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냄새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6
추경숙 지음, 김은혜 그림 / 책고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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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아빠는 광부였다. 갱도에 들어가야만 했던 우리 아빠.

겁은 많고, 겁많은 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 센 우리 아빠는 14년 동안 처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광부로 살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깨끗하게 씻고 퇴근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는 광부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고, 아빠의 삶이 어떤 것이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빠의 삶이 궁금해 하기엔 내가 너무 철없고 어렸던 것 같다.

광산이 폐광되고 서울로 올라온 우리 아빠.

자식 넷을 키우기엔 가진 기술이 없기에 서울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았다. 늘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공사판을 전전긍긍할 때의 우리 아빠에겐 항상 땀에 절은 냄새와 비와 살냄새가 뒤섞여 매캐한 냄새가 났다. 저녁을 먹고 나면 뉴스를 틀어놓고 잠에 취하셨다. 텔레비전을 꺼 드리고 방에 불을 끄고 돌아서면 비누로도 지워지지 않은 아빠의 고단한 냄새가 방 안 가득 찼다.

그렇게 힘들게 자식 넷을 키워낸 분인 걸 알면서도 난 아빠의 존재를 참 많이 감춰두었다. 아빠의 직업이 떳떳하지 못해서, 아ㅃㅏ의 말투가 다정하지 못해서, 아빠와 나의 간격은 늘 일정선을 달리고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에서 난 아빠의 존재를 불편해 했다.


아빠의 비린내 나는 냄새가 불편한 담이와 근사한 하얀 가운으로 멋들어진 직업의 의사지만 환자에게 치여 지쳐있는 아빠의 모습에 실망하는 상민이 그리고 세상의 때를 가장 잘 벗겨내는 그렇지만 아빠를 자신있게 드러내지 못하는 태양이.

세 명의 아이들이 아빠의 직업으로 빚어내는 갈등을 소재로 '축구'라는 공통어를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 『아빠 냄새』


담이는 친구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비린내'라는 말에 아빠의 남색 조끼와 싱싱수산이라고 크게 쓰인 모자가 떠올라 친구들에게 아빠의 직업을 말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아빠는 싱글벙글 회를 뜨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아빠의 가게에 있는 생선들에 대해 자부심이 넘쳐난다. 아버지의 가게에 축구를 함께 하는 상민이 아버지가 찾아오면서 담이는 아빠의 직업이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상민이 아빠의 직업은 의사. 아빠와는 너무나 다른 직업을 가진 상민이이가 내심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민이는 담이가 전학오는 순간부터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담이가 오기 전까지는 축구하면 오상민이었는데, 이젠 담이의 뒤에 자신의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담이만큼 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담이만큼의 실력은 되지 않는다. 상민이는 아빠가 의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지만 아빠는 환자와 광어회. 이 두가지만 알 뿐 상민이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알려고 할 시간도 없다. 바쁘다는 이유로 축구하는 상민이에게 광어회를 배달시키는 것으로 아빠의 할 일을 대신한다. 아빠 직업에 대한 조사 숙제로 아빠의 병원으로 친구들을 데리고 갔지만 많은 환자들에게 치여 친구들은 하나 둘 떠나고 지쳐있는 아빠의 모습에 상민이는 상처 받고 돌아선다.


태영이 아빠는 동네 자그마한 목욕탕의 사장이자 때밀어주는 아저씨다. 태엉이는 세상에 많은 사장님 중에 아빠가 제일 별로라고 생각한다. 아빠의 직업을 기자라고 속이기까지 하려는 마음을 가진 태영이는 담이에게 아빠가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때수건을 건네면서 아빠의 직업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날, 담이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담이와 상민. 태영이의 축구 경기 속에서 세 아이의 아빠가 자연스럽게 만나 어우러진다. 아빠들의 직업이 아닌 아이의 아빠로 만나 서로 공을 향해 달려가고 골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세 아이는 아빠들의 어울림에서 직업의 우월함이 아닌 나를 위한 아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으며, 아빠가 가진 직업에 대해 숨기려고 했던 자신의 생각은 자신의 생각일 뿐, 친구들에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나 또한 아빠의 직업과 아빠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

