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기대되는 이유엔 #한겨레문학상 이 있다. 특히나 올해는 한겨레문학상 시상식에 방문하는 (엄청난!) 기회가 생겨 그 마음이 배로 들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생각에 설레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달려갔다🏃🏻♀️🩵 음향 엔지니어로 오래 일해온 김희재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수상소감이 더 깊이 와닿았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늘 이런 자리를 상상해왔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언제나 마이크를 잡고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매일 상상해왔으면서 꿈에도 몰랐다니. 하지만 막상 마주해보니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멋지다. 앞으로 여러분도, 여러분의 어떤 상상을 해왔던지 그보다 멋진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동일하진 않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지나왔을 지난한 시간이 단어 사이사이마다 느껴졌다. 어려웠을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저자의 모습이 내게는 또 하나의 소설이었다. 아주 기분 좋게 읽는, 산뜻한 성장소설. 누군가의 시작을 함께 축하해 주는 순간이 얼마나 벅차고 멋지던지.. 이어서 저자의 친구분이 '이제 희재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꿈을 이룬 친구'라며 축하 편지를 낭독하는데..🥹 계속되는 감동에 자꾸만 울컥해서 이를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펼친 소설까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흡입력에 놀랐다.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 새벽을 온통 '탱크'로 보냈다. 역시 만장일치에는 이유가 있다.
'믿음'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살게 하면서 동시에 죽일 수도 있는 마음.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믿음을 위해 '탱크'로 간다. 제목과도 동일한 '탱크'는 밀폐저장형 구조물로 마을 야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컨테이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11쪽)”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마련된 5평 남짓의 기도실. 그러나 이 야산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고, 탱크에서도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사건을 중심으로 탱크를 믿는 사람, 탱크에서 누군가를 잃은 사람, 탱크를 지키려는 사람, 탱크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믿음으로 모인다.
소설을 따라 지금을 '탱크의 시대'라 불러도 좋겠다는 출판사의 서평에 공감한다. 재해, 퀴어, 종교, 청년 세태 등 오늘의 주제를 넘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거침없고 신중한 낙관의 서사. 이보다 더 '탱크'를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결국 모두 사랑을 향한다. 믿는 이유는 사랑하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존재 자체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향하는 곳은 상대일 수도 자기 자신일 수도, 이 사회일 수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때로 믿음은 사랑의 이음동의어가 된다.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오래토록 마음 울렸다.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이야기의 끝을 매우 희망적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제가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151쪽)“ 소설 속 둡둡이 원했듯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에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우리는 희망적인 이야기의 끝으로 가닿을 것이다. 믿음과 사랑을 동력 삼아. 정확히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