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6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2020년에 안전가옥과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함께했던! 첫 번째 공모전의 수상작 다섯 작품이다. 과연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만 우리를, 세상이 구할 자격이 있는걸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주제가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들을 만들어냈다. 역시 영화사와 함께한 공모전답다! 각각의 이야기가 읽음과 동시에 눈앞에 그려진다. 이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일까? 셀프 가상 캐스팅을 진행하며 실감 나게 만끽했다.

개인적으로 <캔틴 그랜마 오미자>가 너무.. 너무 좋았다... 살리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야기엔 면역이 없어요.. 몇 번을 울컥하며 읽었는지. 온 마음을 다해 오미자 할머니가 원하는 그곳까지 훨훨 날아가길 바랐다. 지금도 어디선가 그녀가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응원해요 캡틴 오미자! 🦸🏻‍♀️✨



히어로의 '슈퍼'한 능력이 꼭 엄청나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약하는 대신 어디선가 조용하고 소소하게 세상에 의미를 더하는 히어로가 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를 구원할까.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안전가옥

시골 할머니 히어로의 조용한 세계 정복기 「캡틴 그랜마(Captain Grandma), 오미자」,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고등학생 히어로 '주영'의 「서프 비트(Surf Beat)」,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을 타인에게 전가 가능한 히어로의 「사랑의 질량 병기」, 비밀스런 히어로를 알아본 유일한 팬의 비밀을 다룬 「피클(Fickle)」, 청년히어로 '이순신'의 반려 거북이 찾기 대장정 「메타몽」 등 모든 수록작 속 인물들은 지금 당장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친근하다. 그저 사소한 초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다를 뿐. 친근함 속 숨겨진 ‘슈퍼 마이너리티’한 능력은 각각의 거대한 사건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벅찬 영웅담의 해피엔딩이 이어진다. 알차게 능력을 활용하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내게 용기를 복돋았다.

어렸을 때는 정말이지 내가 뭐라도 될 줄 알았다. 누군가 내 안의 특별한 초능력을 꺼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줄 것이라 믿었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국가, 아님 우리 동네만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나는 여기 노트북 앞에나 앉아 있고. 전혀 놀랍지 않겠지만 '슈퍼'한 능력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영웅담을 좋아한다. 특히나 이런 사소한 영웅담이라면 더더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준다던가, 나보다 약자인 타인을 배려한다던가, 단순한 선의로 타인을 구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거창한 영웅 한 명 보다 일상의 영웅 여럿이 훨씬 귀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당장 서로의 오늘을 더 쉽게 살게 하는 ‘친절’ 이라던가, ‘미소’라던가. 양보 배려 희망 긍정 사랑 ... 진부하게 느껴지는가? 나는 그 진부한 영웅이 되어보려 한다.

사소한 초능력으로 사람을, 삶을, 사랑을 지키는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들을 보며 나 역시 셀프 히어로 프로젝트(ㅋㅋ)를 시작해 보겠다. 이름하여 <진부한 선(善)을 먼저 선(先) 하는 히어로 되기!>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의 무너져가는 마음 정도는 살릴 수 있겠지. 조금 더 나아가 내가 사랑하는 타인들의 세계까지 닿는다면 더 좋고! 자꾸만 끼어드는 비관과 우울을 히어로의 책임감으로 떨쳐내겠다. (함께 할 히어로들을 구합니다😎)

그리고 혹시 또 아는가?

그렇게 셀프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갑자기 내 안의 ‘슈퍼 마이너리티’한 초능력이 발견될지.


🔖 #책속의한줄

(33p.) "그런데 할머니, 소말리아에는 뭐 하러 가려고?" 오미자의 대답은 짧고도 굵었다.

"세계 정복하러."

(66p.) 어린아이는 소원을 이루어 가면서 자신의 세계를 정복해 간대. 그러니까, 아이가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는 건 세계 정복에 참여하는 멋진 일이라고 했어. 아이의 세계 한구석에 살게 되는 거라고.

(72p.) 봐라. 언니. 눈이다. 눈. 언니 소원 들어줬으니까, 이젠 언니 세계에도 내가 있는 거지. 우리 서로의 세계에 있는 거지. 캡틴 그랜마는 나이자, 언니인 거야.

(77p.) 엄마, 나 물속에서 숨 쉴 수 있어

그러자 엄마는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말해, 라고 했다.

(100p.)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데. (...) 슬픔이 중첩되어 우리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렇게 평생을 있었을지도 모른다.