몇년 전, 광부를 다룬 다큐를 보면서 아빠의 젊은 시절이 깜깜한 갱도와 함께 흘러갔구나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이 70이 넘은 지금도 택배 기사 올 때마다 은행 갈 때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겁쟁이 우리 아빠가 매일 아침 갱도 안을 들어갈 때 얼마나 숨 죽이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들어갔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아빠는 이제 동굴은 절대 못 들어가는 본래의 아빠로 돌아왔다. 동굴 속이 마냥 신기한 손자들이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끌어도 멀찌감치 쳐다볼 뿐 들어가지 않는다. 자식 위해 참아냈던 14년.


항상 곁에 있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그것이 주는 고마움을 우린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늦게 그것을 눈치채고 후회하거나 반성하게 된다. 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철없음에 나를 떠올렸고, 아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에서 너무나 늦게 깨우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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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미용실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8
홍유경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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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 참 좋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다음에 벌어질 일들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고 맘을 졸이며 책장을 넘기게 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좋다. 당연한 흐름은 흐뭇하고 편안해서 좋고, 예상치 못한 흐름은 놀라움과 작가의 창의력에 감탄할 수 있어서 좋고, 어쩜~ 하는 깜찍한 흐름은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한참동안 책장에 머물며 재치가 부러워 좋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설레는 맘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을 정말 오랜만에 만난 듯 싶다.


오늘 내가 만난 그림책이, 딱이다.

당연하고도 놀랍고 깜찍하기까지 한 이야기, 바로 『줄무늬 미용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줄무늬 미용실이라는 미용실 헤어컷 광고지가 『줄무늬 미용실』의 표지 그림이다.

어느 컷이든 원하는 컷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며, 요즘 잘 나가는 헤어스타일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친절한 안내와 같은 광고지 표지만 보고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너무나 앙증맞은 사자소녀가 줄무늬 미용실을 앞에 두고 주먹을 말아쥔다.

미용실 방문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듯, 눈빛이 빛나고 입은 꾹 다물었으며,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다.

사자소녀의 미용실 첫 방문.

얼룩말 미용사의 다정한 말투와 잔뜩 긴장된 사자소녀와의 첫만남.

너무나 대조적인 두 인물의 표정에서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이 가슴이 두근거려온다.

두 인물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그들 앞에 놓여진 문제에 대해 궁금증이 든다.



 

 



 

모자 속에 감춰둔 사자소녀의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이 공개되는 순간,

여유롭던 미용사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보이는 것만 믿은, 너무나 단순한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곱슬머리를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머리카락의 로망. 바로 쭉쭉 뻗은 마술과 같은 머리 스타일.

꼭 한 번은 하고 싶었던, 항상 도전해 보고 싶었던 스타일.

미용사는 사자소녀의 스케치를 보고 머리에 마법을 걸어주리라 호언장담하고

본격적인 곱슬머리 시술에 들어선다.




 

 

여기서 잠깐!

한번에 성공하는, 사자소녀가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으로  단순하게 흐름을 잡았다면

난 절대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용사의 손길과 열로 조금씩 지쳐가는 사자소녀.

그렇지만 그림 속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에 찬 얼굴로 변해갈 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사자소녀는.

어떻게 이럴 수가!


곱게 내려간 머리 사이로 보이는 돌돌 말려진 머리카락들이

하나씩. 세가닥씩, 그 보다 더 많이씩

뿅! 뿅! 원래의 사자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만다.

사자소녀의 놀라운 표정과 도전 실패에서 갖게 되는 좌절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불가능하다는 현실 직시.

그 모든 것이 내재된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절로 일었다.  


 

 



왜 안 되었을까?

중화를 제대로 못 해 준 탓일까?

모발이 너무 두꺼워서 파마가 잘 안 먹는 탓이었을까?


