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시피 -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
최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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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부재의 '사연 팔이'가 솔직한 글쓰기의 특징으로 오해되는 당대 한국 사회에서, 모처럼 담백하고 정직한 책을 만나 기쁘다. 칼럼 잘 쓰는 사람은 논문도 소설도 잘 쓴다. 그 역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 책이 사회에서 칼럼의 지위와 칼럼니스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

- 정희진(<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자기소개서를 쓰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그것도 매번 쓸 때마다 저항 없이 자괴감에 빠진다. 물론 '자기소개서'라는 특별한 형식의 압박도 이유가 되겠지만, 본질적인 글쓰기에 대한 한계를 느껴서일 때가 많다. 내가 이렇게까지 글을 못썼었나? 제목이 너무 매력 없지 않나? 핵심 없이 왜 이렇게 구구절절이야? 의 무한 굴레를 돌며 좌절하는 기간을 거쳐야 겨우 결과물이 나온다. 완벽히 마음에 들어서 결과물이 되는 건 아니다. 마감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잘 썼든 못 썼든 내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마감이 없었다면 영원히 내지 못했을지도...)

꼭 자기소개서가 아니더라도 나와 같이 글을 쓰는 과정의 어려움을 한 번이라도 느껴봤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을 맛깔스런 글쟁이로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알찬 '글쓰기 레시피북'이란 기깔난 카피가 독자를 반긴다.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부제가 도서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저자는 전문적인 칼럼리스트가 아닌 칼럼을 사랑하는 글쓰기 전문 강사이다. 선수 출신이 아닌 축구 코치인 것이다. 선수만큼 공을 잘 차지는 못해도 자신만의 훈련 노하우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의 역할로(11쪽) 칼럼에 대해 전한다. 쓰는 것과 방법을 전달하는 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요리와 칼럼을 비유적으로 섞어 칼럼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이라도 바로 소화가 가능하다. 중간중간 요약되어 있는 내용 정리표, '내 글에 바로 써먹는 5가지 퇴고 요령'(218쪽), '좋은 제목을 짓는 갖가지 요령(244쪽) 등이 그 속도를 더한다.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 싶었던 지점을 요점만 딱 딱 정리해 설명해 준다. 예시로 드는 다양한 칼럼은 덤이다. 안 그래도 블로그(카테코리 eunoia)에 칼럼 및 인터뷰를 아카이빙 하는 중이었는데, 추천 칼럼 리스트를 선물받은 것만 같다. 아이고 알차다!

저자는 글쓰기 수업에는 피아노, 춤, 수영, 요리 등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것, 무언가 배우는 것 모두 결국 자신을 표현하고픈 갈망이다. 글쓰기 역시 오랜 반복과 끈기로 이뤄 낸 '나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숙련된 기술만이 욕망을 다룰 줄 아는 법이다.(310쪽) SNS의 발달로 인해 자기표현 욕구의 수단과 방법이 모두 늘어난 요즘, 사회에서 '글쓰기'는 단순히 활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기도 서평도 가끔 나는 왜 쓰는 걸까? 스스로에게 궁금한 채 써왔다. 어렴풋했던 마음이 정리된 텍스트를 통해 구체적인 이해로 이어졌다.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욕망이었음을 깨닫는다. 숙련된 기술로 내 욕망에 정확히 가닿고 싶다. 긴 호흡의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함께 쓰며 서로의 욕망을 조명하기를 ❤️‍🔥


🔖 #책속의한줄

(9p.) 사회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나만의 목소리를 분출해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글을 쓰는 건 상당히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개인의 이익이나 안녕에만 머물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불합리한 시스템을 지적하고 타파한 후 새로운 체계를 설립하는 과정에 일조하는 노력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해요.

(67p.) 위로란 그 사람의 고뇌를 낱낱이 파헤쳐 분석한 후 달래 주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모습에 공감해 주는 그 자체가 아닐까요?

