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0
이나영 지음, 이수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붉은 실' 하면 5년 전 텔레비전을 통해 본 드라마 한 장면이 떠오른다.

빨간색 실로 짠 원피스를 입은 여주인공이 골목 상점을 돌며 구경을 하는 사이, 그 곁을 지나는 남주인공과 살짝 몸이 부딪히면서 원피스 올 하나가 남자의 가방에 걸린다. 그 실은 남자가 가는 방향대로 풀려나가고, 여자 또한 자신의 갈길을 가게 되면서 실은 느슨하게도 팽팽하게도 계속해서 올이 풀리게 시작한다. 뒤늦게 발견한 남자가 가방에 매달린 실을 떼어내고는 서서히 실을 감아 여자 곁으로 다가간다.

따스한 봄날, 빨간 원피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는 빨간 실뭉치를 들은 한 남자.

난 그 장면을 통해 빨간 실이 주는 따스함과 새로운 만남의 시작을 함께 열었으며, 빨간 실은 설렘이며 따스한 봄날로 자연스럽게 내 기억의 한 장면으로 자리한다.

 

한편에 세워진 높은 칸막이 정리대에는 실뭉치가 정리되어 있고, 가운데 테이블엔 홍조를 띤 세 사람이 여유있는 손놀림으로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책 표지에 담아 첫인사를 한다.  주위 배경을 흑백처리하면서 카페트와 의자, 테이블,  실바구니,  의상까지 붉은 계통으로 통일감을 주어 안정감이 있으며, 그들이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따듯하고 편안한지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편안한 얼굴에 미소를 담은 그들을 이토록 평온하게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은별이는 새엄마지만 새엄마 같지 않은 너무나 좋은 엄마가 있다.  새엄마는 임신을 했고, 은별이에게는 곧 새엄마와 똑닮은 동생이 생길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 은별이 가방 속에는 엄마가 태어날 은별이를 위해 뜨다 만 아기 조끼가 들어있다. 너무나 좋았던 엄마에게 아가의 존재는, 은별이를 외롭게 만든다. 사이좋던 민서와의 관계도 어색하게 만들어주고, 새엄마와 닮지 않은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기도 한다.

민서는 바쁜 엄마 아빠를 위해 손수 식탁을 차리고 은별이의 가방을 거리낌없이 열어도 괜찮은, 은별이와 모든 걸 공유하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은별이가 이상하다. 멍하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 퉁명스럽기까지 하며, 등떠밀며 먼저 학원차에 실어보내기까지 한다. 민서는 서운하다. 우린 서로가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사이인데 은별이가 자꾸만  피하는 것만 같다. 민서도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내가 먼저 돌아서리라.


강우는 마음이 아프다. 뾰족한 것에 예민할 수 밖에 없고, 누구와도 부딪히고 싶지 않은 아이, 강우는 오늘도 아빠의 권위적인 행동과 공부하는 기계, 아빠의 기를 세워줄 도구로만 여겨지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나약해보인다. 아빠가 정해준 경쟁자인 친구는 강우 앞에서 무시와 비난을 쏟아붓지만 항상 고개를  숙이고 참아냈다. 그러나 한순간 강우의 아픔이 연필로 대신해 친구를 향해 겨눈다. 그 일로 급하게 전학을 오게 되고, 교실에 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또 다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해야만 한다.


 


 

은별이도 민서도 강우도 ​외롭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내 줄 친구도 가족도 곁에 아무도 없다. 은별이는 웃음도 나지 않고 자신의 곁에 맴돌지만 곁에 다가오지 않는, 민서의 눈치만 자꾸 살피게 된다. 민서는 자신을 밀어낸 은별이가 야속하다. 그래서 은별이에게 잘 지낸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맘에 들지 않았던 친구들 그룹에 들어가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은별이와 강우가 함께 하는 모습에 샘을 낸다. 강우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뽀족한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뜨게질을 시작한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즐겁기만 했던 그 시간도 엄마 아빠에게 들키면서 잠깐의 행복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은별이는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엄마에게 한다.

