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 EBS 라디오 X 카카오 브런치 <나도 작가다> 당선 작품집
EBS 라디오부 오디오천국 <나도 작가다> 외 기획 / 롱테일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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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글을 직접 낭독하고 소개합니다.

내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분, 작가를 마음에 품은 분,

라디오 디제이를 꿈꾸는 분의 이야기를 찬찬히 모아 들려드립니다.

모든 이야기가 책이 되는 기적을 꿈꾸며,

꿈을 품은 분들이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EBS 라디오부 오디어 천국 <나도 작가다>

 

 EBS 라디오 Ⅹ 카카오 브런치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서

당선된 60편의 빛나는 이야기를 담은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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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다>라는 글귀에 마음이 흔들린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나의 글쓰기 전부가 된 지금 나에게도 한 때 방송작가를 꿈꾸기도 했고, 그림책 작가의 길을 권유받았던 나에겐 동경하는 맘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은 작가의 길을 걷지 않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세상에 글 잘쓰는 사람들이 넘칠 만큼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가끔 지원해 줄테니 더 늦기 전에 글 쓰는 게 어뗘냐고 묻는다. 그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같다. 나에게서는 절대 나오지 못할 다양한 스토리를 세상으로 내 놓는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다. 난 오늘 60명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글을 만났다. 글쓰는 이들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배운 삶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됨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뜀뜰이 왜 무서워?" "그냥 무서워."

"왜?" "넘어질 것 같단 말이야."

"넘어질 수도 있지." "넘어져서 손목이 꺽이면 어떡해."

"그러면 깁스해야지. 깁스하고 싶어 했잖아. 멋져 보인다고."

"넘어지면 애들이 놀릴 거야." "놀리면 어때. 놀리라고 해."

"놀림 받는 거 싫어." "그러면 뛰어넘을 수 밖에 없어."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점위에 올라서서 20쪽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은, 3차에 이어 이루어진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품이 실린 책으로, <시작과 도전>, <실패와 두려움>, <나를 나답게> 3개의 주제로 각 20편씩의 이야기를 담는다.

누구나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누군가는 이미 겪었을, 앞으로 겪게 될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들춰보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잔잔함 속에 번져오는 파동에 울컥하기도 하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도 한다.

 

 

둘째가 태어난 후 염색체 검사를 했고 결과지에도 21번 자리에 세 개의 염색체가 선명히 보였다. 나는 정말로 장애아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 키우기는 두 번째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는 처음인 초보 장애아 엄마가 되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내 미래일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은 그 길이 내 앞에 펼쳐졌다. 바라던 미래는 아니지만, 초보 장애아 엄마의 삶을 살기로 했다. 기왕 택한 일, 나는 아주 열심히 해볼 참이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장애아의 엄마가 되기로 했다. 46~47쪽

 

 

내 옆집 이야기를 듣다가 순간 울컥해지는 때가 있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이 그렇다.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옆집 이야기쯤으로 읽고 있다가 순간 나의 마음에 열기를 불어넣는 이야기가 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입장을 바꿔볼 용기조차 나지 않는 이야기 앞에서 초라해지는 나를 만나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임에도 그 순간에 함께 한 이들과의 시간을 온전히 기억하는 이야기 앞에서 부러움으로 몇번을 되새김하기도 한다.

 

열심히는 살지 못해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열심히 살아야지만 의미 있는 삶은 아니니까.

그런데 차라리 열심히 사는 게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보다 쉬운 것 같다. 의미 있는 삶, 그게 참 어렵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의미로 남고 싶은가. 61쪽

 

하루가 모여 역사를 이루듯, 우리가 지내온 시간이 삶이 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때로는 의미찾기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쓰기에 쉬이 지치기도 하고, 내가 찾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도 잊게 마련이다.

 

나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쓴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손에서 놓았다고 해도 다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수십번 잃을 것이고, 그 수십번 흔들릴 것이고, 단 몇 번 손에 넣을 것이다. 고된 삶에 가끔 비춰지는 햇살에 우린 다음을 기다리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된다. 이렇듯 삶은 나의 징징댐의 나약함을 봐주지 않지만 절대 나의 열심에 등돌리지 않는다는 것, 이것 하나로도 충분히 살아볼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다운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향기와 색깔을 내는 사람인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안다. '나다움'이란 내 본연의 리듬을 표현해 낼 때 나온다는 것.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나다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뾰족구두를 신고 향수를 뿌리는 게 내가 아니라, 발이 부르트고 땀에 흠뻑 젖어 헉헉대면서도 재밌어서 춤을 연습하는 게 바로 나였다. 나답게 살기 위한 나의 춤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내 안의 리듬을 찾아서. 277쪽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의 60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나와 사는 모습도 하는 공부도 꿈도 다르지만, 겁많고 불안한 그들에게서 나의 10대를 추억했고, 그들의 지침에 나의 20대가 보였고, 새로운 길을 가고자 애씀에 나의 30대가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40대인 지금의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의 삶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소리없는 응원으로 잔잔하게 마음에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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