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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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름 웃음거리 삼지 마시요.

두루주에 용룡자입네다. 내 한 몸으로

이 세상 다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입네다."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제 23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이다. 믿고 보면 된다는 뜻이다. 이걸 왜 지금 봤지..? 어마무시한 흡입력에 출퇴근 지옥철에서도 푹 빠져 이틀 만에 읽었다. "거침없이 나아가되 쓸데없이 비장하지 않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으나 자기 연민이나 감상에 젖지 않는_서영인(문학평론가)" 주룡에게 완전히 반했다.. 우리에겐 정말이지 이런 소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왜곡되지 않은 여성 영웅의 이야기가 차고 넘치길 바란다. 싸우고 고뇌하고, 사랑하며 일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룡을 닮겠다고 다짐한다.

소설은 '병'과 1부, 2부로 나뉜다. "오래 주렸다."는 소설의 강렬한 첫 문장이 주룡의 삶을 관통한다고 느꼈다. 소설을 다 읽은 뒤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전히 다르게 읽힐 것이다.. (눈물 없이 어려워요) 나이 스물에 다섯 살 연하인 전빈과 혼례를 치르고, 남편이 된 전빈을 따라 얼떨결에 독립군 부대에 들어가는 1부. 평양에서 고무 공장 일을 하며 모단 껄을 꿈꾸다가 파업단에 가입하고 적색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며, 공장주들을 향한 투쟁 끝에 결국 을밀대 지붕 위에 오르고야 마는 2부.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전기 소설로,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다.

이게 실화라니... 세상에..... 마지막 사료를 보며 소름이 쫘악....

<더 셜리 클럽>을 쓴 저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간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1부를 읽고, 내가 아는 박서련이 맞나? 싶어 다시 표지로 돌아갔다. <모던테일>, <팔꿈치를 주세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의 단편들로만 저자의 작품을 읽었어서.. 의외였다. 물론 좋은 의미로! 이 도서가 처음 완성한 장편이자 첫 책이라고 하던데 놀랍다. 꾸준히, 정말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쓰고 계시는구나~ 싶어 당장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도서도 조금 더 길게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룡 삶의 타임라인을 더 깊고 진하게 따라가고 싶었다.

타인에게 폭력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잡아먹는 뒤집어진 인간,

하지만 저항의 존엄을 끝까지 상실하지 않는 인간.

그가 바로 강주룡이다. _서희원(문학평론가)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주룡을 보며 '존엄'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본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마음을 두는 것을 위해 끝까지 저항하는 행위 자체가 존엄을 지키는 일이 되는구나. 나는 무엇에 저항하며 나의 존엄을 지켜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행위로 나아갈 것인가. 자문하며, 결국 모든 것에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함도 상기한다. 주룡의 태도를 북극성으로 삼으려 한다. 저자는 강주룡이야말로 ‘자신의 대단함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위대함을 지닌 인물’이라고 했다. 그를 자주 생각하며, 자신에 대해 너무 골몰하거나 깊게 파고들어가는 태도를 지양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지 못하더라도 그저 옳다고 느끼는 것을 향해 행동하겠다. ..주룡의 삶이 자꾸만 나를 선언하게 만든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싸우고

고뇌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삶을 스스로 결정할 것


🔖 #책속의한줄

*yes24 도서관 뷰어 기준 '%'

(47%) 비록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주룡은 평생 처음으로 제가 고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풀고 옷을 벗을지 옷을 벗고 머리를 풀지를 선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부모를 따라서 이주하고, 시집을 가래서 가고, 서방이 독립군을 한대서 따라가고, 그런 식으로 살아온 주룡에게는, 자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이 그토록 귀중한 것이다. 고무 공장 직공이 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일말 서러운 일일지언정.

(47%)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도 모르는 낯을 하고 살 것이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48%) 사람이 어드렇게 그래할 수가 있답데까? - 사람이 아닌가 부다 하라. 그럼 일없어.

(53%) 누가 나더러 모단 껄이 아니라 했다고 내가 정말 모단 껄이 아닌 것은 아니다. 자기가 모단 껄이 아니라는 것, 모단 껄이 되고 싶은 심정이 언간생심으로 보이리란 사실은 주룡이 가장 잘 안다. 언제나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으니 도무지 모를 수가 없다.

(68%) 네 한 사람 나가구 내 한 사람 가입하는 거이 아이디. 내래 일당백 일당천 할 거이니까네, 삼이 네 덕에 파업단에 백 명 보탬 되구 쳔 명 보탬이 된 거이다. 알갔어?

(69%)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75%) 총파업이 한 번 실패했따고 세상이 결딴난 것도 아니다. 또 싸우면 된다. 이길 때까지 덤비면 된다. 다만 모두 지쳐서 다음을 이야기할 여력이 없을 뿐이다. 지금은. 아직은. 그러나 곧.

(79%) 어쩌면 주룡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지나칠 수도 있었다. 알아버린 바람에 그 단 몇 초의 모욕에 대하여 몇 날이고 밤이고 생각하는 것이다.

(81%) 우습지 않습니다.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당신 아주 탁월한 사람입니다. 싸우려고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본때를 보여주시오. 나 따위 것 우습게 여겨버리시오. 알겠소?

(81%) 우리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83%) 주룡 씨. 사람은 소진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아끼시오. 아껴야 제때에, 쓸 곳에 쓸 수 있습니다.


#한겨레출판 에서 나오는 책들은 소설도 인문학도 다 너무 좋다.. 믿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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