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한국 -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
김봉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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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만 읽기에는 괜스레 꺼려지는 책'을 골라, 함께 읽고 나누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해당 모임에서 이 책은 출간 예정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모임 구성원들 중 누구도 힙합을 즐겨 듣지 않기 때문..! 딱 우리 모임 취지에 맞는 도서라 생각해서, 바로 이번 달 도서로 선정해 함께 읽었다. #하니포터 로서 누구보다 빠르게 도서를 받아볼 수 있어 더더욱 영광-✨

+) 출판학교에서 인쇄소 견학을 갔을 때, 출간 전인 이 도서를 먼저 만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운명이다.. 생각하고 더욱 즐겁게 읽었다.

사실 초반 내용을 읽어나갈 때에는 조금 당황했다. 저자의 힙합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너무 활활 불타고 있어서, 약간 내가 그 열기에 그을리는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힙합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나로서는 그 온도가 조금 뜨겁다고 느껴졌다.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외치며 누구가를 그을리지는 않았는지.. (테일러스위프트 좋다고 윤하 좋다고 아이유 좋다고 말이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힙합의 배경지식이 부족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100% 이해할 수 없음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힙합을 오마카세처럼 하나씩 들어본 뒤에, 관련 논쟁들에 대해 판단해 보고 싶다. 줏대 있게.

그럼에도 결국 차가운 사람보다는 이렇게 뜨거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이 훨씬 기쁘다. 냉소하는 사람보다는 기꺼이 마음을 뜨겁게 끓일 줄 아는 사람. 설령 넘친대도. 그 넘치는 것을 두려워 않는 사랑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하강 지향' 공감에서 벗어나야 한다(146쪽)는 내용은 특히 인상 깊었다. '나도 안 할 거니까 너도 해내지 마. 올라가지 말고 이 자리에 같이 있자'가 본질인 말을 공감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는 것. 한창 그런 말이 유행이었던 때가 떠올랐다.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어, 나는 끝났어, 어차피 해도 안돼 등..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바꾸기 어려운 현실에 탄생한 유행어라는 점이 더욱 씁쓸하다. 자조적인 절망이 하나의 유행이라니. 그러나 이는 공감이 아니다. 위로가 될 수도 없다.

쉬운 선택을 지양하려 한다. 냉소하는 거, 포기하는 거, 비관하는 거, 깊이 사랑하지 않고 그냥 얕게 발만 걸치는 거. 앞으로는 이와 같은 하강 지향의 달콤한 유혹이 있을 때마다, 힙합을 떠올리겠다. 저자와 같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뜨거움을 유지하면서 내 삶에도 '힙합'을 더해보겠다. 힙합을 일상적으로 듣고 어릴 때부터 봐온 앞으로의 세대의 변화가 기대 된다. 상승 지향의 세대가 되기를, 이들의 유행에 '힙합'이 있기를 바란다. '너 힙합이네'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하나의 밈으로 자리하길!


#책속의한줄 🔖

(80p.) 음악은 기본적으로 '삶의 사운드트랙'이고 힙합은 어떤 음악보다 다양한 감정 그릇을 가지고 있기에

(112p.) 그러나 힙합에서 중요한 건 공감보다 '영감'이다. 힙합에서 공감을 얻어 가는 건 자유지만 영감을 공감의 관점으로 재단하는 건 오류에 가깝다. 맞다. 힙합은 영감을 나누길 원한다.

(118p.) 태도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애송이 시절에도 어떤 거물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용기, 지금은 이룬 것 하나 없지만 앞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되겠다는 포부와 호언장담, 호전적이고 자존감 충만한 그의 태도가 힙합 문화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무함마드 알리에 대한 내용 中)

(118p.) 힙합은 삶을 그대로 담는 그릇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늘 삶보다 크 것을 말해온 음악이기도 하다.

(146p.) '하강 지향' 공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도 안 할 거니까 너도 해내지 마. 올라가지 말고 이 자리에 같이 있자'가 본질인 말을 공감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158p.) 그러나 이러한 태도를 더 나아지기 위한 긍정적인 자기 암시와 동기 부여로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힙합이다.

