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시피 -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
최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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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부재의 '사연 팔이'가 솔직한 글쓰기의 특징으로 오해되는 당대 한국 사회에서, 모처럼 담백하고 정직한 책을 만나 기쁘다. 칼럼 잘 쓰는 사람은 논문도 소설도 잘 쓴다. 그 역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 책이 사회에서 칼럼의 지위와 칼럼니스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

- 정희진(<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자기소개서를 쓰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그것도 매번 쓸 때마다 저항 없이 자괴감에 빠진다. 물론 '자기소개서'라는 특별한 형식의 압박도 이유가 되겠지만, 본질적인 글쓰기에 대한 한계를 느껴서일 때가 많다. 내가 이렇게까지 글을 못썼었나? 제목이 너무 매력 없지 않나? 핵심 없이 왜 이렇게 구구절절이야? 의 무한 굴레를 돌며 좌절하는 기간을 거쳐야 겨우 결과물이 나온다. 완벽히 마음에 들어서 결과물이 되는 건 아니다. 마감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잘 썼든 못 썼든 내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마감이 없었다면 영원히 내지 못했을지도...)

꼭 자기소개서가 아니더라도 나와 같이 글을 쓰는 과정의 어려움을 한 번이라도 느껴봤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을 맛깔스런 글쟁이로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알찬 '글쓰기 레시피북'이란 기깔난 카피가 독자를 반긴다.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부제가 도서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저자는 전문적인 칼럼리스트가 아닌 칼럼을 사랑하는 글쓰기 전문 강사이다. 선수 출신이 아닌 축구 코치인 것이다. 선수만큼 공을 잘 차지는 못해도 자신만의 훈련 노하우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의 역할로(11쪽) 칼럼에 대해 전한다. 쓰는 것과 방법을 전달하는 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요리와 칼럼을 비유적으로 섞어 칼럼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이라도 바로 소화가 가능하다. 중간중간 요약되어 있는 내용 정리표, '내 글에 바로 써먹는 5가지 퇴고 요령'(218쪽), '좋은 제목을 짓는 갖가지 요령(244쪽) 등이 그 속도를 더한다.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 싶었던 지점을 요점만 딱 딱 정리해 설명해 준다. 예시로 드는 다양한 칼럼은 덤이다. 안 그래도 블로그(카테코리 eunoia)에 칼럼 및 인터뷰를 아카이빙 하는 중이었는데, 추천 칼럼 리스트를 선물받은 것만 같다. 아이고 알차다!

저자는 글쓰기 수업에는 피아노, 춤, 수영, 요리 등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것, 무언가 배우는 것 모두 결국 자신을 표현하고픈 갈망이다. 글쓰기 역시 오랜 반복과 끈기로 이뤄 낸 '나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숙련된 기술만이 욕망을 다룰 줄 아는 법이다.(310쪽) SNS의 발달로 인해 자기표현 욕구의 수단과 방법이 모두 늘어난 요즘, 사회에서 '글쓰기'는 단순히 활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기도 서평도 가끔 나는 왜 쓰는 걸까? 스스로에게 궁금한 채 써왔다. 어렴풋했던 마음이 정리된 텍스트를 통해 구체적인 이해로 이어졌다.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욕망이었음을 깨닫는다. 숙련된 기술로 내 욕망에 정확히 가닿고 싶다. 긴 호흡의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함께 쓰며 서로의 욕망을 조명하기를 ❤️‍🔥


🔖 #책속의한줄

(9p.) 사회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나만의 목소리를 분출해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글을 쓰는 건 상당히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개인의 이익이나 안녕에만 머물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불합리한 시스템을 지적하고 타파한 후 새로운 체계를 설립하는 과정에 일조하는 노력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해요.

(67p.) 위로란 그 사람의 고뇌를 낱낱이 파헤쳐 분석한 후 달래 주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모습에 공감해 주는 그 자체가 아닐까요?

(119p.) 문을 멈추지 않고 쾅쾅쾅 두드린다고 해서 독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칼럼에서도 일종의 진폭과도 같은 세밀한 조절이 요구됩니다. 바로 빌드업 말이죠.

(135p.) "세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세상에 대해 읽고 쓴다는 일이 말할 수 없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부끄러움을 견디면서 쓴다." - 홍은전

(158p.) '거짓말이야'라고 내뱉는 게 아니라 개연성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관련된 서사가 이야기로서 미흡하다는 점을 짚는 거지요. 억지스러운 이야기라고 핀잔을 주는 셈입니다.

(178p.) 칼럼 필자는 정직한 감정을 택했어요. "수긍은 가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며 실은 "잔소리로만 들려 거부감'까지 든다고 솔직하게 말한 거지요. 얼핏 보면 주제를 부인한 듯 보이지만 그보다는 주제를 이행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라 보여요.

(182p.) 문제 제기만으로도 훌륭한 칼럼이 될 수 있습니다.

(205p.) 김연수 소설가는 어느 강연에서 '소설가는 고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쓴 글을 계속 매만지는 사람이라는 뜻일 겁니다. (...) 모든 글을 쓰는 이에게 퇴고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310p.) 글쓰기 수업에는 피아노와 춤뿐 아니라 외국어, 수영, 요리, 사진, 암벽등반, 사이클 등을 예전에 했거나 배우는 분이 꽤 많으세요. 다큐멘터리를 찍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고픈 갈망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분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합니다. 글쓰기도 오랜 반복과 끈기로 이뤄 낸, 나를 드러내는 도구니까요. 숙련된 기술만이 욕망을 다룰 줄 아는 법입니다.

(311p.) 전문 셰프가 되어 장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정성스럽게 만들어 대접하고 싶은 욕망에 기꺼이 요리를 배우는 거니까요.


#칼럼레시피 #최진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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