얼룩말 미용사는 손님의 기분을 맞춰주고

손님이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잘 만들어내는

동네 어디에나 있는 그런 미용사가 아니었다.


상처받은 사자소녀의 머리에 과감히 가위를 높이 드는 얼룩말 미용사.

미용사의 손에서 새롭게 탄생한 사자소녀의 스타일은

정말 누구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얼룩말 미용사는 파마약으로도 풀어지지 않는 곱슬머리 사자를 손님으로 맞아 

고군분투 끝에 마무리짓지만,

사자소녀의 울음만 자극했을 뿐, 원치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얼룩말 미용사는 절대 그만두지 않는다.

사자소녀가 가진 본래의 특성을 잘 살린 새로운 스타일의 머리를 탄생시킨다.


사자가 가진 이미지를 살리고 

꼬불꼬불 사방으로 도망다니는 머리를 얌전히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만든

미용실에서 사자소녀는 자신이 가진 곱슬머리가 언제든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있는 확신을 갖게 되었으며

자신이 멋진 사자임을 잊지 않게 되는,

감추려고만 했던 단점이 매력이 되어 빛을 발하는 순간,

사자소년의 자신감은 최고였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에겐 누구나 한 가지 또는 그 이상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이는 우리가 더불어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좀 더 나은 나를 꿈꾸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이라 여긴 것을 내내 감추기만 하고 세상 빛을 못 보면

그것은 항상 약점일 수 밖에 없지만

세상에 내보이는 그 순간, 그것은 약점이 아닌 또 다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자소녀에게 '곱슬머리'는 약점이자 단점이었다.

모자 속에 감추었던 자신의 약점을 세상으로 꺼내보이는 그 순간

자신의 약점과 마주서게 된다.

자신의 약점이 약점인채로 남아 상처를 받는 순간도 분명 있겠지만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 속에서 약점의 힘은 점점 미약해질것이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또 다른 면역 기능이 강화되어

새로운 매력으로, 새로운 강점을 찾아내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약점과 마주하는 그 순간, 자신을 믿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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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아버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7
선미화 지음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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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겹지만, 가까이 하기엔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는 존재, 그의 이름은 할.아.버.지.

가정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자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

자식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없이 일만 하다 뒤돌아보니 품에 자식들은 이미 품을 떠나있고,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엔 멀어진

그 아버지에겐 이젠 자식보다 더 예쁜 손자 손녀들이 생겨나 그의 이름은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가 더 어울리는 때가 되었다.

한없이 자상하다가도 가끔 한번씩 지적을 할라치면, 손자 손녀들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한없이 미안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우리 아버지가 정말 많이 늙으셨구나. 저렇게 마음이 여리지시고...

하는 마음 한 켠이 묵직해온다.


 

동그란 눈망울에 이빨이 듬성듬성. 콧잔등에 주름이 가득하고 귀도 볼살도 이제 힘없이 늘어졌지만

우악스럽게 벌린 입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지금 감정상태가 어떤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하며 묻고 싶은 모습으로

우리는 이야기의 첫 문을 열어본다.


 


 

 

동물친구들이 공원에서 자기만의 시간에 빠져 있다.

하마는 책을 읽다 잠이 들었고, 원숭이는 조깅중이며, 돼지엄마는 아기 돼지에게 간식을 주려는지 도너츠 상자를 들고 있따.

할아버지 뒤로는 판다가 대나무를 뜯으며 한적한 오후를 맞이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지만, 눈가와 콧잔등에 주름이 한가득.

그 때 들려오는 "할아버지!"

귀 쫑긋.

가까이 달려오며 부르는 소리에 모른 척 신문에 집중하지만,

꼬마 고양이는 할아버지 앞에서 묘기라도 부리듯 보드를 자유자재로 타고 주위를 맴돈다.


 


하나.

둘.

셋.

드디어 폭~~ 발.