(190p.) 이제 여성 래퍼들은 억지로 센 척을 하다가 역풍을 맞지 않아도 되고 윤미래를 기술적으로 뛰어넘을 필요도 없다. 대신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를 음악에 투영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패션을 입으면 된다. 이제 여성 래퍼들은 자기를 유지하며 힙합을 할 수 있다. 자기를 유지하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힙합과한국 #김봉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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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 포션 4
최의택 지음 / 읻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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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

최의택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쓴다." - 김초엽

"최의택 작품들은 기괴하면서 웃기면서

애틋하면서 괴상하고 무서운데 따뜻하다.",

"정말 정신없고 재미있고 독보적이다." - 정보라

"최의택 작가의 소설을 날카롭고 예민하다. 그 날 선 문장이 우리 내면에 상처를 낸다. 그렇게 상처 입은 곳은, 우리가 보지 못한 세계의 이면이 되고 동시에 확장된 세계와의 통로가 된다." - 천선란

비인간 (최의택, 읻다)

무려 정보라, 김초엽, 천선란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도저히 이들보다 책을 잘 표현할 자신이 없어 말을 빌린다. 극찬이 가득한 화려한 추천사의 서문으로 책이 열리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길래? 뭐가 얼마나 다르길래? 그리고 첫 번째 단편인 #보육교사죽이기 를 읽자마자.. 충격과 감탄과 벅참과 설렘으로 가득해졌다.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인지! 열 개의 단편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모든 추천사가 과장 1도 더해지지 않은 사실 그대로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꼭.. 꼭... SF러버라면 <비인간>을 읽길 간절히 바란다. 꽤나 두꺼운 소설집임에도 푹 빠져 하루 만에 완독했다. 진심으로 2023 은이북(eunebook)배 SF어워드 라도 열어서 또 대상 드리고 싶다. 이게 저자의 첫 소설집이라니.. 한국 SF 소설계의 미래가 밝다 진짜... 앞으로 기다릴 이야기의 세계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다. 부디 오래 써주시길 소망한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각 단편에는 '비인간'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최애 단편 하나를 콕 찝어 고르기가 어려웠다. 아마 독자들마다 마음에 조금 더 깊게 남은 작품이 전부 다를 것 같다. 그만큼 각 단편마다의 모두 다른 매력으로 기억에 남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비인간'들을 보며 우리는 자연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것은 무엇이냐고. 스스로가 인간답다 어떻게 자신할 수 있냐고. 저자는 단지 이 소설집이 선보이는 비인간적 존재들을 그냥 곁에 두고 봐주기를 바란다며, 바라는 건 단지 그뿐이라(382쪽) 말한다.

#보육교사죽이기 는 폐기를 앞둔 홀로그램 선생님 '담'과 정부의 아이 '여름'의 이야기이다. 여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계속해서 질문을 남긴다. "저희도 담이 선생님이 4차원 홀로그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모를까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빛을 내며 바람처럼 떠다니는데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요? 늘 곁에서 변함없이 저희와 함께해 주는, 저희의 안녕을 바라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게도 잘못된 건가요?(34쪽)" 여름의 질문을 오래 곱씹게 되었다.

#나무의손 에는 사이버 세계에서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유사인격 '나무'가 등장한다. 나무와 동거를 하게 된 대학원생 '아라'는 나무에게 팔이 생기자 그 존재에 대해 혼란하며 책임을 느낀다. 무리수와 원주율을 춤으로 표현하며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라에게 "내가 아라의 타임라인에 끼어들어서. 그래서 빙 돌아가게 해서. 결국 당신의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요. 나로 인해서. 그게 미안해요."(70쪽)라 말한다. 이토록 로맨틱한 인공지능이라니.

#시간역행자들 은 편집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유는 가장 이상한 단편이기 때문. 나는 열가지의 이야기 중 가장 현실성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더한 일들도 일어나는 세상에 고작 외계인 쯤이야.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만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라면, 모두가 이 우주 어딘가에는 나와 완전히 다른 ‘표준’을 가진 세계가 반드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간적 오만함의 농도를 옅게 하길 바란다. 나부터 자주 상기하겠다.

