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플래닛 I LOVE 그림책
리니에르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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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른 아이 상관없이 '애착'을 갖는 대상을 두고 '애정한다'라는 말로 마음을 담아 나만의 것을 표현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여요. '내가 좋아하는 것'정도로 표현하는 나에게 애정하고 집착하는 이들의 열정과 관심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들의 순수함이 부러운 것이 솔직한 마음이에요.

우리 집 첫째 소녀는, 신생아때부터 끌어안고 자던 파란색 수건이 있어요. 무척이나 무더웠던 여름 이불대신 덮어주던 이불이 그녀의 애착 물건이 되어 물고 빨고 끌고, 지금은 테두리가 너덜너덜해지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항상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던 터라, 이젠 얇아질대로 얇아져 그녀의 옷장 한 켠을 자리하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그녀의 애착이 부러워지면서 나에게 그런 대상이 하나 없다는 것이 왠지 서글퍼지기까지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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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플래닛"

인사와 함께 소녀의 하루가 시작되지요.

소녀는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식사를 할 때도, 양치를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소녀의 곁엔 항상 플래닛이 있어요.

소녀가 잠자리에 누우면

플래닛도 소녀의 옆에 누워 하루를 정리해요.

"굿나잇 플래닛"

인사와 함께 토끼 인형 플래닛의 하루는 시작되지요.

낮동안 소녀에게 맞춰 하루를 보냈다면,

이제부터는 플래닛 자신에게 맞춰 밤을 보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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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은 소녀의 곁을 살면시 빠져 나와

쿠키를 기다리는 강아지 엘리엇을 위해 과감하게 움직이지요.

그 때 나타난 생쥐 브래들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쿠키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해요.

'세상에서 가장 큰'

플래닛과 엘리엇은 브래들리를 따라

집 밖을 향해 달려가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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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세상에서 가장 큰 쿠키를 위해

플래닛을 나무 위로 올려 주지요.

플래닛은 긴 팔을 이용해 점~프를 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쿠키에게 닿기 위해서.

나무 위에서 바라본 '세상에서 가장 큰 쿠키'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쿠키.

누군가는 오르는 방법을 알아

가끔 크게 한 입 베어문다는 쿠키.

비록 쿠키를 얻지는 못했지만,

주방에 있던 쿠키를 나눠 먹으면서

하루 일과를 마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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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건 작건, 모든 동물은 저마다 완전한 하나의 우주야.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살아있지 않은 건 아니에요.

우리의 손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살아있지 않은 건 아니에요.

우리의 마음에 닿는 순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돼요. '

그것이 바로 사랑이에요.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며,

최고의 찬사이지요.

함께 하는 이들의 우주 속엔 생명도 사랑도 믿음도 담겨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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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플래닛』 의 작가 "리니에르스"는,

자연을 품은 집과 딸 그리고 강아지 엘리엇의 하루에

귀함과 존중이라는 양념을 더해

플래닛을 통해 독자의 가슴에 전달하고 있어요.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새로운 존재가 되어 준다는 것,

우린 모두 완전한 우주의 하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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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강아지 로지 I LOVE 그림책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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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변화되고,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반려동물이 제2의 가족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가 열렸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는 다양한 사례들도 있듯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분명 서로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전달할 거라 생각된다.

 

오늘 나와 함께 한 그림책 『착한 강아지 로지』 또한 '조지 아저씨'의 반려동물로 먹고 자고 쉬는 하루의 일상을 함께 하는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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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아저씨는, 로지가 있어 하루가 충만하다. 로지 또한 조지 아저씨가 있어 하루가 평온하고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가끔 깨끗하게 비워진 빈 밥그릇 속에 비춰지는 자신이 모습에서 외로움이 깃들어 옴을 느낀다. 나와 닮은 듯한 그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대답이 없고, 하늘을 떠가는 강아지 모양의 구름을 보고 있어도 외로움은 나로 깊어진다.

로지의 외로움은 조지 아저씨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아저씨가 주는 편안함과 다른 로지의 마음을 채워줄 대상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강아지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그 곳에서 로지의 마음이 채워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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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말을 하고, 나의 마음을 표현할 누군가를 기다렸던 로지.

조지 아저씨와 함께 간 강아지 공원에서 로지는 낯선 개들의 모습에 위축되고 겁이 나 외로움은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선듯 다가서지 못하는 로지, 자유롭게 뛰어들며 자신을 표현하는 개들의 모습에 자신은 더욱 작게감 느껴지는 로지, 많은 개들 사이에서 혼자인 로지에게 외로움은 더욱 깊게 파고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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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곁으로 다가온 모리스, 모리스는 토끼 인형을 입에 문 채 다가와 보지만 로지는 외로움을 선택한다. 그 후 다가온 '피피'라는 이름표 목걸이를 단 작은 강아지, 여전히 로지는 요지부동 그들에게 다가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기만 한, 집이 너무나 그리운 로지.

 

그러나 모리스의 갑작스런 행동과 피피의 아찔한 상황이 겹쳐지면서 로지는 용기를 내게 되고, 로지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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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는 방법이 서툴렀던 로지와 모리스 그리고 피피. 그들의 어색한 만남은 어설프지만 진지하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풀어가게 된다. 