(134p.) 어제서야 비로소 박세정이 나한테 준 편지를 읽었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 주영아, 너만은 끝까지 내 곁에 있어 줘.

내 목덜미에 아가미가 생겼어. 만질 때마다 이상해. 네가 봤다면 신기해했을 텐데, 아쉽다.

(135p.) 그리고 나는, 반드시 영웅이 될게.

(246p.) 아마 대부분은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 전까지 자신의 특별함을 모른 채 살고 있을 거야. 어쩌면 모르는 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지.

(246p.) "전 돈 없어요. 가난해요. 고시원 살고요."

"우리도 좀 궁핍해. 근데?"

(283p.) 오미자 할머니는 한 명이지만, 그의 안에 깃든 힘은 한 명의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오드리 햅번을 닮은 오미자의 언니에게 글을 가르쳐 준 선생님, 오미자를 지켜 준 언니, 그리고 오미자. 그들의 상냥함이 이어 내려와 오미자의 파워가 된 것이다. 그들의 맥은 야에게 이어져, 야는 캡틴의 든든한 파트너로 수많은 상냥함을 경험하면서 어른이 될 것이다.

아이가 무사히 어른이 되는 건 자연스럽지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 범유진

(291p.) 연말이 되었을 때 서로를 영웅이라 치켜세우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평범했던 우리를 떠올리는 데에 이 소설이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때가 다시 올 겁니다.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저도 앉은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겠습니다. - 강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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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180만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밍키 PD가 90년대생 직업인으로서 생존해온 방식
홍민지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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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선물로 도서를 주신다고 해서 문명특급 밍키PD님의 에세이를 골랐다. (감사합니다♥) 산뜻한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좋다! 무거운 텍스트들에 지쳐있다면 더욱이 추천한다. 단호하고 확신에 찬 저자의 솔직함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뉴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문명특급은 벌써 5년째 단단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 문명특급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영상 하나만 본 사람을 없을 것이다. 저는 정말 사랑해요 문특,,(🥹🫶🏻)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MC인 재재가 SBS를 퇴사한다는 사실만으로 수십 개의 기사가 나는, 여전한 화제의 중심이다. 개인적으로 문명특급이 (뉴미디어를 넘어) 방송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방송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출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시청자의 관점에 포커스를 둬야 하는지 등..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돌판에 새로운 균열이 났다. 그들이 새로 정의한 문법이 쭉쭉 나아가 표준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지만!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분노와 절박함이 있는 독자라면 나와 공감대가 맞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의 찌질함에 위로받는 독자가 있다면 기쁘겠다.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홍민지 (210P.)

같은 90년대생 직업인으로서, 저자 안의 분노와 절박함이 깊게 와닿았다. MZ세대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롭지 않은'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의미 없이,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자행되는 일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직설적인 솔루션들에 아주 통쾌했다! (ex. 윽박지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망하면 때려치워도 괜찮다, 꿈은 굳이 안 이뤄도 된다, 잘하는 것을 하기보다는 못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등..ㅋㅋㅋ)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저자의 솔직함이 더 큰 힘이 된다. 그 힘으로 또 여러 개의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나는.. 저자처럼 일 할 자신이 없다. 주 7일 쉬는 날 하나 없이 매일 야근하는 삶은 너무.. 끔찍하다...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해서 하는 것, 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지금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도 원하는 골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던 내 모습 역시 기억한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다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 내 모든 전투력을 끌어올려 성취를 이루고 나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는 것. 이제는 지속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이어지도록 은은한 열정으로 무장하길 원한다. 내게 맞는 적절한 온도를 찾아 때로는 더 뜨겁게 올려 보기도, 때로는 절전모드로 잠시 쉬어가기도 하며 오래가고 싶다. 오래 책과 함께 하고 싶다. 그렇게 찾은 나만의 방식으로 이런 식으로 사회에 뿌리내리는 방법도 있다고 전해주겠다. 저자가 내게 그래주었듯이,

우리의 끈기가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버티라고 말하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안타깝지만 정말 버티긴 해야 한다.

각자 생긴 모양을 서로 존중해 주면서, 강제로 모양을 바꾸려는 방해꾼과 같이 싸워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 버텨낸 우리의 끈기가 새로운 주류가 되길 바란다.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홍민지 (184P.)