"엄마 딸이 되고 싶다고, 엄마와 닮고 싶다고."

은별이는 몰랐다. 이미 은별이와 너무나 닮아있는 엄마라는 것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일 거라고 단정짓는다. 그래서 고민하고 스스로 외로움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은별이는 엄마의 품에서 그 동안 혼자 속앓이했던 무거운 마음이 씻겨 내려가고 엄마를 닮든 닮지 않든,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민서는 지긋지긋하다. 나이에 맞지도 않는 핑크색 머리핀, 은별이와 강우에 대한 모함 그리고 강우의 과거를 친구들 앞에서 공개하고 강우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친구들의 야비한 행동 앞에서 민서는 과감하게 등을 돌린다. 그들은 민서에게 친구도 아니고, 친구일 수도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민서도 안다. 민서도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없으며, 은별이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일회성으로 그들을 곁에 두었다는 것을.


강우는 친구를 찾아간다. 자신이 과거로부터 아빠부터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친구 앞에서 숨죽이게 되고, 말하기 전 긴장되어 목소리도 떨려오지만, 강우는 친구 앞에 서서 먼저 사과를 건넨다. 강우는 과거로 인해 여전히 아프지만, 용기내어 한 사과로 인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을 하나 만든 셈이다.

 

 

 

 

은별이와 민서 그리고 강우. 세 아이가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상처는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다 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한 번의 시련이 오고, 고통이 따를지라도 그 아픔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세 아이가 아파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함께 걸어가면서 어른인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관계에서의 힘겨움과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책임감이라는 이유로 강요를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나를 찬찬히 돌아보게 하였다.

뚱스의 합체로 은별이와 민서의 얼굴엔 미소가 맴돌 것이고, 뾰족함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찾은 뜨개질 가게에서 따스함과 용기를 찾아가는 강우는 아빠에게도 곧 손을 내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강우의 다음을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가지고 있던 붉은 실에 대한 느낌만큼이나 참 따스했고, 서로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 주는 얽힘과 풀어짐이 '붉은실'이라는 매개로 참 잘 이어놓은 느낌이다.

읽는 동안 내내 설레고 두근거렸고 걱정스러워 숨이 깊어지기도 했으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는, 참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꽃들이 만발한 봄날 아주 잘 만나고 돌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와 기후 변화 쉽고 재밌는 초등 영재 플랩북 5
케이티 데인즈 지음, 피터 앨런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릴 적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퇴근한 아빠가 작은 밭에서 상추와 토란을 돌보러 가시면 물조리개 하나 들고 터덜터덜 따라갔다. 아빠는 왔다갔다 바쁘게 움직이시고 나는 그 옆을 맴돌며 토란대 위에 물을 올려놓고 동글동글 방울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 놀이를 하고 한두방울 떨어지는 비 피하겠다고 토란잎 밑에 들어가 우산 썼다고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가을되면 벼이삭 위로 춤추듯 뛰어오르는 메뚜기를 잠자리채를 휘둘러 한번에 열댓마리씩 잡아올리던 때가 있었다. 엄마 도와주겠다고 주전자 하나 들고 산딸기 따러 산 깊이 들어갔다가 움푹 패인 흙구덩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겨우 기어나와 눈물콧물 흘리며 산딸기 가득 든 주전자 들고 처량맞게 집으로 돌아와 온 집안 식구 웃기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다.


2017년. 4월. 꽃향기가 바람에 날려와 코끝을 맴돌아야 하는 참 좋은 봄. 우리는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뿌연 안개같은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고, 조금 따뜻하다 싶은 날은 벌써 덥다는 아우성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선선하고 활동하기 좋았던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가기 위해 잠깐 쉬어가는 정거장 같은 계절이 되어 아쉽고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 1의 고향. 지구.

