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광고인이다 -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광고 이야기
임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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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뒷북으로 드라마 #대행사 를 봤다.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인 해당 작품은 광고인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이를 보며 들었던 생각은 첫째, 광고인이 되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야겠구나.. 그리고 둘째, 진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만 오래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은 밤을 새고 또 밤을 새고 계속해서 밤을 새며 일한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까이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드라마적 과장이 있으려나? 싶었지만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이기 때문에 순한 맛으로 광고인들의 현실을 보여준 편이라고. 매일이 파도타기인 광고인들의 삶에 감탄했다. 자신의 생활 자체를 기꺼이 내어서까지 만들게 되는 ‘광고’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광고업계 사람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꿈꾼다는 제일기획! 바로 그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임태진의 첫 저작이다. (김영철 배우가 '사딸라!'를 외치는 햄버거 광고를 아는가? 이뿐 아니라 여러 센스 있는 흥행 광고의 기획자이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각 장 마지막마다 실린 현직자들의 인터뷰, '필수 실무용어 90'까지. 지루할 새가 없이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의 즐겨찾기(120쪽)와 같은 페이지는 특히나 유용했다. 도대체 인사이트를 어디서 얻지?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 색다른 생각을 어떻게 내지? 한 번이라도 고민한 적이 있다면, 광고인들의 발 빠른 인사이트 채집(?) 루트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직업인'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꼭 광고업 관련 직종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 잘하는 멋진 선배의 조언을 읽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가질 태도에 대해,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특히나 물리학과 디자인 전공, 음악방송 연출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저자가 모든 경험을 기반으로 광고를 만드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나 역시 전공과는 완전히 무관한 일에 뛰어들며 괜히 위축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잘 녹여서 자양분으로 쓰면 되겠구나! 싶어 힘이 되기도 했다. 어떤 업종에 있던지 결국 '일'이란 건 본질적으로 같아서 큰 틀을 잡아두면 어디든 넘나들 수 있음을!

저자는 자신의 일이 '빡세고 재미있다'고 한다. 오직 크리에이티브만으로 평가받는 세계, 모든 배경과는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곳이기도 하다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명확한 인지와 자부심이 느껴진다. 저자를 보며 '일'에 대해 생각한다.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부분은 너무나도 크고, 아무리 워라밸을 맞춘대도 일과 나를 완벽히 분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더더욱 일을 향하는 내 마음을 바로 세워야 한다. 똑같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도 내가 선택한 일, 행위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일, 이를 기반으로 더 큰 비전을 꿈꾸는 일이라면 다르게 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간단한 건 내 마음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겠지. 자문에 지칠 때 이 책을 다시 꺼내볼 것 같다. 선배 직업인인 저자의 유쾌한 조언이 그때에도 지금처럼 나를 기쁘게, 또 벅차게 하길 기대한다.


🔖 #책속의한줄

(66p.) Q5. 혹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뭐를 선택할 건가요?

A5: 광고주...... 무조건 광고주입니다.

(110p.)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두고 쌓아온 경험도 재능만큼 중요한 자산이 된다.

(121p.) "창의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죠. 저 역시 크리에이티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에서 '새로운 유'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32p.) 밈이라는 건 애정의 총합 같은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걸로 밈을 만들지 않죠.

(173p.) 헤겔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그 시대가 끝나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그 시대가 끝나기 전에 그 시대의 광고를 보면 지금의 시대정신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공감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시대를 계속 쫓아야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178p.) 큰 시대의 흐름은 고민해 봤자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저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죠. 고민할 시간에 노 한번이라도 더 젓고, 돌 피하고, 얼른 퇴근해야죠. 저기 또 뭔가 큰 게 오고 있는 것 같은데, 닥치면 그때 생각하려고요. 어떻게든 하게 되겠죠.

(197p.) 광고는 아이디어를 잘 내는 것도 잘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지켜내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275p.) 다시 말하지만 대충대충 하라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은 잘 해내고 남는 에너지로 많은 사람과 얘기를 하고 본인만의 직업관도 고민해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걸 열심히 보고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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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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