 

 


 

순간 욱했던 할아버지는 나무에 부딪혀 떨어진 꼬마 고양이 모습에 깜짝 놀라 하늘을 향해 치켜세웠던 귀도 눈도

아래로 늘어지고는 그의 안부를 물어온다.

휴~~~

꼬마 고양이는 괜찮다한다.

아주 아주 멀쩡하다고.

다만

다만.

안경이 없어 할아버지가 안 보일 뿐

모두 괜찮다고 한다.



이제부터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의 안경찾기 작전이 시작된다.

흐릿한 형체를 따라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꼬마 고양이의 기습 공격에 당황한 동물들의 모습들에서

절로 웃음이 나면서도

꼬마 고양이의 애절함

그리고

그 곁을 지키며

꼬마 고양이가 새로운 동물들을 찾아갈 때마다

한숨쉬고 골치아파 하는 모습이 역력한 할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며

위험을 막아보겠다는 할아버지의 몸부림

자연스럽게 그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에게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너무나 귀찮은,

그렇지만 모른 척 할 수 없어 안경점을 찾은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

부엉이 안경사의 안경값에 놀라 이빨빠진 잇몸을 다 드러내지만

꼬마 고양이의 미소 한 방에

끙~

식은땀을 흘리며 참아본다.


 



나란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

그러나

현실은.

동상이몽.

 


 


할아버지 손에 남겨진 동전 몇 푼과 꼬마 고양이의 행복

서로의 행복은 반비례지만

항상 정비례만이 옳은 건 아니니까

둘의 관계에선 누구 하나 손해 봐야 누구 하나 행복해지는 관계로 맺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정하지만 불편한 존재. 할아버지.

따뜻하지만 항상 친절한 건 아닌 존재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마냥 즐거운 꼬마 고양이와의 만남에서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와 멋모르고 할아버지 등에 올라타

미끄럼틀이라고 좋다고 하다가도

지나침에 혼이 나면서도 웃음으로 떼우고 마는 6살 조카가 떠오른다.

성가셔~ 저리가. 매번 조카를 밀어내면서도

낮잠이라도 자서 집안이 조용하면

밤에 못 잔다고 가서 깨우라고 성화시다.


어울리지 않는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

전혀 닮지 않은 아버지와 조카

서로가 함께 있어서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빛이 난다.


웃음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배우는 시간

너무나 다정해서 좋았고

동물들의 다양한 특징을 잡아 안경일까 아닐까 유추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동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우리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어 조카와 토닥토닥 싸우는 모습이

마치 그림으로 만나는 착각이 들어 더 좋았다.


웃음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달된 함께.

함께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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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최은옥 글,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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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에 폭풍 공감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교실 안의 세 박자. 기웅동훈민수는 자신의 눈에 보인 것만 믿고, 내 맘대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결론을 짓고는 스스로 골을 만들어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에게 닥친 위기는 그들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당번 활동을 소홀히 한 세 박자는 나란히 칠판을 닦기 위해 선다. 그러나 곧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칠판에 그들의 손이 붙어버린 것이다. 교실은 흥미로움에서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학교와 부모님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칠판에 손이 붙어버린 세 박자는 점점 다리의 힘이 풀리고, 어색하게 된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서게 된 그들은 불편한 자세만큼이나 마음 또한 불편한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교육관과 양육방식이 너무나 달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기웅이 엄마와 아빠.

아들이라면 나와 같이 강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이유로 씨름부로 밀어붙인 민수 아빠.

아들보다는 일, 아들의 고통보다는 새로운 사건,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기 바쁜 동훈이 엄마.


가족들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에 속해있는 전문가들이 하나 둘 교실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교실은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해간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지쳐가는 아이들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많은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만을 나열할 뿐 분명한 이유도 방법도 꺼내놓지 못한다. 확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이들을 격리조치 하며 그들이 마치 많은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단정짓기에 이른다.