지구가 요즘 자꾸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처방을 내리려고 보니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약을 먹여야만 차도가 있다하니 우리 누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집집마다 쏟아져나오는 쓰레기는 왜 그리 많은지, 집집마다 가전제품은 또 얼마나 많은지, 많아도 편리함에 자꾸만 구입하며 늘어나는 전자제품들이 하루에 먹는 양의 전기는 그 수치가 어마어마하다.


두 아이가 책상 불을 켜두고 나오거나 화장실 불을 켜둔 채 거실로 나오면 내가 하는 말이 꼭 있다.

"나중에 너희 아이들이 전기가 모자라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면 어떡하니? 얼마나 미안한 부모가 되겠어."

이제는 엄마의 이 말을 알아 듣는 건지, 귀가 아프게 들었던 이유인지

본인들이 실수할 때 스스로 말한다.

"불을 안 끄면 어떡하니? 우리 후손들이 불편할텐데."

웃기면서도 참 슬픈 현실이라 맘껏 웃지도 못하겠다.



 

 

비룡소 어스본 시리즈는 아이들의 눈을 열게 하고, 가슴을 열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사실적인 그림과 재미를 가미시킨 약간은 어설픈 동작들을 표현한 그림들이 어우러져서

아이들의 접근에 편안함을 안겨주면서

그림이 전해주는 진실적인 면에서 아이의 마음을 빼앗아 간다.


태양 주위를 도는 여덟 개의 행성 가운데 하나인 지구.

태양이 지구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여러 행성들의 이야기와 태양의 열기,

그리고 우주에 대해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준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 내리는 햇살과 비 그리고 눈과 바람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내려지는지 그 과정을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기중 수분이 증발하는 모습과 구름이 생성되는 모습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오존층 파괴. 그것이 왜 지구를 뜨겁게 만들게 하는지를

쉽게 풀어내주고 있어서 그림을 따라 설명을 읽으며 따라가니

마치 땅과 하늘을 한눈에 바라보며 그들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더워지는 지구. 원인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의 사는 마음을 한눈에 그려놓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에너지 공급을 위해 풍력과 화력 발전소가 세워져있으며,

여전히 편리함을 위해 탄생한 자동차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없어질 수 없는 쓰레기.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유해 가스.

우리의 생활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그림 한 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로 뒤덮인 지구, 더운 사막과 추운 사막

아이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지구의 모습과 사막.

세계지도 속 어느 한 장면으로 들어온 듯 표현한 그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구에서 그들이 역할이 무엇인지

지구의 기후 변화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담아내고 있어서 플랩을 하나씩 열때마다 아이들 입에서

놀라움의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나 하나가 버린 쓰레기와 편하자고 사용하는 많은 다양한 제품들이

지구를 조금씩 조금씩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미안함이 이제는 '지구 바로 사용하기'로 실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산과 강. 숲과 바다가 너무나 조화롭게 이루어져

사람들과 동식물이 자라나기엔 금상첨화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구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정신줄 바짝 당겨서

지구의 괴로운 함성을 직면해야 할 때이다.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조금씩만 바꾸어 나가면

더이상 아프다고 몸서리치지 않을 뿐 아니라

완전 회복은 불가능할지라도

더이상 나빠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보듬어주고 감싸주기만 했던 지구

이제는 우리가 안아주고 보살펴줄 차례이다.


아이들과 플랩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마음이 아프고

지구가 그 동안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말로만 하는 실천이 아닌

스스로 조금씩 조심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실천로드맵이 되어 주었다.

 

 

 

주말에 아이들과 분리수거를 하면서 더 세심하게 분리작업을 하고

작아진 옷들을 상자에 담아 가까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일들을 하였다.