#경계선인격장애 (경계선, 인격, 장애)는 비인간적 인간과 인간적 비인간에 대해 직관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마음이 없는 인간과, 모든 걸 느끼고 감각하는 로봇. 둘 중 누가 인간의 자격을 가질 수 있을까?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이기도 했던 '비인간'. 저자 역시 여기서 영향을 받아 제목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기도 했지만, 수십 년 뒤에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이 단어를 듣고 위축되는 경험을 덜 할 수만 있다면, 꼬리표를 떼어 가슴에 달기로 결심했다고. 비인간 역시 단순한 용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바로 이런 것을 SF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오지 않은 아름다운 미래를 먼저 그려냄으로써 가능성의 문을 창조하는 것. 저자의 소설이 바라는 미래를 조금 더 가까이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믿는다고 쓰며, 나는 이미 믿음 속에 있다.


#책속의한줄 🔖

(34p.) 저희도 담이 선생님이 4차원 홀로그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모를까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빛을 내며 바람처럼 떠다니는데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요? 늘 곁에서 변함없이 저희와 함께해 주는, 저희의 안녕을 바라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게도 잘못된 건가요?

(62p.) "무리수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중이에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2의 제곱근요. 다음에는 원주율을 표현해 볼 계획이고요."

(69p.) "안녕. 과거에도 현재에도 불쌍한 대학원생. 아마 미래에도."

(70p.) "네가 왜 미안해?" 내가 버럭 말한다.

"내가 아라의 타임라인에 끼어들어서. 그래서 빙 돌아가게 해서. 결국 당신의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요. 나로 인해서. 그게 미안해요."

(147p.) 이 그를 익능 사람드레게 고함. 이 파렴치하고 가증스롭고 뽄뽄하기 짜기 옵능 그를 쓴 개똥 가튼 작자가 지껄이능 마른 구할 구푼 구리가 허튼소리에 지나지 안음. (각주1)

(274p.) "어차피 생물은 결국 죽어요. 안 그래요? 중요한 건 상태가 아니에요. 상황이지."

나는 웃는다.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상황이지?

일단은 배가 고프다. 그래서 식당으로 가는 발걸음의 속도를 높인다.

(380p.) 공모전은 떨어지고 새로 쓴 장편소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더해지자 상황은 퍽 심각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읽고 쓰는 일밖에 없다.

(382p.) 로켓이 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중력보다 더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탈출'한다는 건 그토록이나 힘에 겨운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서글프다. (작가의 말 中)

(382p.) 이 소설집이 선보이는 비인간적 존재들을 그냥 곁에 두고 봐주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는 건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 늘 그렇듯 집 안에서 최의택 (작가의 말 中)


#비인간 #최의택 #읻다 #넘나리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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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담 : 순한맛 여름기담
이주혜 외 지음 / 읻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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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가 준비한 한여름의 오마카세 소설집!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로 분리되어 있다. 겁쟁이 독자인 나는 무조건 순한맛으로..🫣 공포영화는 절대 안 보고 무서운 이야기는 귀를 막고 노래 부르며 피하는 쫄보 1인으로서, <여름기담: 순한맛>은 쫄보도 가능이라 검증한다. 땅땅땅 (크게 무섭지 않아요!) 기기묘묘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들 덕에 여름의 끝자락이 한결 상쾌해졌다.

“너는 침대 밑에 귀신이 있는 게 더 무서울 것 같아, 인간이 있는 게 더 무서울 것 같아?” 예전엔 이런 식의 밸런스게임을 하면 잠시라도 고민했는데, 이제는 고민조차 않고 인간!을 외친다. 흔히들 귀신을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 억울한 생의 분노를 인간에게 푸는 존재 등의 무서운 이미지로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 귀신들은 해 끼치려 이승 왔다가도 뉴스 보고 깜짝 놀라 저승으로 달아날 것 같다. 악의에 가득 찬 귀신도 하지 않을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귀신은 공포계의 1인자라는 타이틀을 잃은듯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역시 비슷한 감상이었다. 첫 번째 단편인 #초록비가내리는집 에서도 혼자 움직이는 화분 100개보다 무서운 건 아내의 영혼을 죽인 남편과, 우정의 영혼을 죽인 교수이다. #우산이나타났다 의 유빈에게는 도롱이보다 아들의 건강이 더 무섭다. 해당 단편을 쓴 범유진 작가 역시, 짧은 후기를 통해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며, 귀신이 몇 명 나타나든 자고야 말겠노라 마음먹게 만드는 피로라고. 그 피로한 매일을 버티다가 영혼까지 버석해져, 귀신에 손짓에 응하게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싶은 오싹함이라고(129쪽) 말한다.