​어른들이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고 내세우는 사이, 아이들은 발을 이용해 상대의 간지러운 부위를 긁어주며 자신이 숨겨왔던 마음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여러 겹으로 쌓였던 오해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낸다.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과 어른들의 이기심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의 해결 방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데이빗 섀논의 「줄무늬가 생겼어요」이다.  카밀라는 아욱콩을 정말 좋아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척을 해야 한다. 카밀라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가 아주 중요한 아이이다.  카밀라가 등교를 앞두고 입을 옷을 걱정하는 동안 온 몸은 줄무늬로 가득 메워지고, 점점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변화된다. 곧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카밀라를 찾아온다. 그러나 카밀라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갈 뿐이다. 카밀라의 해답은 친구들 앞에서 아욱콩을 자유롭게 먹는 것이다.

그럼 세 박자에게 해답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오해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친구로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이다.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줄무늬가 생겼어요속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은 아니었을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 당황하고 책임 추궁에 바쁘고, 해결보다는 내 감정에 휩쓸려 아이를 더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보다는 타인의 눈에 괜찮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지는 않았는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는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외모, 학습능력, 그의 부모님 등 외적인 모습은 꽤 크게 좌우한다. 그것을 보고 배운 그리고 느낀 아이들은 상대의 진정한 모습보다는 외적인 모습에 더욱 신경을 쓰고,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춰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진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잃게 되고, 어른의 시선과 같이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고 의심하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잃게 되는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된다.          

기웅동훈민수 세 박자와 카밀라가 자신의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점을 찾아갔듯이 진정한 나,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귀 기울여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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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
펩 몬세라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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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스타인. 참 예쁜 여인이다.

난 못해서, 그래서 한 번도 사보지 못한 아이라인을 아주 예쁘고 섬세하게 그려진 아름다운 여인이 표지를 장식한다.

곱게 빗어 한 가닥도 삐져나오지 않은 정갈한 검정 머리카락에 콧대가 날카롭게 잘 세워져 있어 그녀의 입매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그녀의 입은 어떤 표정을 말해주고 있을까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하얗고 가느다란 예쁜 손가락이 금방이라도 입을 가리며 나를 향해 호호 웃어줄 것만 같은,

하지만 눈매는 힘이 잔뜩 들어간 듯 결코 웃을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루빈스타인, 그녀는 누구일까?

왜 부채로 코 아래부터 입가를 모두 가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무얼 감추고 싶어서일까?

 

 

나는 여고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컴플렉스가 없는 것이 컴플렉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잘난 게 하나도 없는 나이지만

나에 대해 불만이 별로 없었다.

동그란 얼굴에 두둑한 살집에 작은 키, 이목구비도 또렷하지 않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 나이다.

그럼에도 외모에 관심이 지극히 높아져있던 여고시절,

긴 머리를 양갈래로 쫑쫑 따고 다니면서 눈에 깊은 쌍까풀을 가져봤으면, 지독한 다이어트로 친구들에게 놀라움을 주겠다는 결의가

전혀 없었다. 그냥 나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그런 자신감이 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지금까지도 여전히 모르쇠로 남아있지만 한때 난 그랬다.

 

 

​루빈스타인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다.

어디 한 군데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여쁘다. 그러나 그녀를 사람들의 눈요깃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치명적인 하나가 있다.

바로 검은 턱수염이다. 무성하고도 검게 자란 턱수염. 까뭇까뭇하게 올라온 수염이라면 면도기를 밀고 화장으로 가리겠지만

루빈스타인의 턱수염은 길고도 탐스러울만큼 숱이 많다. 턱수염으로 서커스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아무도 그녀의 흑색의 가지런한 머리카락과 초롱초롱한 눈과 오똑선 코 그리고 가느다랗고 섬세한 손은 보지 않는다.

나와는 다른 그녀의 턱수염에는 집중하며 몰라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안다고 단정짓는다.


결혼을 하고 둘째를 낳으면서 나의 당당한 자신감이 조금씩 불안함과 미안함으로 변화되어갔다.

나의 작은 키.

결혼 전, 상견례를 마치고 난 후 시누이 두 분이 키가 작음을 걱정하셨다고 남편에게 나중에 들었다.

