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6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에 안전가옥과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함께했던! 첫 번째 공모전의 수상작 다섯 작품이다. 과연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만 우리를, 세상이 구할 자격이 있는걸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주제가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들을 만들어냈다. 역시 영화사와 함께한 공모전답다! 각각의 이야기가 읽음과 동시에 눈앞에 그려진다. 이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일까? 셀프 가상 캐스팅을 진행하며 실감 나게 만끽했다.

개인적으로 <캔틴 그랜마 오미자>가 너무.. 너무 좋았다... 살리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야기엔 면역이 없어요.. 몇 번을 울컥하며 읽었는지. 온 마음을 다해 오미자 할머니가 원하는 그곳까지 훨훨 날아가길 바랐다. 지금도 어디선가 그녀가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응원해요 캡틴 오미자! 🦸🏻‍♀️✨



히어로의 '슈퍼'한 능력이 꼭 엄청나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활약하는 대신 어디선가 조용하고 소소하게 세상에 의미를 더하는 히어로가 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를 구원할까.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안전가옥

시골 할머니 히어로의 조용한 세계 정복기 「캡틴 그랜마(Captain Grandma), 오미자」,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고등학생 히어로 '주영'의 「서프 비트(Surf Beat)」,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을 타인에게 전가 가능한 히어로의 「사랑의 질량 병기」, 비밀스런 히어로를 알아본 유일한 팬의 비밀을 다룬 「피클(Fickle)」, 청년히어로 '이순신'의 반려 거북이 찾기 대장정 「메타몽」 등 모든 수록작 속 인물들은 지금 당장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친근하다. 그저 사소한 초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다를 뿐. 친근함 속 숨겨진 ‘슈퍼 마이너리티’한 능력은 각각의 거대한 사건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벅찬 영웅담의 해피엔딩이 이어진다. 알차게 능력을 활용하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내게 용기를 복돋았다.

어렸을 때는 정말이지 내가 뭐라도 될 줄 알았다. 누군가 내 안의 특별한 초능력을 꺼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줄 것이라 믿었다.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국가, 아님 우리 동네만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나는 여기 노트북 앞에나 앉아 있고. 전혀 놀랍지 않겠지만 '슈퍼'한 능력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영웅담을 좋아한다. 특히나 이런 사소한 영웅담이라면 더더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준다던가, 나보다 약자인 타인을 배려한다던가, 단순한 선의로 타인을 구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거창한 영웅 한 명 보다 일상의 영웅 여럿이 훨씬 귀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당장 서로의 오늘을 더 쉽게 살게 하는 ‘친절’ 이라던가, ‘미소’라던가. 양보 배려 희망 긍정 사랑 ... 진부하게 느껴지는가? 나는 그 진부한 영웅이 되어보려 한다.

사소한 초능력으로 사람을, 삶을, 사랑을 지키는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들을 보며 나 역시 셀프 히어로 프로젝트(ㅋㅋ)를 시작해 보겠다. 이름하여 <진부한 선(善)을 먼저 선(先) 하는 히어로 되기!>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의 무너져가는 마음 정도는 살릴 수 있겠지. 조금 더 나아가 내가 사랑하는 타인들의 세계까지 닿는다면 더 좋고! 자꾸만 끼어드는 비관과 우울을 히어로의 책임감으로 떨쳐내겠다. (함께 할 히어로들을 구합니다😎)

그리고 혹시 또 아는가?

그렇게 셀프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갑자기 내 안의 ‘슈퍼 마이너리티’한 초능력이 발견될지.


🔖 #책속의한줄

(33p.) "그런데 할머니, 소말리아에는 뭐 하러 가려고?" 오미자의 대답은 짧고도 굵었다.

"세계 정복하러."

(66p.) 어린아이는 소원을 이루어 가면서 자신의 세계를 정복해 간대. 그러니까, 아이가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는 건 세계 정복에 참여하는 멋진 일이라고 했어. 아이의 세계 한구석에 살게 되는 거라고.

(72p.) 봐라. 언니. 눈이다. 눈. 언니 소원 들어줬으니까, 이젠 언니 세계에도 내가 있는 거지. 우리 서로의 세계에 있는 거지. 캡틴 그랜마는 나이자, 언니인 거야.

(77p.) 엄마, 나 물속에서 숨 쉴 수 있어

그러자 엄마는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말해, 라고 했다.

(100p.)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데. (...) 슬픔이 중첩되어 우리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렇게 평생을 있었을지도 모른다.

(134p.) 어제서야 비로소 박세정이 나한테 준 편지를 읽었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 주영아, 너만은 끝까지 내 곁에 있어 줘.

내 목덜미에 아가미가 생겼어. 만질 때마다 이상해. 네가 봤다면 신기해했을 텐데, 아쉽다.

(135p.) 그리고 나는, 반드시 영웅이 될게.

(246p.) 아마 대부분은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 전까지 자신의 특별함을 모른 채 살고 있을 거야. 어쩌면 모르는 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지.

(246p.) "전 돈 없어요. 가난해요. 고시원 살고요."

"우리도 좀 궁핍해. 근데?"

(283p.) 오미자 할머니는 한 명이지만, 그의 안에 깃든 힘은 한 명의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오드리 햅번을 닮은 오미자의 언니에게 글을 가르쳐 준 선생님, 오미자를 지켜 준 언니, 그리고 오미자. 그들의 상냥함이 이어 내려와 오미자의 파워가 된 것이다. 그들의 맥은 야에게 이어져, 야는 캡틴의 든든한 파트너로 수많은 상냥함을 경험하면서 어른이 될 것이다.

아이가 무사히 어른이 되는 건 자연스럽지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 범유진

(291p.) 연말이 되었을 때 서로를 영웅이라 치켜세우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평범했던 우리를 떠올리는 데에 이 소설이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때가 다시 올 겁니다.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저도 앉은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겠습니다. - 강명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