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아버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7
선미화 지음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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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겹지만, 가까이 하기엔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는 존재, 그의 이름은 할.아.버.지.

가정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자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

자식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없이 일만 하다 뒤돌아보니 품에 자식들은 이미 품을 떠나있고,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엔 멀어진

그 아버지에겐 이젠 자식보다 더 예쁜 손자 손녀들이 생겨나 그의 이름은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가 더 어울리는 때가 되었다.

한없이 자상하다가도 가끔 한번씩 지적을 할라치면, 손자 손녀들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한없이 미안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우리 아버지가 정말 많이 늙으셨구나. 저렇게 마음이 여리지시고...

하는 마음 한 켠이 묵직해온다.


 

동그란 눈망울에 이빨이 듬성듬성. 콧잔등에 주름이 가득하고 귀도 볼살도 이제 힘없이 늘어졌지만

우악스럽게 벌린 입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지금 감정상태가 어떤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하며 묻고 싶은 모습으로

우리는 이야기의 첫 문을 열어본다.


 


 

 

동물친구들이 공원에서 자기만의 시간에 빠져 있다.

하마는 책을 읽다 잠이 들었고, 원숭이는 조깅중이며, 돼지엄마는 아기 돼지에게 간식을 주려는지 도너츠 상자를 들고 있따.

할아버지 뒤로는 판다가 대나무를 뜯으며 한적한 오후를 맞이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지만, 눈가와 콧잔등에 주름이 한가득.

그 때 들려오는 "할아버지!"

귀 쫑긋.

가까이 달려오며 부르는 소리에 모른 척 신문에 집중하지만,

꼬마 고양이는 할아버지 앞에서 묘기라도 부리듯 보드를 자유자재로 타고 주위를 맴돈다.


 


하나.

둘.

셋.

드디어 폭~~ 발.


 

 


 

순간 욱했던 할아버지는 나무에 부딪혀 떨어진 꼬마 고양이 모습에 깜짝 놀라 하늘을 향해 치켜세웠던 귀도 눈도

아래로 늘어지고는 그의 안부를 물어온다.

휴~~~

꼬마 고양이는 괜찮다한다.

아주 아주 멀쩡하다고.

다만

다만.

안경이 없어 할아버지가 안 보일 뿐

모두 괜찮다고 한다.



이제부터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의 안경찾기 작전이 시작된다.

흐릿한 형체를 따라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꼬마 고양이의 기습 공격에 당황한 동물들의 모습들에서

절로 웃음이 나면서도

꼬마 고양이의 애절함

그리고

그 곁을 지키며

꼬마 고양이가 새로운 동물들을 찾아갈 때마다

한숨쉬고 골치아파 하는 모습이 역력한 할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며

위험을 막아보겠다는 할아버지의 몸부림

자연스럽게 그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에게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너무나 귀찮은,

그렇지만 모른 척 할 수 없어 안경점을 찾은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

부엉이 안경사의 안경값에 놀라 이빨빠진 잇몸을 다 드러내지만

꼬마 고양이의 미소 한 방에

끙~

식은땀을 흘리며 참아본다.


 



나란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

그러나

현실은.

동상이몽.

 


 


할아버지 손에 남겨진 동전 몇 푼과 꼬마 고양이의 행복

서로의 행복은 반비례지만

항상 정비례만이 옳은 건 아니니까

둘의 관계에선 누구 하나 손해 봐야 누구 하나 행복해지는 관계로 맺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정하지만 불편한 존재. 할아버지.

따뜻하지만 항상 친절한 건 아닌 존재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마냥 즐거운 꼬마 고양이와의 만남에서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와 멋모르고 할아버지 등에 올라타

미끄럼틀이라고 좋다고 하다가도

지나침에 혼이 나면서도 웃음으로 떼우고 마는 6살 조카가 떠오른다.

성가셔~ 저리가. 매번 조카를 밀어내면서도

낮잠이라도 자서 집안이 조용하면

밤에 못 잔다고 가서 깨우라고 성화시다.


어울리지 않는 할아버지와 꼬마 고양이

전혀 닮지 않은 아버지와 조카

서로가 함께 있어서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빛이 난다.


웃음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배우는 시간

너무나 다정해서 좋았고

동물들의 다양한 특징을 잡아 안경일까 아닐까 유추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동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우리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어 조카와 토닥토닥 싸우는 모습이

마치 그림으로 만나는 착각이 들어 더 좋았다.


웃음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달된 함께.

함께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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