귀신이나 비(非)인간의 존재보다도, 결국 가장 두려운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인간이다. 이것에 대해 생각하면 굉장히 심각해지다가도.. 어 그럼 이제 귀신 나오는 공포 장르는 볼 수 있을지도…?🙄 우선 <여름기담: 매운맛>부터 도전해 보겠습니다.

표지와 판형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센스가..😻‼️ 영양성분표와 제품 상세표, 식품 인증마크, 도서 날개까지 꼼꼼히 엿보길 바란다.. (사진첨부 有)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그리고 또 어쩜 이렇게 디테일하게 구현해냈는지!! 그저 감탄이다. 내지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중간중간 검은색의 점(?)들이 도서 중앙에, 측면에 물든 듯한 느낌으로 프린팅되어 있는데, 집중해서 읽다가 이런 내지 디자인이 나오면 괜히 더 오싹해지는 느낌🥶 덕분에 몰입이 더 잘 된 것 같다. 게다가 사이즈도 작고, 책등도 둥글고, 가볍고, 들고 다니면서 라이트 하게 읽기 딱이고..💚 무엇보다도 이런 모든 컨셉이 책에 녹아든 게 귀 여 워 서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예비 출판 마케터로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소장'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답이 <여름 기담>에 있었다. 이런 차별성이라면 무조건 가능할 것이라 자신한다. 결국 한 끗 차이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을 상기!

앞으로 #읻다출판사 와 함께할 가을 겨울이 기대된다🫶🏻


#책속의한줄 🔖

(41p.) 손우정은 혀를 잘린 필로멜라의 고통과 기어이 언어를 찾아낸 필로멜라의 끈기를 떠올리며 조금 울었다.

(66-7p.) 지금은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떤 책 제목처럼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걸. 소중한 사람의 말에 언제나 귀 기울여 주고 어디든지 동행할 수 있는 사람. 한 자리에서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고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사람.

(103p.) 흔한 골목길에 이세계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낼 것만 같은 사람. 그게 지아였다.

(105p.) 혼자서 아이를 기르는 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작은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았다. 예측할 수 없게 터지는 아이의 울음 사이사이에 어떻게든 일상을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전술을 짜고, 이 부분만 포기하면 10분은 더 잘 수 있다는 적을 물리치고, 때로는 지고, 지고 난 후에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전쟁.

(126p.) 레인부츠를 신은 콩과 도롱이와 함께 여름의 장마가 끝날 때까지, 내내 춤을 추는 것이다. 불협화음이라도 아름다운 춤이 될 터였다.


(129p.)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다. 귀신이 몇 명 나타나든 자고야 말겠노라 마음먹게 만드는 피로다. 그 피로한 매일을 버티다가 영혼까지 버석해져, 귀신의 손짓에 응하게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싶은 오싹함이다. 그 이상의 두려움을 나는 알지 못한다.


#여름기담 #순한맛 #읻다 #넘나리1기

#이주혜 #정선임 #범유진 #전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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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로스 리포트 위픽
최정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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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2030년대로, 인공지능 '봇'의 사용이 일상화된 사회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봇은 학습 교사로, 운동 파트너로, 간병인으로 혹은 가족으로 함께 한다. 봇의 수리는 불법이다. 한 번 고장 난 봇은 즉시 버려진다. 기업에서는 신식모델의 구매만이 고장 난 봇을 대체할 방법이라 말한다. 따라서 봇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이들이 봇이 떠난 뒤에 우울증을 겪는 '봇로스 증후군'은 2030년대의 주요 질환 중 하나이다. 디프레시브 디스 아더 오프 디파트먼트 봇 릴레이션십. 줄여서 '디봇'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함묵증과 대인기피증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식사를 거부하거나 계속 잠만 자기도 한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2년 이상도 그런 증상이 지속된다. 소설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여덟 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7년 후는 멀지 않은 미래이다. 그리고 언제나 세상은 너무나 빨리,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쩌면 현실이 될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진한 자국을 남겼다. 언제나 인간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 더 이상 그 잔인함이 놀랍지도 않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이 유한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적 오만함이 두렵다. 2030년이 정말로 고장 나면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게 익숙한 세대가 되면 어쩌지? 후대가 나를 '임 과장'처럼 쓰고 버리는 것을 체화하지 못한 마지막 세대라고 규정짓는 때가 오면 어쩌지? 겁나는 미래가 이미 진행 중인 것 같아 더욱 두렵다.

