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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나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까다롭지는 않지만, 약간의 편식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책을 선택해서 읽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내가 이번에 도전하게 된 책은 바로 "스릴러"라는 장르의 『블랙 아이드 수잔』 이다.
데이지 꽃을 닮은 노란 꽃이 만개한 곳, 그곳에 맨발의 소녀가 기운없이 누워있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궁금증을 일으키고, 동시에 분명 내 생각보다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살짝 고개를 든다.
맨발의 소녀 이름이 수잔일까? 하는 나의 의문은 책장을 넘기면서 알게 된다. 소녀의 이름은 테시 그리고 테사. 그녀가 그 동안의 삶을 끝내는 그 곳에, 두려움과 또다른 삶을 살게 하는 그 곳에 피어나는 노란색 꽃의 이름이 '블랙 아이드 수잔'이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왕성한 블랙 아이드 수잔, 강렬한 노란색이 어떤 장소에서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외롭게도 쓸쓸하게도 위협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음을 처음으로 느껴본다.
1995년 테시는 열여섯 소녀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삶의 끝이자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들 속에 버려진, 유일한 생존자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다. 선천적으로 심장 박동수가 느린 그녀였기에 연쇄살인범에게 죽었다는 믿음을 주기에 이르렀고, '유일한 생존자'라는 끔찍한 이름표를 갖게 된 한 사람이 되었고, 딸을 둔 엄마가 되었다.
죽은 시체들 곁에서 살아남은 테시는, 그녀의 주위에 흐드러지게 핀 블랙 아이드 수잔에 빗대어 '수잔'으로 불린다. 가장 끔찍하고 두려웠던 그 시간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그녀가 생명력이 강한 '블랙 아이드 수잔'에 비유되어 불린다는 것이 나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그녀의 삶을 유일한 생존자로 각인시키는 것 같아 지나온 그녀의 시간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그녀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마음이 쓰인다.
기억에 없는 살인과 연쇄살인범,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테사에게는지켜야 하는 열세살 딸 찰리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끊임없이 피어나는 '블랙 아이드 수잔'. 과거의 자신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과 딸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녀를 더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누구일까? 평범했던 소녀의 일상을 한순간에 바꿔버린 그는.
누구일까? 딸을 지켜내기 위해 두려움과 맞서도록 만든 그는.
테사는 준비한다. 1995년 그 때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형수가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증인이 되기 위해. 기억을 잃은 그녀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낼 수 있을까, 정말 그가 범인은 아닐까. 현실과 과거의 시간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는 『블랙 아이드 수잔』은 독자가 이해하고 밝혀내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답답증을 일으키고, 어느 순간 휘몰아치는 전개가 스릴러에 낯선 나를 몇번씩 쉬기를 권유해 온다.
'유일한 생존자'의 삶을 살아야 했던 테사, 그리고 절대 나와 같은 삶을 살게 할 수는 없기에 두려움에 떨게 하는 딸 찰리, 지금은 멀어졌지만 한때 참 좋았던 친구 리디아와의 관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사형수를 위한 증언까지, 내가 상상하고 추측하는 것과 모두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블랙 아이드 수잔』
스릴러를 입문하는 독자에게 초반 1부가 약간은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스릴러가 주는 예민한 감정을 건들어주는 충분한 요소는 결코 놓치지 않았음을 장담한다.
집콕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상상 이상의 반전으로 놀라움과 흥분의 감정을 일으켜주는 『블랙 아이드 수잔』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