가정에서부터 지구 살리기를 실천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스스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움직이고

실천하며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구를 살리자'라는 구호보다

책을 통해 지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자연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속의 편리함을

지구를 어떻게 아프게 하는지 그림과 설명으로 살펴보면서

지구의 아픔이 우리에게는 기후의 변화로 온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 더 실감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또한 지구에게는 희망이 있으며

그 희망을 책임지는 이들은 다름아닌 '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가 실천했을 때 지구는 우리 곁에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떡이요, 떡! 내 동생 돌떡이요! 달라질 수 있어요 2
이향안 지음, 이영림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내 동생 달의 돌 날이다.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떡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빠가 떡을 나누어주자고 말했다.

나는 동네 사람 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나누어 주고 나니 떡이 없었다.

나는 실망하였다.

그때 할머니와 이웃들이 떡과 과일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하나를 깨달았다.

나눔이란

정말 정말 큰 행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우리 언니에게 주고 싶다.

 왜냐하면 나눔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이 책을 읽고 나처럼 나눔을 잘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 2016 제10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8
박하령 지음 / 비룡소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된다. 매년 이루어지는 학교 일정으로, 두 아이의 선생님을 순차적으로 만나 아이에 대한 학습과 생활태도, 교우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매번 갈 때마다 긴장되고 불편한 마음인 것을 보면, 영영 고쳐지지 않을 게 분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마다 풍기는 이미지도 다르고 말투와 교육관도 다르다. 정식으로 선생님을 만나는  1학기, 2학기 두번의 상담으로 두 차례뿐인데도 상담후에 집으로 돌아오면 온 몸에 기가 빠진 듯 지쳐 한 동안 손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매년 새 선생님을 만나고 적응하고, 익숙하다 싶어지면 또 다시 새학년, 새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새로운 시간들을 받아들인다.  단 한번도 선택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친한 친구와 떨어져서 속상하고, 앙숙으로 제발 떨어졌으면 하는 친구와 또 한 반이 되어 짜증나고, 그 감정의 노동을 우리 아이들은 매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그와 같은 힘겨운 일상들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단정짓고 이겨내는 것이 그들의 의무인것처럼 대하였으며, 누구나 다 하는 일 쯤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악마의 편지'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시작되는 박하령 작가님의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어른의 힘에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가는 청소년의 모습과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존재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그들의 삶에 끼어든 '악마'. 악마의 등장은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켜줄 것인가?


게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악마의 편지를 우연하게 손에 넣게 된 정하돈.

친구들의 왕따로 결국 학교를 떠나 홈스쿨링을 선택한 하돈의 소꿉친구 은비.

전교 1등, 모범생. 걷는 것부터 가방 정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범생인 진유.

악마의 편지로 하돈과 그의 친구들의 삶에 딴지를 걸게 된 악마 아낙스.


하돈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 자리가 채워지면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가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빠의 재혼을 찬성했지만, 미혼이었던 새엄마의 적응을 위한 방편으로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된다. 엄마의 자리는 여전히 부재중이다. 공부도 친구도 좋아하고 잘하는 것도 모두 다 그저그런, 게임을 위해서라면 야자 한 번 빠지고 누나의 눈을 속이는 것쯤은 감내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안다 싶은 소년이다.

하돈의 손에 악마의 편지가 도착하고, 모범생이었던 진유의 결석과 가출이 겹치면서 잔잔했던 하돈의 일상에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악마의 존재를 누구도 믿어주지 않지만, 악마 아낙스를 만나고, 악마의 주문이 머리 속에 저장되면서 하돈은 '악마'의 존재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악은 우리의 결정에 항상 부정적인 방향을 정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나쁜 마음을 먹게끔 유혹하는 무리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들의 고정관념이었던 것이다.


