿐 아니라 백성들의 안위까지 나 몰라라 한 채 자기네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였다. 일본이 곧 쳐들어올 것임을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안일한 태도로 있다가 임진왜란이란 거대한 전쟁을 치르게 된다. 물론 우리 역사속에 등장하는 이순신과 권율, 그리고 의병 곽재우 등의 활약으로 일본을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이는 백성이 나라를 지켰으며, 백성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말해주는 가장 큰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일본에 사절단을 보내게 되며 우리만의 문화를 그들에게 전수해야만 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 일본인들에게 환대를 받고 있는 사절단의 그림만 보면, 우리를 귀하게 여기고 우리의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열망을 엿볼 수 있어 어깨에 힘이 절로 간다. 그러나 그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듣노라면, 허울좋은 문화 교류일 뿐 두 눈 뜨고 우리의 문화를 일본에 넘겨주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림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우리 장인들의 고통과 한이 얼마나 깊었을까 말이다.

 

춤추는 아이 소동, 홍이는 할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첩자라는 누명을 벗기고자 사절단으로 뽑히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간다. 양반들의 틈바구니에서 차별과 괄시를 받으면서도 자기가 왜 일본땅에 가려고 하는지 목적을 잊지 않고 참고 견디며 드디어 일본땅을 밟고,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뺏기 위한 일본의 감시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조선행 배에 몸을 싣는다. 아버지를 비롯해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일본의 감시 속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언젠가는 조선에서 구하러 오겠지 하는 희망만 품고 살아야 하는 조선의 백성들. 그들이 조선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자기 나라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나라가 알고 품어줬더라면 그들의 깊은 주름은 평온하기만 했을 것이다.   

 

홍이를 따라 시장에서 한양, 한양에서 일본으로 먼 길을 따라가면서 조선전기와 후기로 넘어가는 그 중간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으며, 일본과 조선의 외교 관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사절단 그림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역사의 한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된 글을 보면서 우리의 뿌리는 백성에게 있으며, 그 뿌리를 잡고 백성을 위하는 또 다른 백성이 있기에 조선은 건재했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동화로 꾸며진 역사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의 과거는 파헤치고 열어보면 그 속에 우리가 모르던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우리의 역사 한 장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풀어낸 역사동화, 이것은 단순히 이야기가 아닌 어른들이 미래에게 과거의 시간을 들려주는 귀한 시간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이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남이 자랑스럽다. 권력에 눈이 멀어 나라를 뒷전으로 생각한 그들이 있었지만, 나라를 위해 애쓰는 많은 백성이 있었고, 그 백성의 힘으로 일군 나라. 대한민국은 그래서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기에 나는 한 나라의 백성으로 희망을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