 

낯선 환경에서 서로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무척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없기에 다가서는것은 꽤 큰 용기를 필요로하고, 그것과 마주할 담대함을 필요로 한다. 

 

'친구'의 필요함을 느끼는 로지이지만, 낯선 상황과 새로운 개들이 모인 자리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입학을 앞둔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상황이다. 먼저 다가설 용기와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일 열린 마음이 아이들에겐 매우 힘든 일이다. 그 과정을 로지와 모리스 그리고 피피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을 묘사해 놓은 것이 바로 『착한 강아지 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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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친구를 만나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에게 『착한 강아지 로지』는 용기와 수용 그리고 명확한 방법을 짚어주는 그림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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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행복 찾기 - 인문학과 함께하는
조헌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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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 집 두 소녀를 위해, 두 소녀와 함께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선듯 마음이 움직여 잡게 된 책 한 권이 있다. 인문학과 함께 하는 『청소년의 행복찾기』 제목이 십대를 키우는 부모의 맘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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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헌주님은, 청소년들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청소년들이 불안감을 없애고, 용기 있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세상에 홀로 설수 있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라고 말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행복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좌를 꾸준하게 하고 있는 과정에 그 내용들을 정리하고, 강의에서 펼쳐놓지 못한, 두고두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청소년의 행복찾기』 에 쏟아붓었음을 느낄 수 있다.

『청소년의 행복찾기』 는 청소년들이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용기·절제·지혜·행복 파트로 나누어 연암 박지원부터 장자까지 그들이 남긴 말들을 기록하여 작가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그들이 남긴 말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과 곁들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작가는, 글을 시작하면서 청소년들의 이해와 책이 주는 지루함을 덜기 위해 이미지를 넣어 쉼을 주었다고 무척 배려깊은 말을 남겼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엔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함을 느낀다. 마치 행복은 절대 쉽게 얻을 수 없음을 책을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하기를 바란 걸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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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행복찾기』 는, 우리가 그 동안 읽어왔던 많은 학자들의 글과 고전을 통해 한 번쯤은 들었을 글들을 담았다. 또한 시인이기도 한 작가답게 자작시를 실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한 보완재로 활용하고 있다.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용기·절제·지혜·행복 덕목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며 학자들이 남긴 말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경험과 사례들을 읽으면서 청소년들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에 앞서 자신이 놓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의지를 갖출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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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절제·지혜·행복"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도, 한 번 실천했다고 나의 것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의 경험이 두 번의 실천의 기회를 줄 수 있으며, 한 번의 실천이 견고한 실천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청소년의 행복찾기』 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필요한 용기·절제·지혜·행복 덕목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십대들에게 상황에 맞는 소재를 선택한 뒤, 선인들의 가르침을 선택하여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이 될 것 같다. 사람으로서 배워야 하는 덕목, 청소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몸에 익혀두면 좋은 덕목을 인사들의 말을 인용하고 사례로 설명한 『청소년의 행복찾기』 ,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간다면 참 좋은 인문학 도서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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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사계절 중학년문고 35
정은숙 지음, 이주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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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신간과 더불어 너무나 낯익은 작가명을 보고 갸웃했다. 나름의 소신으로 작가 이름을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작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될까해서 갖게 된 습관 같은 건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이름들이 하나둘 늘게 된다. 이번처럼 굳이 외우지 않았지만, 내게 참 좋았던 책을 쓴 작가라는 확신이 들면 어렴풋하게 몇 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는다. 지금처럼 말이다.

정은숙 작가님은, 몇 년 전 우리 집 두 소녀와 함께 읽은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를 쓰신 작가님이었다. 김영서라는 소녀에서 명탐견 오드리로, 일제 강점기에서 현재로 전환된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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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에게는 핑구, 범이 아빠 승재씨에게는 광복이라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오드리 헵번의 '오드리'로 불리고 싶은 범이네 대문을 지키는 반려견이다.

승재씨의 슬리퍼를 물어뜯어 광복절에 시골 친구네 집으로 내려갈 위기에 놓인 오드리는, 섭섭하지만 말뿐인 승재씨를 알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똥개'라고 불리는 말에는 상처받는다. 오드리 암행어사 박문수의 수행견이었다는것을 설명할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낡디 낡은 대문을 지키는 것이 오드리의 유일한 임무이다. 그렇지만 매일 대문 닫는 것을 깜빡하는 범이 엄마 미옥씨의 실수와 육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오드리로 인해 집에 도둑이 들고 만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육포를 건네줄 때까지만 해도 참 좋았는데, 오드리는 가문의 영광에 누를 끼칠 수 없다. 오드리는 놀이터를 지키는 친구 준과 만나 승재씨가 아끼는 고서화를 찾기 위해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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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포를 파는 곳을 찾아 다니고, 범행 당일 입었던 원피스와 범인이 뿌리고 온 향수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는 모습은 정말 영락없는 탐정이다. 마치 승재씨가 범인을 잡은듯 기세등등한 모습쯤은 눈감아주는 통 큰 명탐견 오드리이다.