(119p.) 문을 멈추지 않고 쾅쾅쾅 두드린다고 해서 독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칼럼에서도 일종의 진폭과도 같은 세밀한 조절이 요구됩니다. 바로 빌드업 말이죠.

(135p.) "세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세상에 대해 읽고 쓴다는 일이 말할 수 없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부끄러움을 견디면서 쓴다." - 홍은전

(158p.) '거짓말이야'라고 내뱉는 게 아니라 개연성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관련된 서사가 이야기로서 미흡하다는 점을 짚는 거지요. 억지스러운 이야기라고 핀잔을 주는 셈입니다.

(178p.) 칼럼 필자는 정직한 감정을 택했어요. "수긍은 가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며 실은 "잔소리로만 들려 거부감'까지 든다고 솔직하게 말한 거지요. 얼핏 보면 주제를 부인한 듯 보이지만 그보다는 주제를 이행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라 보여요.

(182p.) 문제 제기만으로도 훌륭한 칼럼이 될 수 있습니다.

(205p.) 김연수 소설가는 어느 강연에서 '소설가는 고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쓴 글을 계속 매만지는 사람이라는 뜻일 겁니다. (...) 모든 글을 쓰는 이에게 퇴고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310p.) 글쓰기 수업에는 피아노와 춤뿐 아니라 외국어, 수영, 요리, 사진, 암벽등반, 사이클 등을 예전에 했거나 배우는 분이 꽤 많으세요. 다큐멘터리를 찍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고픈 갈망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분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합니다. 글쓰기도 오랜 반복과 끈기로 이뤄 낸, 나를 드러내는 도구니까요. 숙련된 기술만이 욕망을 다룰 줄 아는 법입니다.

(311p.) 전문 셰프가 되어 장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정성스럽게 만들어 대접하고 싶은 욕망에 기꺼이 요리를 배우는 거니까요.


#칼럼레시피 #최진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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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광고인이다 -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광고 이야기
임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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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뒷북으로 드라마 #대행사 를 봤다.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인 해당 작품은 광고인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이를 보며 들었던 생각은 첫째, 광고인이 되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야겠구나.. 그리고 둘째, 진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만 오래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은 밤을 새고 또 밤을 새고 계속해서 밤을 새며 일한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까이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드라마적 과장이 있으려나? 싶었지만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이기 때문에 순한 맛으로 광고인들의 현실을 보여준 편이라고. 매일이 파도타기인 광고인들의 삶에 감탄했다. 자신의 생활 자체를 기꺼이 내어서까지 만들게 되는 ‘광고’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광고업계 사람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꿈꾼다는 제일기획! 바로 그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임태진의 첫 저작이다. (김영철 배우가 '사딸라!'를 외치는 햄버거 광고를 아는가? 이뿐 아니라 여러 센스 있는 흥행 광고의 기획자이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각 장 마지막마다 실린 현직자들의 인터뷰, '필수 실무용어 90'까지. 지루할 새가 없이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의 즐겨찾기(120쪽)와 같은 페이지는 특히나 유용했다. 도대체 인사이트를 어디서 얻지?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 색다른 생각을 어떻게 내지? 한 번이라도 고민한 적이 있다면, 광고인들의 발 빠른 인사이트 채집(?) 루트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직업인'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꼭 광고업 관련 직종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 잘하는 멋진 선배의 조언을 읽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가질 태도에 대해,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특히나 물리학과 디자인 전공, 음악방송 연출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저자가 모든 경험을 기반으로 광고를 만드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나 역시 전공과는 완전히 무관한 일에 뛰어들며 괜히 위축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잘 녹여서 자양분으로 쓰면 되겠구나! 싶어 힘이 되기도 했다. 어떤 업종에 있던지 결국 '일'이란 건 본질적으로 같아서 큰 틀을 잡아두면 어디든 넘나들 수 있음을!

