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다행히 싸이코패스가 아니였음을… 지하철에서 읽는 내내 눈물이 자꾸 차올라 이를 꽉 깨무느라 입 안이 얼얼할 정도였다. 언제나 엄마 얘기에는 늘 속절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늘 엄마에게 하는 농담(반 진심 반)이 있다. 엄마가 없으면 나도 없을 거라고, 엄마는 내 목숨까지 두 사람 몫을 산다고 생각하면서 건강 잘 챙겨야 한다고. 내가 속해온 모든 집단의 사람들 이름을 다 알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안의 모-든 이야기를 엄마와 나눴다. 아주 작은 시시한 것부터 너무 크고 무거운 것들까지도 온전히 필터 없이 전할 수 있는 상대는 엄마가 유일했고, 지금도 여전히 유일하다.
내 기꺼운 약점인 엄마, 나는 저자처럼 씩씩하게 엄마가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H마트의 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두 팔로 감싸 안을 만큼의 크기’라는 뜻이다. 엄마를 잃고 찾아간 그곳에서, 저자는 엄마가 미각에 강렬하게 새긴 맛을 되찾으며 위안을 얻고 회복해나간다. 저자의 ‘솔직함’은 이 에세이의 가장 큰 무기이다. 이런 것까지 다 얘기해도 괜찮은 건가..? 싶은고백이 이어진다. 가감 없이 자신의 내면을, 사건을, 방황을 드러내는 저자를 보며 이런 사람이 하는 예술이라면 무엇이든 한번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전에 한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얘기도 떠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안에 가득 찬 무언가를 꺼내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낼 수 없다고, 그런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거라고. 예술로 승화시켜 스스로를 살게 하는 거라고.
지나온 상실 속에서 찾은 엄마의 사랑과 정체성이 저자를 한아름 안아주어 살게 하길 바란다.
이건 저자를 향한 응원이자 동시에 또 언젠가의 같은 상실을 겪을 나를 향한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