🔖 #책속의한줄

(17p.)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억울하다면 분노해야 한다. 그 에너지가 있으면 관두고 싶다가도 조금 더 버텨내게 된다. 그럼 언젠가 내가 만든 담장 밖에서 들어오고 싶다고 두드리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44p.) 이왕 회사와 한배를 탄 거 함께 좀 더 멀리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125p.)다른 것보다 그저 우리가 특권과 반칙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꼭 보여주고 싶었다.

(130p.) 그러니까 꼰대를 피하기 위해 라푼젤의 성 같은 요새에 나를 가두는 것보다는, 낮은 담장을 지어서 특정한 지점만 사냥개를 배치시키는 전략으로 가는 편이 더 낫다. 이것을 알고 나니 괜히 어금니에 들어가 있던 힘이 빠진다.

(143p.)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망할지, 대박이 날지, 논란의 중심이 될지, 화제의 중심이 될지, 아님 중심은커녕 철저히 외명당할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변해 있을지 굳이 상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겨놓고 당장 내일만 생각하며 살 거다. 과거가 예측 불가능했기에 모든 일들이 무한히 가능해 보였던 것처럼,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현재가 펼쳐진 것처럼.

(155p.) 정작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굳이 조언하지 않는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자신이 걸어본 길 말고도 아주 다양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휴, 아직 어리니까 이런 글도 쓰지"라고 생각하는 당신이 프로 조언러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조언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당신에게 이 글을 바친다.

(161p.) 하지만 자의에 의한 포기는 오히려 생산성을 높인다. 맥주를 따를 때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 잔에 꽉 차게 채 우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다가 조금이라도 넘치면 휴지를 뽑아와야 하고, 테이블도 닦아야 하고, 옷까지 맥주가 흘러서 빨아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귀찮은 상황들이 딸려 오는 거 다. 그래서 딱 적당히 안 넘칠 만큼만 따라야 내 인생이 덜 피곤해진다.

(167p.) 자신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도 자신 없는 일을 지워가며 내가 할 일을 찾아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용기라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성장한 능력으로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동료가 많아지면 좋겠다.

(170p.) "뉴미디어의 대표주자가 된 소감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와 재재 언니는 "대표인 줄 몰랐어요"라고 답했다.

(184p.) 버티라고 말하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안타깝지만 정말 버티긴 해야 한다. 각자 생긴 모양을 서로 존중해 주면서, 강제로 모양을 바꾸려는 방해꾼과 같이 싸워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 버텨낸 우리의 끈기가 새로운 주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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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남의 이름 웃음거리 삼지 마시요.

두루주에 용룡자입네다. 내 한 몸으로

이 세상 다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입네다."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제 23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이다. 믿고 보면 된다는 뜻이다. 이걸 왜 지금 봤지..? 어마무시한 흡입력에 출퇴근 지옥철에서도 푹 빠져 이틀 만에 읽었다. "거침없이 나아가되 쓸데없이 비장하지 않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으나 자기 연민이나 감상에 젖지 않는_서영인(문학평론가)" 주룡에게 완전히 반했다.. 우리에겐 정말이지 이런 소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왜곡되지 않은 여성 영웅의 이야기가 차고 넘치길 바란다. 싸우고 고뇌하고, 사랑하며 일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룡을 닮겠다고 다짐한다.

소설은 '병'과 1부, 2부로 나뉜다. "오래 주렸다."는 소설의 강렬한 첫 문장이 주룡의 삶을 관통한다고 느꼈다. 소설을 다 읽은 뒤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전히 다르게 읽힐 것이다.. (눈물 없이 어려워요) 나이 스물에 다섯 살 연하인 전빈과 혼례를 치르고, 남편이 된 전빈을 따라 얼떨결에 독립군 부대에 들어가는 1부. 평양에서 고무 공장 일을 하며 모단 껄을 꿈꾸다가 파업단에 가입하고 적색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며, 공장주들을 향한 투쟁 끝에 결국 을밀대 지붕 위에 오르고야 마는 2부.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전기 소설로,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다.

이게 실화라니... 세상에..... 마지막 사료를 보며 소름이 쫘악....

<더 셜리 클럽>을 쓴 저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간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1부를 읽고, 내가 아는 박서련이 맞나? 싶어 다시 표지로 돌아갔다. <모던테일>, <팔꿈치를 주세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의 단편들로만 저자의 작품을 읽었어서.. 의외였다. 물론 좋은 의미로! 이 도서가 처음 완성한 장편이자 첫 책이라고 하던데 놀랍다. 꾸준히, 정말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쓰고 계시는구나~ 싶어 당장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도서도 조금 더 길게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룡 삶의 타임라인을 더 깊고 진하게 따라가고 싶었다.