저자는 자신의 일이 '빡세고 재미있다'고 한다. 오직 크리에이티브만으로 평가받는 세계, 모든 배경과는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곳이기도 하다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명확한 인지와 자부심이 느껴진다. 저자를 보며 '일'에 대해 생각한다.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부분은 너무나도 크고, 아무리 워라밸을 맞춘대도 일과 나를 완벽히 분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더더욱 일을 향하는 내 마음을 바로 세워야 한다. 똑같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도 내가 선택한 일, 행위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일, 이를 기반으로 더 큰 비전을 꿈꾸는 일이라면 다르게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간단한 건 내 마음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겠지. 자문에 지칠 때 이 책을 다시 꺼내볼 것 같다. 선배 직업인인 저자의 유쾌한 조언이 그때에도 지금처럼 나를 기쁘게, 또 벅차게 하길 기대한다.


🔖 #책속의한줄

(66p.) Q5. 혹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뭐를 선택할 건가요?

A5: 광고주...... 무조건 광고주입니다.

(110p.)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두고 쌓아온 경험도 재능만큼 중요한 자산이 된다.

(121p.) "창의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죠. 저 역시 크리에이티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에서 '새로운 유'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32p.) 밈이라는 건 애정의 총합 같은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걸로 밈을 만들지 않죠.

(173p.) 헤겔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끝나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그 시대가 끝나기 전에 그 시대의 광고를 보면 지금의 시대정신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공감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시대를 계속 쫓아야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178p.) 큰 시대의 흐름은 고민해 봤자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저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죠. 고민할 시간에 노 한번이라도 더 젓고, 돌 피하고, 얼른 퇴근해야죠. 저기 또 뭔가 큰 게 오고 있는 것 같은데, 닥치면 그때 생각하려고요. 어떻게든 하게 되겠죠.

(197p.) 광고는 아이디어를 잘 내는 것도 잘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지켜내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275p.) 다시 말하지만 대충대충 하라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은 잘 해내고 남는 에너지로 많은 사람과 얘기를 하고 본인만의 직업관도 고민해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걸 열심히 보고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것이광고인이다 #임태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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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이름의 숲
아밀 지음 / 허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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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가수 '윤하'였다. 초등학교 때 음악방송에서, 피아노를 치며 혜성을 부르는 모습을 보곤..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날부터 윤하언니처럼 되겠다고 피아노도 배우고, 용돈을 모아 악보를 사러 혼자 처음 시내에도 가보고, 블로그를 만들어 노래 가사를, 영상을 아카이빙하고... 초등학생 은이의 취미는 그저 '윤하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 자연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하루를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든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나를 살게 한 '언니들'이 있다. 윤하와 아이유, 테일러스위프트.. (꽤나 일관되죠 하하) 이제는 언니들의 노래를 넘어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원동력이 된다.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 얼마나 큰 노력이 숨어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잣대가 얼마나 엄격하고 냉정한지. 우리 언니들은 가수인데, 심지어 자기 곡도 자기가 쓰는데! 음악성보다 외면에 대한 평가가 훨씬 많다. 얘는 살이 쪘네 어디를 고쳤네 어디가 부었네 나이를 먹었네 등등... 자기관리도 실력이란 말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나는 우리 언니들이 그냥 몸도 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노래해 주길 바라는데.. 이런 내 마음을 얹는 것도 부담이 될까 조심스럽다. 무수한 사랑과 질타를 동시에 받는 언니들의 마음은 어떨까.