간호 봇 ‘이삭’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망가져가는 몸으로 치매 노인 '양구'의 돌봄 노동을 감당하는 이삭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결정한다. 그는 자신의 호오를 안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도 알고, 변화를 인식하며 느낄 줄 안다. 더불어 자신과 양구에게 어떤 '기적'이 일어난 것이 분명함을 단언한다. 이러한 이삭이 인간과 다르다고 말할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보다 못하다고 여겨질 이유는 무엇인가? 육체가 달라서? 인간이란 것의 정의는 뭔데? 인공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또 무엇이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별개로 그저 이삭이 너무나 애틋했다. 머리로 정답을 내리려 않고 그저 마음으로 느끼려 했다. 그게 이삭을 위한 일이라 느껴졌다.

잔소리는 분명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잔소리가 끊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왜일까? 나는 그게 온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잔소리하는 자의 뜨거운 심장 말이다.

잔소리의 온도는 사랑고백의 온도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높다.

- 작가의 말 中

봇로스 리포트 (최정화, 위즈덤하우스)

저자의 잔소리를 오래 읽고 싶다. 저자는 잔소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걸 알기에, 소설 속에 눈치채지 못하게끔 교묘한 방법을 썼다고 한다. 수록된 네 개의 이야기서는 진지하게 마음을 전하고 나머지 네 편에서는 나름의 유머감각을 발휘했다고. "이 점이 통했을까?" 묻는 저자에게 적어도 독자 한 명에게만큼은 완벽하게 와닿았다고 전하고 싶다. 나 역시 이제 가전제품 광고를 볼 때마다 팔짱을 끼고 째려보게 될 것이라고, 지구의 온도를 의식하고 낮추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잔혹하고 끔찍한 잔소리를 소설에 숨겨주셨으면 한다. 지칠 줄 모르고 그린워싱을 하는 무수한 기업들이 겁먹을 정도로. 그리고 성실한 독자로서 저자의 잔소리를 따라다니며 나 또한 기꺼이 두려워하겠다.


🔖 #책속의한줄

(59p.) 그래도 우리는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 자신이라도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더 큰 소리로 외쳤다.

(74p.) 그가 만약 기업 친화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성향을 가졌다면 유망한 인재로 성장했을 것이다. 기업과 소비에 대한 반감을 갖고 2030년대를 살아가는 건 고난의 연속일 것이다.

(75p.) "전혀 연주 너답지 않은데? 법은 완전하지 않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개선되어가는 중이지."

(78p.)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은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만나지는 못해도 가끔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던 건 태우가 나를 완전히 만족시켰기 때문이었다.

(85p.) 아이였을 적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겁도 없이 뛰어들었을 때 바다가 따뜻하게 감싸주었듯이,

(87p.) 양구가 흥얼거릴 때면 내게 뭔가가 깃든다. 그것을 '영혼'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87p.) 그것은 양구와 나와의 유일한 세상에서 일어난 일로 누구도 부정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

(92p.) 내가 그를 떠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을 거라는 건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93p.)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지식이나 훈련으로 준비될 수 없었다.

(104p.) 그러므로 민지의 몫이었던 행복도 전적으로 쌍둥이 봇의 차지였다.

