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탱크'라는 텅 빈 믿음과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안간힘에 대하여,

탱크, 김희재 (한겨레출판)

매년 여름이 기대되는 이유엔 #한겨레문학상 이 있다. 특히나 올해는 한겨레문학상 시상식에 방문하는 (엄청난!) 기회가 생겨 그 마음이 배로 들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생각에 설레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달려갔다🏃🏻‍♀️🩵 음향 엔지니어로 오래 일해온 김희재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수상소감이 더 깊이 와닿았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늘 이런 자리를 상상해왔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언제나 마이크를 잡고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매일 상상해왔으면서 꿈에도 몰랐다니. 하지만 막상 마주해보니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멋지다. 앞으로 여러분도, 여러분의 어떤 상상을 해왔던지 그보다 멋진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동일하진 않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지나왔을 지난한 시간이 단어 사이사이마다 느껴졌다. 어려웠을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저자의 모습이 내게는 또 하나의 소설이었다. 아주 기분 좋게 읽는, 산뜻한 성장소설. 누군가의 시작을 함께 축하해 주는 순간이 얼마나 벅차고 멋지던지.. 이어서 저자의 친구분이 '이제 희재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꿈을 이룬 친구'라며 축하 편지를 낭독하는데..🥹 계속되는 감동에 자꾸만 울컥해서 이를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펼친 소설까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흡입력에 놀랐다.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 새벽을 온통 '탱크'로 보냈다. 역시 만장일치에는 이유가 있다.

'믿음'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살게 하면서 동시에 죽일 수도 있는 마음.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믿음을 위해 '탱크'로 간다. 제목과도 동일한 '탱크'는 밀폐저장형 구조물로 마을 야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컨테이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11쪽)”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마련된 5평 남짓의 기도실. 그러나 이 야산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고, 탱크에서도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을 중심으로 탱크를 믿는 사람, 탱크에서 누군가를 잃은 사람, 탱크를 지키려는 사람, 탱크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믿음으로 모인다.

소설을 따라 지금을 '탱크의 시대'라 불러도 좋겠다는 출판사의 서평에 공감한다. 재해, 퀴어, 종교, 청년 세태 등 오늘의 주제를 넘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거침없고 신중한 낙관의 서사. 이보다 더 '탱크'를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결국 모두 사랑을 향한다. 믿는 이유는 사랑하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존재 자체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향하는 곳은 상대일 수도 자기 자신일 수도, 이 사회일 수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때로 믿음은 사랑의 이음동의어가 된다.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오래토록 마음 울렸다.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이야기의 끝을 매우 희망적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제가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151쪽)“ 소설 속 둡둡이 원했듯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에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우리는 희망적인 이야기의 끝으로 가닿을 것이다. 믿음과 사랑을 동력 삼아. 정확히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 #책속의한줄

(106p.)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같은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행위였다.

(106p.)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였다.

(108p.) 삶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므로 작고 오랜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걷잡을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145p.) "그런가요. 저는 왠지 제가 기도를 멈추고 생각하지 않아도 꿈의 미래들이 영원히 바깥에 머무를 것 같아요. 완전히 별개의, 바깥의 세계로요. 그래서 내가 죽는다 해도....... 내 바깥에 계속 남아 있는 거죠."

(151p.) "제 인생도 이야기의 한 부분이면 좋겠네요.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이야기의 끝을 매우 희망적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제가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175p.) 몸을 웅크리고 한없이 잠으로 빠져드는 것은 영락없는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176p.) 한 번도 기다린 적 없던 것이 평생을 기다린 것의 모양을 하고 양우의 눈앞에 있었다.

(195p.)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거기에서 죽었다고. 그렇지만 그게 탱크의 잘못이나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그것은 무언가를 강하게 믿고 희망을 가질 때 따라오는 절망의 문제였고, 세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맞닥뜨리는 재해에 가까웠다고. 그러니 언젠가 당신에게도 재해가 온다면 당황하지 말라고. 대신 잠깐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그러면 한 번도 기다린 적 없던 미래가 평생을 기다린 모양을 하고 다가오는 날이 올 거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