'누군가를 향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과 진심이 거대한 폭력적 산업을 지탱할 수도 있다는 것은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그럼에도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신비로운 일이지요. 명쾌한 한마디로 정리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손쉬운 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너라는 이름의 숲, 아밀 (작가의 말 中)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여자 아이돌, 즉 '여돌'의 팬임을 밝히며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향한 깨끗한 진심이 그를 착취하는 폭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은 아이돌 산업, 연예 사업의 가장 강력한 모순이라고. 그럼에도 그 사랑이 끝까지 ‘깨끗한’ 진심이라는 것 역시 비극이다. (출판사 서평 中) 기형적 구조의 산업은 무고한 사랑에도 혼란을 남긴다.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질문이 다가왔다.. 정리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지만. 사랑하는 우리끼리라도 더 많은 질문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면서도,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어른들이 잘했어야지 애초에! 사랑이 혼란하지 않도록! 안타깝게도 이제는 내가 어른이니까... 더 고민하는 수밖에, 그리고 믿는 수밖에 없다. 나 하나의 생각이 구조 재건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고. 우리 '언니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소설 속 '이채'는 아이돌이다. 먼지폭풍과 전염병으로 인해 가상현실로 이루어진 삶에 싫증이 난 사람들은 진짜에 집착한다. 이채가 사랑받는 이유는 '진짜이면서도 버추얼 아이돌만큼이나 완벽하기 때문'이다. 섭식장애와 자기혐오 속에서 이채는 매일 더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황폐화가 된 서울에는 고등학생 '숲'이 산다. '가상현실 저항증'을 앓느라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전혀 접점 없어 보이는 두 소녀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을 통해 강해지는지는 꼭 소설을 통해 확인해 보길!

띠지의 문장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우리들의 성장통에도 리듬이 있다면, 발을 헛디딘 순간마저 춤이 된다면"

자신의 욕망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소녀'들의 이야기라 더 좋았다. 우리가 지나온 소녀는 바로 그런 모습이니까. 자기 안의 소녀를 견디며 자랄 또다른 소녀들이 궁금해진다.


🔖 #책속의한줄

(175p.) 비대면 학교만이 아니라 모든 가상현실 공간은 참여자가 적당한 자극 수준 이상의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그리고 타인의 아바타에게 허용 범위 이상 접근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규제된다. 아, 이 얼마나 평화로운 세계인가!

(191p.) 연약함이란, 불완전함이란 폭력에 맞설 힘이 없는 것을 넘어서 차라리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성질 같았다.

(200p.) 저는 선배의 빛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선배가 어떤 연료로 어떻게 타올라 빛을 발산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그 빛에 얼굴과 손을 쬐고 싶어요.

(211p.) 어떤 만남은 정말 설렐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기적일 수 있다. 그 기적이, 그 기적에 대한 희망이 어떤 사람의 삶을 지탱해 줄 수도 있다.

(270p.) 야속했다. 그런데 동시에 안쓰러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채에게는 자꾸 이런 식으로 모순된 감정들이 떠올랐다.

(278p.) 숲의 안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숲은 이채에게 강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의 강함을 이채에게서 보고 있었을 뿐이다.

(298p.) 누군가를 향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과 진심이 거대한 폭력적 산업을 지탱할 수도 있다는 것은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그럼에도 그 사랑이 진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신비로운 일이지요. 명쾌한 한마디로 정리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손쉬운 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299p.) 지금 당장 우리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를 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미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너라는이름의숲 #아밀 #동아시아 #허블 #가제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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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
최진주 지음, 인재현.인신영 그림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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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다.

메리 올리버(Mary Oliver), 미국 시인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이란 부제를 가진 도서는 LIFE의 첫 글자를 딴 (Linkage, Identity, Future, Emotion)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연결과 정체성, 미래, 감정 이라는 큰 주제에 기반한 질문들을 던지며 스스로의 내면으로 안내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인재현, 인신영 자매가 함께한 따뜻한 그림이 더해져 우리의 질문 여정은 더욱 풍성해진다. 따라서 한 마디로 도서를 정리하자면! <질문 테라피 워크북> 이라 할 수 있겠다.

