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스타인. 참 예쁜 여인이다.
난 못해서, 그래서 한 번도 사보지 못한 아이라인을 아주 예쁘고 섬세하게 그려진 아름다운 여인이 표지를 장식한다.
곱게 빗어 한 가닥도 삐져나오지 않은 정갈한 검정 머리카락에 콧대가 날카롭게 잘 세워져 있어 그녀의 입매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그녀의 입은 어떤 표정을 말해주고 있을까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하얗고 가느다란 예쁜 손가락이 금방이라도 입을 가리며 나를 향해 호호 웃어줄 것만 같은,
하지만 눈매는 힘이 잔뜩 들어간 듯 결코 웃을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루빈스타인, 그녀는 누구일까?
왜 부채로 코 아래부터 입가를 모두 가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무얼 감추고 싶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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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고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컴플렉스가 없는 것이 컴플렉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잘난 게 하나도 없는 나이지만
나에 대해 불만이 별로 없었다.
동그란 얼굴에 두둑한 살집에 작은 키, 이목구비도 또렷하지 않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 나이다.
그럼에도 외모에 관심이 지극히 높아져있던 여고시절,
긴 머리를 양갈래로 쫑쫑 따고 다니면서 눈에 깊은 쌍까풀을 가져봤으면, 지독한 다이어트로 친구들에게 놀라움을 주겠다는
결의가
전혀 없었다. 그냥 나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그런 자신감이 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지금까지도 여전히 모르쇠로 남아있지만 한때 난 그랬다.
루빈스타인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다.
어디 한 군데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여쁘다. 그러나 그녀를 사람들의 눈요깃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치명적인 하나가 있다.
바로 검은 턱수염이다. 무성하고도 검게 자란 턱수염. 까뭇까뭇하게 올라온 수염이라면 면도기를 밀고 화장으로
가리겠지만
루빈스타인의 턱수염은 길고도 탐스러울만큼 숱이 많다. 턱수염으로 서커스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아무도 그녀의 흑색의 가지런한 머리카락과 초롱초롱한 눈과 오똑선 코 그리고 가느다랗고 섬세한 손은 보지
않는다.
나와는 다른 그녀의 턱수염에는 집중하며 몰라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안다고 단정짓는다.
결혼을 하고 둘째를 낳으면서 나의 당당한 자신감이 조금씩 불안함과 미안함으로 변화되어갔다.
나의 작은 키.
결혼 전, 상견례를 마치고 난 후 시누이 두 분이 키가 작음을 걱정하셨다고 남편에게 나중에 들었다.
남편은 누나들의 말에 170cm가 안 되는 건 모두 다 같다는 한 마디로 키 얘기는 더이상 불거지지 않았다 한다.
그런데 작은 둘째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쓰인다.
학교에서 키번호 1번. 친구들에게 작은 신체로 놀림을 받거나 주눅이 들지는 않을까
초등학교 입학 시키고 내내 마음 졸였다.
하루는 하교한 둘째가 나에게 말한다.
"엄마, 오늘 짝을 바꿨는데, 새로운 짝이 된 ○○가 왜 너는 키가 이렇게 작니? 하고 묻더라."
"그래서? 뭐라고 말해줬어?"
"그냥. 우리 엄마 유전자를 닮아서 그래 그랬어."
"그랬더니 ○○가 뭐래?"
"아아. 그러던데."
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c/a/candy718/vRvwpL3l.jpg)
루빈스타인은 남들과 다른 턱수염으로 항상 조심스럽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놓는 것에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파블로프를 만나 서로의 모습을 숨김없이 바라보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 다르기에 거부하는 것이 아닌,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
그게 바로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가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그림에 표현된 날카로운 선들이
사람들이 다름을 바라보는 뾰족한 시선처럼 느껴져 그들은 얼마나 많이 찔리고 아팠을까, 하여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존재를 조심스러워 하는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전해진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c/a/candy718/FY7FT5FF.jpg)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눈에서 하트가 그려지고, 비둘기마저 그들의 하트에 더한 기운을 뿜기를 바라며 하트를 그들을 향해 콕 집어 올려준다.
날카롭고 불편했던 그들의 눈에 편안함과 사랑이 그려지고
굳게 다물었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그들의 마음은 어떨지 절로 느껴져 함께 미소를 짓게 한다.
둘째는 130cm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유는 엄마와 언니만 타는 놀이기구를 3학년이 다 가기 전 꼭 타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한때 작은 키의 둘째로 나 혼자 참 많이 힘들었다. 미안함이 컸던 탓이었으리라.
그 때 남편이
"키 작아서 못한 거 없이 다해보고 살았고, 건강하게 두 아이 낳았고, 이제까지 작은 키가 컴플렉스 아니었듯이
둘째도 당신처럼 그렇게 자라게 키우면 되지, 왜 그런 걸 걱정해" 한다.
아~ 그렇구나.
난 아무렇지 않게 살았으면서, 왜 내 아이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반에서 키가 제일 작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임원으로 선출되는 당당함과 인기를 누리며,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체구가 작아서? 라는 것에 본인 스스로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며
아주 잘 해내고 있으니 나에게 미안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신다.
루빈스타인은, 파블로프는, 자신들이 가진 남과 다른 그 무엇이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서로에 향해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상대를 만났음이고,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 가지씩의 결함이 있으며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완벽해지기를 위해 노력하고 애써본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자신을 보면, 애쓴 것과는 별개로 내 자신이 좀 더 당당해져있으며, 더 많이 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노력하는 만큼 내 자신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쏟아부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것,
나와 다른 당신을, 당신이 보여주는 작은 손길 속에 묻어나는 마음 한 줄기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마음으로 봐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말이다.
나에게 당당해지는 순간,
내 곁에는 나를 바라봐주는 따듯한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리라.
마음으로 봤을 때 보이는 것, 바로 너. 당신이다.
어여쁜 당신. 어여쁜 나.
오늘 꼭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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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만난 「어치와 참나무」의 그림 작가 강승은 선생님.
이루리 편집장님의 글 속에 담긴 강승은 선생님의 추천작품이라는 글에서 눈이 번쩍.
루빈스타인을 만나면서 까만 머리와 짙은 색채, 함께 등장하는 비둘기 한마리.
강승은 작가님의 어치와 참나무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습과 만나지고,
소녀와 함께 자연 속을 누비는 어치 한마리가 공원에서 만나지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속에서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
그림 속에서 서로 교감을 나누는 듯한 묘한 느낌을 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