- 고정관념상 그럴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기억해. 악마들은 절대 악을 뿌리고 다니거나 구체적인 해를 입히지는 않아. 악마는 중간에서 있는 존재일 뿐, 중요한 건 다 너희들의 선택이지. 우리가 하는 게 있다면 발을 거는 정도랄까? 그 발에 걸려 넘어지고 안 넘어지고는 다 너희들의 선택이거나 살아온 이력 때문이라고."  [161쪽]

​이렇듯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악마'는 우리에게 항상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다만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졌을 뿐이다. 우리는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보고 난 후에 '내가 그 때 귀신에 잠깐 홀렸었나봐.'하며 나의 선택이 나의 의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힘이었다고 핑계같지 핑계를 대며 자신과의 대면을 피하는데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악마의 주문을 알고, 악마의 존재를 알게 된 하돈과 은비 그리고 진유는, 진유의 가출과 부모님의 강압적인 교육방식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악마의 힘을 선택한다. 악마가 진유를 전교 1등 만들어준다면, 하돈은 악마 아낙스의 게임 레벨을 상승시켜 주겠다는 조건으로 서로 윈윈의 계약을 맺는다. 하돈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진유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며 아주 쉽고 재미난 조건이라고 바로 승낙한다.

진유는 악마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시험준비를 하면 되었지만, 하돈은 점점 레벨 상승을 위한 게임을 하면서 지쳐가며, 재미있고 자신있었던 게임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부모님의 절대적인 강압으로 모범생 길을 걸어야만 했던 진유와

사실을 사실대로 끝까지 파헤쳐야만 직성이 풀려 친구와 선생님으로부터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은비

​자신을 믿지 못한 채, 우정과 게임으로 자신을 숨기려만 하는 하돈

그들에게 '악마의 딴지'를 걸어 그들에게 삶의 지름길이란 결코 빠른 길이 아닌 나의 능력을 묻어버리는 일이며, 내 인생을 스스로 자해하는 일임을 가르쳐 주는 악마 아낙스.

아낙스는 하돈에게 말한다.  

- 지름길이란 게 결국 빠르게 간 만큼 클 수 있었던 나의 능력을 묻어 버리는 일이거든.

내 인생을 사는건데 나 스스로 자해하는 일을 왜 하겠어? [60쪽]

- 인생은 마라톤 같은 건데 … 뛰는데 누가 차로 태워준다고 냉큼 탈 수는 없는 거잖아? 

과정을 즐기는 게 인생 아냐? [61쪽]



나의 삶은 나의 것이듯, 아이들의 삶 또한 아이들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좀 더 알고 있으며, 그 길을 걸어봤다는 이유로 지름길이란 이유를 들어 그 길을 걷는 방법만을 가르치려고 한다. 물론 그 지름길이라는 것이 꽃길이라는 보장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부모의 말대로 살아간다면 아주 많이 힘들지 않게는 살아갈 수는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들은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실패하는 과정에서 얻어내는 것이 어른들이 깔아주는 지름길보다 더 좋은 지도를 가질 수 있는데 그걸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너희들을 위한다'는 포장 속에 가려진 어른들의 이기심인 것이다.


우리들 앞에 크고 작은 장애물이 시시각각 펼쳐질 것이며, 우리들의 발길에 채일 것이다. 이는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는 '악마의 딴지'라고 말한다. 악마가 살짝 내민 발길에 채이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며, 그 발길을 모른 척 넘어가주는 것도, 온 힘을 다해 밟아주는 것도 우리의 몫일 것이다. 이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악마의 딴지'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그것이 악마가 우리에게 바라는 유일한 조건인 것일테니까.


악마의 주문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하돈에게 은비는 말한다.

- 그래, 네 갈 길 가. 그렇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올걸? 네가 그 동안 게임에 쓰느라 날린 그 많은 시간들, 그것들은 반드시 너의 미래에 안 좋은 결과가 되어 나타날 거야. 인생은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는 거니까. 네가 맨날 피해 다니는 문제들도 다 언젠간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단 소리야." [197쪽] 


악마 아낙스도 말한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고.