타인에게 폭력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잡아먹는 뒤집어진 인간,

하지만 저항의 존엄을 끝까지 상실하지 않는 인간.

그가 바로 강주룡이다. _서희원(문학평론가)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주룡을 보며 '존엄'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본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마음을 두는 것을 위해 끝까지 저항하는 행위 자체가 존엄을 지키는 일이 되는구나. 나는 무엇에 저항하며 나의 존엄을 지켜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행위로 나아갈 것인가. 자문하며, 결국 모든 것에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함도 상기한다. 주룡의 태도를 북극성으로 삼으려 한다. 저자는 강주룡이야말로 ‘자신의 대단함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위대함을 지닌 인물’이라고 했다. 그를 자주 생각하며, 자신에 대해 너무 골몰하거나 깊게 파고들어가는 태도를 지양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지 못하더라도 그저 옳다고 느끼는 것을 향해 행동하겠다. ..주룡의 삶이 자꾸만 나를 선언하게 만든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싸우고

고뇌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삶을 스스로 결정할 것


🔖 #책속의한줄

*yes24 도서관 뷰어 기준 '%'

(47%) 비록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주룡은 평생 처음으로 제가 고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풀고 옷을 벗을지 옷을 벗고 머리를 풀지를 선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부모를 따라서 이주하고, 시집을 가래서 가고, 서방이 독립군을 한대서 따라가고, 그런 식으로 살아온 주룡에게는, 자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이 그토록 귀중한 것이다. 고무 공장 직공이 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일말 서러운 일일지언정.

(47%)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도 모르는 낯을 하고 살 것이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48%) 사람이 어드렇게 그래할 수가 있답데까? - 사람이 아닌가 부다 하라. 그럼 일없어.

(53%) 누가 나더러 모단 껄이 아니라 했다고 내가 정말 모단 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자기가 모단 껄이 아니라는 것, 모단 껄이 되고 싶은 심정이 언간생심으로 보이리란 사실은 주룡이 가장 잘 안다. 언제나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으니 도무지 모를 수가 없다.

(68%) 네 한 사람 나가구 내 한 사람 가입하는 거이 아이디. 내래 일당백 일당천 할 거이니까네, 삼이 네 덕에 파업단에 백 명 보탬 되구 쳔 명 보탬이 된 거이다. 알갔어?

(69%)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75%) 총파업이 한 번 실패했따고 세상이 결딴난 것도 아니다. 또 싸우면 된다. 이길 때까지 덤비면 된다. 다만 모두 지쳐서 다음을 이야기할 여력이 없을 뿐이다. 지금은. 아직은. 그러나 곧.

(79%) 어쩌면 주룡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지나칠 수도 있었다. 알아버린 바람에 그 단 몇 초의 모욕에 대하여 몇 날이고 밤이고 생각하는 것이다.

(81%) 우습지 않습니다.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당신 아주 탁월한 사람입니다. 싸우려고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본때를 보여주시오. 나 따위 것 우습게 여겨버리시오. 알겠소?

(81%) 우리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83%) 주룡 씨. 사람은 소진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아끼시오. 아껴야 제때에, 쓸 곳에 쓸 수 있습니다.


#한겨레출판 에서 나오는 책들은 소설도 인문학도 다 너무 좋다.. 믿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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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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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信念), 굳게 믿는 마음.

신념의 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언제나 입을 떡 벌어지는 이야기를 써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유유히 다음 세계로 떠나는 조예은 작가님을.. 매우 애정 한다. 저자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다. <스노볼 드라이브>, <트로피컬 나이트>,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 나는 아직 스노볼 디스토피아에 빠져있는데 저자는 이미 섬찟하고 경쾌한 호러 스릴러의 세계로 넘어가있다. 후다닥 달려가 조예은표 할로윈을 한껏 즐기고 나왔더니 이번에는 섬이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사이비 종교 '영산교'를 통해 미신과 기도에 의지해서라도 재회하고 싶은 소망을 그린다.