매일 한 장씩 읽고 손으로 직접 답을 써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How to Use 페이지도 프롤로그 뒤에 바로 있어 참고하길 추천한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나 철학가, 화가 등의 명언이 각 장을 여는 점도 좋았다. 모르는 작품이나 인물의 명언도 많이 있어서 관련 작품을 영업 당하기도..😂

특히나 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검색보다 '사색'을, 이미 소유한 것보다 '사유'한 것에 집중 해보라는 저자의 프롤로그가 인상 깊었다. 덕분에 찬찬히 질문에 답하며 엉켜있던 마음 실타래의 첫 매듭을 찾아갈 수 있었다. 평생을 함께 해야만 하는 사이인 '나'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그 자체로 가치로움을 상기했던 시간!


"나의 삶은 하나의 농담이자, 춤이자, 노래이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크게 웃었다."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미국 시인

지적인 낙관주의자를 꿈꾼다.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는 마야 안젤루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가 불우한 환경에서도 개인적 의미를 뛰어넘어 인류의 영혼에 큰 기여를 한 것에서 지적인 낙관성이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을 보는 방식을 바꾸었던 사람이니까.(359쪽) 우리는 모든 삶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선택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328쪽)는 저자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명(明)과 암(暗)의 균형을 잘 맞추고 싶다. 삶의 명암을 모두 인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하는 삶, 기꺼이 사랑하는 삶을 북극성으로 나아간다면 오래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질문에 매년 다시 답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년의 나는 어떤 생각과 가치관으로 살아갔는지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길을 다시 재정비하는 용도로! '나'와의 사이가 서먹해지지 않게 말이다. 꾸준한 애정을 나누는 데에 이 책이 또 다른 친구로서 함께해 줄 것이다. 아무래도 함께 간다면 한결 쉬워지겠지!


🔖 #책속의한줄

(15p.) 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검색보다 '사색'을 해보세요. 소유한 것보다 '사유'한 것에 집중해주세요.

(158p.) 그대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 속에서 여태껏 발견하지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 헨리 데비이드 소로

(162p.)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너의 다름을 사랑하라. 너를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것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283p.) late bloomer,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58세가 되어서야 자신의 아뜰리에를 열었고, 칼 라거펠트는 50세에 샤넬의 아트디렉터가 되었지요. 피아니스트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도 89세에 카네기홀에서 연주했으며, 한국의 도예가 박영숙은 어릴 때부터 지켜보고 품었던 도예를 쉰의 나이에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곁에 이미 레이트 블루머가 존재합니다. 남들이 늦었다고 말하는 시기에 학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영감 주는 사람들 말이지요.

(292p.)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감정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을 수용하고 나의 감각에 문을 두드려,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자유를 느끼는 것이랍니다.

(293p.) 다정한 경험을 자주 하며 삶의 환한 빛을 기꺼이 누리시길 바라요.

(301p.) 오슬로이드는 훌륭한 사람과 하찮은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무형의 감정'이라 여기며,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 어떤 감정으로 살았는가를 기록한 '감정 성적표'를 품고 이승을 떠난다고 합니다. 마음으로 대화하고, 타인에게 진실한 삶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지요. 매일 느끼는 감정이 한 사람의 자아를 형성한다고 믿으며, '나이 드는 것'보다 '나아지는 것'을 축하하며 산다고 합니다.

(342p.)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비비안 그린

(359p.) "지적인 낙관주의자"는 기회와 한계를 알고 최상의 미래를 그리며 의연한 행동과 부드러운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377p.) 아마존의 어느 부족은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 난 구슬을 한 개를 끼워 넣고, 이 구슬을 영혼의 구슬(soul bead) 이라고 부릅니다. 영혼을 지닌 어떤 존재도 완벽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나와잘지내고있나요 #최진주 #인재현 #인신영 #arte #아르테 #21세기북스 #북21 #필독단2기 #자기계발 #에세이 #명언 #공감 #힐링 #필독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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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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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라는 텅 빈 믿음과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안간힘에 대하여,

탱크, 김희재 (한겨레출판)