우리의 인생이란 시간 속에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모르지만, 꼭 한 번 모습을 드러낼 '악마의 딴지'는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조건을 걸며 나의 선택을 기다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선택은 나의 것이며, 선택에 대한 결과 또한 나의 것이다. 다만 우리는 나에게 걸어오는 딴지에 당당히 맞서며,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 - 고미솔 이야기책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2
고미솔 지음 / 북극곰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이 되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나는 동화를 손에서 못 내려놓고 있어요.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가끔 책을 선택할 때 내가 너무나 읽고 싶었던 주제와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가 자주 있음에

아이를 위한 읽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나는 읽기에 지쳐있을 때, 따스한 봄볕 아래 짧은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장에 꽂힌 동화책을 한 권 꺼내 앉아요.

그 시간 내에 다 읽고 읽지 못함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 몇장을 넘길지라도 꺼내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내가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동화같아요.

나의 동화같은 이유를 아주 잘 나타낸 이야기

바로 고미솔 작가님의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

살며시 동화같은 동화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어른이 되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나는 동화를 손에서 못 내려놓고 있어요.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가끔 책을 선택할 때 내가 너무나 읽고 싶었던 주제와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가 자주 있음에

아이를 위한 읽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나는 읽기에 지쳐있을 때, 따스한 봄볕 아래 짧은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장에 꽂힌 동화책을 한 권 꺼내 앉아요.

그 시간 내에 다 읽고 읽지 못함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 몇장을 넘길지라도 꺼내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내가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동화같아요.

나의 동화같은 이유를 아주 잘 나타낸 이야기

바로 고미솔 작가님의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

살며시 동화같은 동화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어른이 되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나는 동화를 손에서 못 내려놓고 있어요.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가끔 책을 선택할 때 내가 너무나 읽고 싶었던 주제와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가 자주 있음에

아이를 위한 읽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나는 읽기에 지쳐있을 때, 따스한 봄볕 아래 짧은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장에 꽂힌 동화책을 한 권 꺼내 앉아요.

그 시간 내에 다 읽고 읽지 못함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 몇장을 넘길지라도 꺼내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내가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동화같아요.

나의 동화같은 이유를 아주 잘 나타낸 이야기

바로 고미솔 작가님의 『잠자는 숲속의 어린 마녀』.

살며시 동화같은 동화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숲 속의 어린 마녀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거울'을 매개로 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지요.

"나는 누구일까?"

대한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지요.


어린 마녀는 할머니의 손녀이며,

잠자는 숲 속의 작은 마녀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지요.


고미솔 작가님은 작은 마녀를 동화 속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우리 모두를 작은 마녀에 비유한 건 아니었을까요?


작은 마녀가 깊은 잠에 빠져 꿈 속을 헤매이는 모습을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잠이 깨고 나서도 현실과 나의 이상의 간격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혼란과 고통 속에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만났을 때 쏟아지는 질문들.

반복되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나는 누구일까?


동화가 동화같은 이유, 동화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책 속에 빠져든 나를 현실의 나로

어느 순간 전환하는 묘한 힘을 발산한다는 거에요.

 

 

 

 

 

숲 속의 어린 마녀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거울'을 매개로 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지요.

"나는 누구일까?"

대한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지요.


어린 마녀는 할머니의 손녀이며,

잠자는 숲 속의 작은 마녀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지요.


고미솔 작가님은 작은 마녀를 동화 속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우리 모두를 작은 마녀에 비유한 건 아니었을까요?


작은 마녀가 깊은 잠에 빠져 꿈 속을 헤매이는 모습을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잠이 깨고 나서도 현실과 나의 이상의 간격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혼란과 고통 속에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만났을 때 쏟아지는 질문들.

반복되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나는 누구일까?


동화가 동화같은 이유, 동화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책 속에 빠져든 나를 현실의 나로

어느 순간 전환하는 묘한 힘을 발산한다는 거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