주인공인 정해가 소꿉친구 우영이 만조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받으며 시작되는 소설은 짧지만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우영의 죽음 속에 숨겨진 영산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정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함께 휘몰아치며 영산(山)의 꼭대기에 올라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종교건 미신이건, 혼란한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마음 기댈 곳이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기대겠다고 타인의 자리를 빼앗아서는 안되지. 모태신앙으로 자라 스무 살 전까지는 매주 교회 가는 게 당연했던 사람으로서, 어떤 종교 집단에도 절대선은 존재할 수 없음을 감히 단언한다. 아무리 선의로 모였다고 해도 결국 인간이다. 그게 인간이다. 우영의 진심이, 신념이 고작 인간 때문에 그렇게 망가졌다는 게 씁쓸하다. 하지만, 아무리 우영이 진심으로 믿었다고 하지만. 내가 정해였다면? 사이비 종교에 깊은 신념을 가진 친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사이비 관련 이슈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더욱 마음이 복잡하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듯, 만조의 검은 바다가 감추고 있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해가 우영을 향한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정해에게 우영은 그저 우영, 사랑하는 우영,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는 우영. 그런 관계도 있는 거다.


나는 혼자잖아. 영산에 뿌려진다는 건 누군가 나를 그리워해야 가능한 일이야.

누군가 나를, 죽은 나를 보고싶어 해야 가능한 거라고. 그런데 난 아무도 없잖아.

만조를 기다리며, 조예은 (72P.)

우영은 영산에 뿌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우영을, 죽은 우영을 보고 싶어 할 테니까.

그리고 모든 비밀을 안은 채 뻔뻔하게 잘 지낼 테니까.


🔖 #책속의한줄

(48p.) 우영은 정해가 하자고 하는 모든 것에 좋다고 했다. 조개껍데기를 줍자고 해도 좋다 했고, 주운 조개껍데기로 팔찌와 목걸이를 만들자 해도 좋다 했다. 만든 목걸이를 머리에 얹고 춤을 추라고 해도 좋다 했다. 우영은 정해의 모든 걸 좋다고 했다. 우영과 노는 동안에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55p.) 물속에서 갈퀴처럼 마른 팔이 튀어나와 암석을 더듬었다. 정해는 드디어 심해의 사신이 자신을 데리러 왔다고 생각했다. 겁에 질린 채 암석을 타고 올라 구멍으로 발을 딛는 형체를 주시했다. 검은 바닷물 속에서 나타난 유령은 정해를 향해 태연히 말했다. "찾으러 왔어."

(72p.) 나는 혼자잖아. 영산에 뿌려진다는 건 누군가 나를 그리워해야 가능한 일이야. 누군가 나를, 죽은 나를 보고 싶어 해야 가능한 거라고. 그런데 난 아무도 없잖아.

(77p.) 그 사람들을 속이는 게 미안하진 않아? 우영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속이다니, 뭘?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속이는 거지 뭐야."

우영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난 그 사람들 속인 적 없어."

그리고 정해가 지금껏 보았던 얼굴 중 가장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며 말했다.

"넌 단 한 번도 내 말을 진심으로 믿은 적이 없구나."

고시원을 나간 우영은 그날 이후로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131p.) 혹시라도 섬을 나간 후의 정해를 상상하신다면, 미아도의 비밀을 간직한 채 현실로 돌아가 뻔뻔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위즈덤하우스#위클리픽션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출처: 위즈덤하우스)

처음 <파쇄>가 나왔을 때부터 너무 기대했던 시리즈..

이런 새로운 시도들 너무 좋구요 요즘 영상도 쇼츠, 숏폼이 유행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발 맞춘건가? 싶기도 하구...

단편으로 완결되었지만 장편으로 뒷얘기가 더 읽고 싶다! 혼자 궁금해하기도 하구....

무엇보다 경기도인에게 '한 장의 소설'은 축복이다.. 어깨 건강도 지켜주는 위즈덤(♥)

6월 신간으로 나온 파스텔톤 표지 컬러 작품들도 너무 궁금하다-!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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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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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딱 이맘 때 즈음 팟캐스트 #여둘톡 을 통해 추천받았다. 두 작가님의 열정적인 리뷰에 홀려 장바구니에 넣어뒀지만.. (벌써 1년이 지났다니) 그 사이 늘어난 리뷰들에는 백이면 백 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다는 말이 있었다. 이걸 읽고 울지 않으면 싸이코패스라는 과격한 감탄이 난무하기도😂

세상에 우리 엄마만큼 내 기분을 있는 대로 잡쳐놓을 수 있는 신랄한 사람도 없지만, 또 우리 엄마만큼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피터조차도 그렇게는 못 했다. 나는 언제나 엄마가 하는 말을 마음속 깊이 믿었다. 내 머리가 조금이라도 헝클어졌거나 화장이 진하게 됐을 때 내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H마트에서 울다, 미셸자우너