범이네 오드리는, 가족들의 일상을 살피고, 그들을 둘러싼 이웃과 친구들에게 사랑받으며, 개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를 꾸미지 않고 훌훌 털어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범이가 한글 공부할 때 어깨 너머 배운 실력으로 한글도 읽을 줄 아는, 가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속담과 사자성어정도는 아주 쉽게 말할 줄 아는 꽤나 똑똑한 인간보다 나은 것이 꽤 많다고 자부하는 반려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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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는, 이웃과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면서 모두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앞장선다. 범이에게는 핑구, 승재씨에게는 광복이로 불리다 광고를 나온 오드리 헵번을 보고 환호하는 오드리에게 '휘리릭'에서, 범이를 좋아하는 수정이를 통해 진정한 '오드리' 이름을 갖게 된 명탐견 오드리.

자존감이 높은 오드리의 멋진 활약이 펼쳐진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른 대상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에 오드리가 범인을 찾는 과정을 진지하게 따라가며 사건을 살피게 되는 추격전까지 맛볼 수 있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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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는, 명탐견 오드리가 범인을 찾기 위해 뛰어다닌 동네 지도를 보며 그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다. 또 오드리 따라잡기를 위한 "오드리의 추리 퀴즈"가 실려 있어 사건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독자도 함께 범인을 추리해보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는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함께 하는 반려동물들을 대표해서 오드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시간과 그들이 가진 남다른 재주에 눈여겨 볼 시간을 갖게 된다. 다만 오드리처럼 동네를 위해 직접 수사를 펼치는 명탐견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 반드시 기억해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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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난민 도야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3
안선모 지음, 심윤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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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라는 말은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려움이라는 말 속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부모 형제와 함께 태어나 살아가던 자국을 등지고 타국 생활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울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들의 의지와 선택에 의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만 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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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초등학교 2학년 도야는, 미얀마 카렌족으로 난민 재정착 지원을 받아 한국에 왔어요. 캠프에서 숨죽이며 지내야 했던 도야는 엄마 아빠가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따로 이사를 나오게 되어 아주 신이 났어요. 아침밥보다는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도야는, 궁금한 게 많고 신기한 게 많은 지금 생활이 매우 즐거워요.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학교도 좋고, 항상 편이 되어주는 선생님도 좋고, 옆에서 말을 시켜주는 창수마트의 창수도 좋아요. 단 하나 받아쓰기만 빼고요.

몇년 전, 아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학교에서 한글 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두 명의 친구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한글을 무척 어려워했어요. 그 아이들과 1년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지요. 한글 공부보다 그림책읽는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그림을 보는 눈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실감했지요. 부모의 선택 또는 현실의 상황에서 자국을 떠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워하는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은 나와 태어난 나라가 다를 뿐, 세계 시민의 일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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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는, 학교 생활이 즐거워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모두 다 알아들을 수 없고,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분짓는 것 또한 어렵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상들이 도야는 신기하고 재미나기만 해요. 친절했던 친구가 반장이 되면서 도야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자주 꼬집어 얄밉기는 하지만 괜찮아요. 반장이 되기 전에는 정말 좋았던 친구니까요.

어른들이 난민이라고 수근거리고,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걱정하고, 나라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남의 나라 사람까지 받아들인다고 불만스럽게 말하지만, 도야는 난민도 정착민도 아니에요. 도야일 뿐이거든요. 한국 이름 김도영보다 '도야'가 더 좋은 새봄초등학교 2학년 2반일 뿐이거든요.

도야는 겨우 1개 맞는 받아쓰기를 10개 맞는 받아쓰기로 만들기 위해 선생님의 눈을 살짝 속여 보지만, 도야는 선생님께 들통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될까 걱정돼 선생님께 반성의 편지를 쓰지요. 물론 선생님도 알고 있어요. 메모에 선생님의 맘을 살짝 전달하지요. 그리고 창수가 놀리는 받아쓰기 점수를 창수의 엄마가 오히려 창수에게 영어로 받아쓰기할 수 있냐고 도야의 받아쓰기 점수를 당연하게 여겨주네요. 도야는 아직 글이 어렵고 받아쓰기는 더더 어렵지만 받아쓰기 안 하는 3학년을 기다리며 잘 이겨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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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네 가족은 미얀마 카렌족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요. 모든 것이 낯설지만, 카렌족의 전통과 문화를 기억하며 한국에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도야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난민도 정착민도 아닌 도야로 당당하게 웃으면서 성장해 가고 있어요. 도야의 한국 생활이 기대되네요.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난민, 결혼이민자, 중도 입국자들에 대해 배타적이에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는 마음을 열어보이지만, 나와 다르다는 것,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는 것, 내가 그들보다 낫기에 도와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이 그들을 외롭게 하지요. 나와 다르다는 생각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과 우리가 다를 것이 전혀 없어요.

어떤 곤경에 처해도 웃어보이며 당당한 "도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는 난민,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자들의 모든 "도야"를 응원해요. 우리 서로 한걸음 다가서는 용기로 서로의 손을 잡아요. 우리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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