남편은 누나들의 말에 170cm가 안 되는 건 모두 다 같다는 한 마디로 키 얘기는 더이상 불거지지 않았다 한다.

그런데 작은 둘째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쓰인다.

학교에서 키번호 1번. 친구들에게 작은 신체로 놀림을 받거나 주눅이 들지는 않을까

초등학교 입학 시키고 내내 마음 졸였다.

하루는 하교한 둘째가 나에게 말한다.

"엄마, 오늘 짝을 바꿨는데, 새로운 짝이 된  ○○가 왜 너는 키가 이렇게 작니? 하고 묻더라."

"그래서? 뭐라고 말해줬어?"

"그냥. 우리 엄마 유전자를 닮아서 그래 그랬어."

"그랬더니  ○○가 뭐래?"

"아아. 그러던데."

한다.


 


루빈스타인은 남들과 다른 턱수염으로 항상 조심스럽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놓는 것에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파블로프를 만나 서로의 모습을 숨김없이 바라보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 다르기에 거부하는 것이 아닌,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

그게 바로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가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그림에 표현된 날카로운 선들이

사람들이 다름을 바라보는 뾰족한 시선처럼 느껴져 그들은 얼마나 많이 찔리고 아팠을까, 하여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존재를 조심스러워 하는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전해진다.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눈에서 하트가 그려지고, 비둘기마저 그들의 하트에 더한 기운을 뿜기를 바라며 하트를 그들을 향해 콕 집어 올려준다.

날카롭고 불편했던 그들의 눈에 편안함과 사랑이 그려지고

굳게 다물었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그들의 마음은 어떨지 절로 느껴져 함께 미소를 짓게 한다.


둘째는 130cm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유는 엄마와 언니만 타는 놀이기구를 3학년이 다 가기 전 꼭 타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한때 작은 키의 둘째로 나 혼자 참 많이 힘들었다. 미안함이 컸던 탓이었으리라.

그 때 남편이

"키 작아서 못한 거 없이 다해보고 살았고, 건강하게 두 아이 낳았고, 이제까지 작은 키가 컴플렉스 아니었듯이

둘째도 당신처럼 그렇게 자라게 키우면 되지, 왜 그런 걸 걱정해" 한다.

아~ 그렇구나.

난 아무렇지 않게 살았으면서, 왜 내 아이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반에서 키가 제일 작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임원으로 선출되는 당당함과 인기를 누리며,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체구가 작아서? 라는 것에 본인 스스로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며

아주 잘 해내고 있으니 나에게 미안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신다.


루빈스타인은, 파블로프는, 자신들이 가진 남과 다른 그 무엇이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서로에 향해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상대를 만났음이고,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 가지씩의 결함이 있으며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완벽해지기를 위해 노력하고 애써본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자신을 보면, 애쓴 것과는 별개로 내 자신이 좀 더 당당해져있으며, 더 많이 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노력하는 만큼 내 자신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쏟아부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것,

나와 다른 당신을, 당신이 보여주는 작은 손길 속에 묻어나는 마음 한 줄기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마음으로 봐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말이다.


나에게 당당해지는 순간,

내 곁에는 나를 바라봐주는 따듯한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리라.

마음으로 봤을 때 보이는 것, 바로 너. 당신이다.

어여쁜 당신. 어여쁜 나.

오늘 꼭 안아주세요.



 

지난 봄에 만난 「어치와 참나무」의 그림 작가 강승은 선생님.

이루리 편집장님의 글 속에 담긴 강승은 선생님의 추천작품이라는 글에서 눈이 번쩍.

루빈스타인을 만나면서 까만 머리와 짙은 색채, 함께 등장하는 비둘기 한마리.

강승은 작가님의 어치와 참나무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습과 만나지고,

소녀와 함께 자연 속을 누비는 어치 한마리가 공원에서 만나지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속에서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

그림 속에서 서로 교감을 나누는 듯한 묘한 느낌을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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