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속의한줄
(33p.) "그런데 할머니, 소말리아에는 뭐 하러 가려고?" 오미자의 대답은 짧고도 굵었다.
"세계 정복하러."
(66p.) 어린아이는 소원을 이루어 가면서 자신의 세계를 정복해 간대. 그러니까, 아이가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는 건 세계 정복에 참여하는 멋진 일이라고 했어. 아이의 세계 한구석에 살게 되는 거라고.
(72p.) 봐라. 언니. 눈이다. 눈. 언니 소원 들어줬으니까, 이젠 언니 세계에도 내가 있는 거지. 우리 서로의 세계에 있는 거지. 캡틴 그랜마는 나이자, 언니인 거야.
(77p.) 엄마, 나 물속에서 숨 쉴 수 있어
그러자 엄마는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말해, 라고 했다.
(100p.)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데. (...) 슬픔이 중첩되어 우리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렇게 평생을 있었을지도 모른다.
(134p.) 어제서야 비로소 박세정이 나한테 준 편지를 읽었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라. 주영아, 너만은 끝까지 내 곁에 있어 줘.
내 목덜미에 아가미가 생겼어. 만질 때마다 이상해. 네가 봤다면 신기해했을 텐데, 아쉽다.
(135p.) 그리고 나는, 반드시 영웅이 될게.
(246p.) 아마 대부분은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 전까지 자신의 특별함을 모른 채 살고 있을 거야. 어쩌면 모르는 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지.
(246p.) "전 돈 없어요. 가난해요. 고시원 살고요."
"우리도 좀 궁핍해. 근데?"
(283p.) 오미자 할머니는 한 명이지만, 그의 안에 깃든 힘은 한 명의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오드리 햅번을 닮은 오미자의 언니에게 글을 가르쳐 준 선생님, 오미자를 지켜 준 언니, 그리고 오미자. 그들의 상냥함이 이어 내려와 오미자의 파워가 된 것이다. 그들의 맥은 야에게 이어져, 야는 캡틴의 든든한 파트너로 수많은 상냥함을 경험하면서 어른이 될 것이다.
아이가 무사히 어른이 되는 건 자연스럽지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 범유진
(291p.) 연말이 되었을 때 서로를 영웅이라 치켜세우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평범했던 우리를 떠올리는 데에 이 소설이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때가 다시 올 겁니다.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저도 앉은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겠습니다. - 강명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