그리고 나는.. 다행히 싸이코패스가 아니였음을… 지하철에서 읽는 내내 눈물이 자꾸 차올라 이를 꽉 깨무느라 입 안이 얼얼할 정도였다. 언제나 엄마 얘기에는 늘 속절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늘 엄마에게 하는 농담(반 진심 반)이 있다. 엄마가 없으면 나도 없을 거라고, 엄마는 내 목숨까지 두 사람 몫을 산다고 생각하면서 건강 잘 챙겨야 한다고. 내가 속해온 모든 집단의 사람들 이름을 다 알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안의 모-든 이야기를 엄마와 나눴다. 아주 작은 시시한 것부터 너무 크고 무거운 것들까지도 온전히 필터 없이 전할 수 있는 상대는 엄마가 유일했고, 지금도 여전히 유일하다.

내 기꺼운 약점인 엄마, 나는 저자처럼 씩씩하게 엄마가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H마트의 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두 팔로 감싸 안을 만큼의 크기’라는 뜻이다. 엄마를 잃고 찾아간 그곳에서, 저자는 엄마가 미각에 강렬하게 새긴 맛을 되찾으며 위안을 얻고 회복해나간다. 저자의 ‘솔직함’은 이 에세이의 가장 큰 무기이다. 이런 것까지 다 얘기해도 괜찮은 건가..? 싶은고백이 이어진다. 가감 없이 자신의 내면을, 사건을, 방황을 드러내는 저자를 보며 이런 사람이 하는 예술이라면 무엇이든 한번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전에 한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얘기도 떠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안에 가득 찬 무언가를 꺼내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낼 수 없다고, 그런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거라고. 예술로 승화시켜 스스로를 살게 하는 거라고.

지나온 상실 속에서 찾은 엄마의 사랑과 정체성이 저자를 한아름 안아주어 살게 하길 바란다.

이건 저자를 향한 응원이자 동시에 또 언젠가의 같은 상실을 겪을 나를 향한 응원이다.


기독교는 이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였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종교가 그 순간에 이모 곁에 있어줘서 감사했다.

H마트에서 울다, 미셸자우너

같은 지구 다른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 ‘가능한 소통의 형태’는 참으로 소중하다. 꼭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저자가 겪은 것처럼 종교가 그러하고, 내가 겪어온 바로는 음악·춤·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러하다. 가열찬 n극화로 인해 보고, 듣고, 입고, 먹고, 말하는 모든 것에 접점이 전혀 없어도 이상하지 않은 때가 되었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지구 안에서 숨 쉬고 있긴 하지만, 개개인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것 같단 생각을 종종 한다. 분명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씁쓸하지만 나와 다른 세계임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모든 언어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은 감히 부리지 않기로 한다. 다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범주에 조금이라도 교집합이 있다면, 더 깊은 소통으로 이어질 궁리를 한다. 내 세계에만 갇혀 고독사 하는 일이 없도록. 기쁜 마음으로 서로 초대를 주고받으며 자주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다녀오길 소망한다.


🔖 #책속의한줄

*yes24 도서관 뷰어 기준 '%'

(122%) 세상에 우리 엄마만큼 내 기분을 있는 대로 잡쳐놓을 수 있는 신랄한 사람도 없지만, 또 우 리 엄마만큼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피터조차도 그렇게는 못 했다. 나는 언제나 엄마가 하는 말을 마음속 깊이 믿었다. 내 머리가 조금이라도 헝클어졌거나 화장이 진하게 됐을 때 내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엄마가 고쳐주기를 계속 기다렸지만 엄마는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다. 엄마 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웃고만 있었다. 어쩌면 약에 취해 제대로 분간을 못 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소한 비판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내심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123%) 나는 사랑은 행위이고, 본능이고, 계획하지 않은 순간들과 작은 몸짓들이 불러일으키는 반응이며,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36%) '사랑스럽다'는 말은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는 형용사였다. 엄마는 나를 딱 한 단어로만 표현 해야 한다면 '사랑스럽다'는 말을 고를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는 그 단어가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열정을 아우르는 말처럼 느껴졌나보다. 그것은 엄마의 묘비명에 새겨 넣기에도 딱 알맞은 단어였다. 자애로운loving 엄마는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지만 사랑스러운lovely 엄마는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138%) 기독교는 이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였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종교가 그 순간에 이모 곁에 있어줘서 감사했다.

(146%) 우울처럼 슬픔도 가장 간단한 일조차 해내기 힘들게 했다. 우리는 멋진 경관에 무감각했고 무감동했으며 조용히 비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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