매년 여름이 기대되는 이유엔 #한겨레문학상 이 있다. 특히나 올해는 한겨레문학상 시상식에 방문하는 (엄청난!) 기회가 생겨 그 마음이 배로 들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생각에 설레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달려갔다🏃🏻‍♀️🩵 음향 엔지니어로 오래 일해온 김희재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수상소감이 더 깊이 와닿았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늘 이런 자리를 상상해왔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언제나 마이크를 잡고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매일 상상해왔으면서 꿈에도 몰랐다니. 하지만 막상 마주해보니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멋지다. 앞으로 여러분도, 여러분의 어떤 상상을 해왔던지 그보다 멋진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동일하진 않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지나왔을 지난한 시간이 단어 사이사이마다 느껴졌다. 어려웠을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저자의 모습이 내게는 또 하나의 소설이었다. 아주 기분 좋게 읽는, 산뜻한 성장소설. 누군가의 시작을 함께 축하해 주는 순간이 얼마나 벅차고 멋지던지.. 이어서 저자의 친구분이 '이제 희재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꿈을 이룬 친구'라며 축하 편지를 낭독하는데..🥹 계속되는 감동에 자꾸만 울컥해서 이를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펼친 소설까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흡입력에 놀랐다.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 새벽을 온통 '탱크'로 보냈다. 역시 만장일치에는 이유가 있다.

'믿음'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살게 하면서 동시에 죽일 수도 있는 마음.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믿음을 위해 '탱크'로 간다. 제목과도 동일한 '탱크'는 밀폐저장형 구조물로 마을 야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컨테이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11쪽)”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마련된 5평 남짓의 기도실. 그러나 이 야산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고, 탱크에서도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을 중심으로 탱크를 믿는 사람, 탱크에서 누군가를 잃은 사람, 탱크를 지키려는 사람, 탱크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믿음으로 모인다.

소설을 따라 지금을 '탱크의 시대'라 불러도 좋겠다는 출판사의 서평에 공감한다. 재해, 퀴어, 종교, 청년 세태 등 오늘의 주제를 넘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거침없고 신중한 낙관의 서사. 이보다 더 '탱크'를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결국 모두 사랑을 향한다. 믿는 이유는 사랑하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존재 자체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향하는 곳은 상대일 수도 자기 자신일 수도, 이 사회일 수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때로 믿음은 사랑의 이음동의어가 된다.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오래토록 마음 울렸다.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이야기의 끝을 매우 희망적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제가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151쪽)“ 소설 속 둡둡이 원했듯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에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우리는 희망적인 이야기의 끝으로 가닿을 것이다. 믿음과 사랑을 동력 삼아. 정확히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 #책속의한줄

(106p.)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같은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행위였다.

(106p.)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였다.

(108p.) 삶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므로 작고 오랜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걷잡을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145p.) "그런가요. 저는 왠지 제가 기도를 멈추고 생각하지 않아도 꿈의 미래들이 영원히 바깥에 머무를 것 같아요. 완전히 별개의, 바깥의 세계로요. 그래서 내가 죽는다 해도....... 내 바깥에 계속 남아 있는 거죠."

(151p.) "제 인생도 이야기의 한 부분이면 좋겠네요.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이야기의 끝을 매우 희망적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제가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175p.) 몸을 웅크리고 한없이 잠으로 빠져드는 것은 영락없는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176p.) 한 번도 기다린 적 없던 것이 평생을 기다린 것의 모양을 하고 양우의 눈앞에 있었다.

(195p.)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거기에서 죽었다고. 그렇지만 그게 탱크의 잘못이나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그것은 무언가를 강하게 믿고 희망을 가질 때 따라오는 절망의 문제였고, 세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맞닥뜨리는 재해에 가까웠다고. 그러니 언젠가 당신에게도 재해가 온다면 당황하지 말라고. 대신 잠깐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그러면 한 번도 기다린 적 없던 미래가 평생을 기다린 모양을 하고 다가오는 날이 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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