(113p.) 어마어마하게 잘 만든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단지 글자뿐인 소박한 형태의 소설이 이렇게 살아남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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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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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참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더 높은 곳을 위해서,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유의미한 과정이라고 믿게 만든다. 아파도 참고 슬퍼도 참고 꾸역꾸역 해내는 것에 스스로 꽤나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당사자성 있는 발언입니다..) '감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냄. 예: 어떤 성공이든 얼마만큼의 희생과 감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사전적 의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일까? 그런 고통의 순간들은 목표에 도달하면 전부 사라지는 걸까? 마음에 물음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고통이 남긴 잔해가 고스란히 몸에, 마음에 새겨진 이후일 확률이 높다. 많은 이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우울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이유 역시 어쩌면 고통의 감내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정보라 작가는 이런 우리를 위해 소설로 손을 내민다. 몸과 마음에 지독하게 새겨진 고통의 기억, 그 순간들은 과거에 내려놓자고. 우리가 내딛지 못했던 미래로 이제 한 걸음 나아가자고.(출판사 서평 中) 소설의 줄거리는 스포방지를 위해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나 당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흐름으로도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계속 한 끗의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이 가장 그러했는데,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고 반가웠다. (아! 그냥 다 말하고 싶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꼭 함께 읽은 다른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길.. 저는 출판학교 등교하는 월요일만 기다려요...)

어딘가 잘못된 세상, 그곳을 만든 사람들에게 끔찍하고 아름다운 복수를 선사하던 정보라의 소설은 이제, 거칠고 미친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자’고 이야기한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복기하며 자신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고,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세계로 나아가자고. 세상과 싸우며 전복을 꿈꾼 사람의 결기가 녹아 있는 이 소설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中)

-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다산책방)

비장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온기.. 아 진짜 매력적이다. 단언컨대 이 소설은 당신이 처음 보는 서사일 것이다. 그리고 읽는 내내 울고 웃으며 진심으로 행복할 것이다.. 나는 저항 없이 그렇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SF와 스릴러, 반전, 미스테리, 쌍방구원 로맨스까지.. 적고 보니 평소 좋아하는 장르가 전부 있어 그럴만했네 싶다) 호러와 환상의 세계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스릴러'까지 섭렵한 정보라 작가의 다음이.. 또 너무 기대가 된다! 더불어 가제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던 <작가의 말>이 어떻게 쓰여있을지 궁금하다.

결국 모든 고통이 '삶의 의미'와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고통'뿐 아니라 고통에서 파생되는 '삶의 의미'라 느껴졌다. 결국 모두가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 끝에 행동을 선택하고, 그 행동이 각 개인을 사이비 교단·범죄·사랑하는 사람 등..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끄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더불어 소설 속 '홍'과 같은, 생존이 곧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람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했다.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 질문들이 여전히 머릿속을 부유한다. 고통에 대해 얼마나 깊은 사색의 시간이 있어야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감탄의 여운이 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요. 뭘 크게 믿기 때문이 아니라,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판단하고 의미는 그 뒤에 찾는 거죠. 절대적인 믿음 같은 게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요." (195쪽)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크게 빠져들었던 때가 있었다. 오랜 시간 바라왔던 꿈도 포기하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삶의 방향성을 완전히 잃은 때였다. 길었던 동굴에서 마침내 빠져나왔을 때 다짐했다. 그저 내일을 살겠다고. 무엇을 위해서도 향해서도 아니라 그냥 삶 자체에 충실하겠다고. 그때의 내 마음이 적혀있는듯했다. 절대적인 믿음보다, 무언가에 의존해 의미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괴롭구나, 힘들구나, 아프구나.. 결국 그 모든 것이 삶이란 것을 이해하고 사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믿지 않아도 잘 살아낼 수 있어야 믿게 되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부디 참지 않길 바란다. 혼자 외롭게 고통을 감내하지 말고 사랑하는 이들과 막연하게 나누길 소망한다.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로만이 서로의 고통을 안아줄 수 있음을. 남은 생을 함께 축복하고 기념하기를 바란다. (소설 속 '륜'과 '현'&'경'처럼 말이다!) 이 소설이 그 과정을 더 쉽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가을의 초입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소설을 만남에 기쁘다. 약간 쌀쌀해지는 계절과도 참 잘 어울린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며 들었다는 <EastMountainSouth -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을 꼭 함께 들으며 읽어보시길..♥


🔖 #책속의한줄

(56p.)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그 선택이 이루어진 정황 자체에는 한이 통제하거나 결정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은 자신의 선택과 결심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의미가 이후에 그의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

(75p.) '네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네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까지 전부 알아내고 싶은 거야.'

(186p.) 그는 의사를 신뢰했다. 그리고 태는 간절했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는 믿음과 사람을 죽였다는 현실을 어떻게든 화해시키는 것이 태에게는 중대한 문제였다.

(190p.) "제가 선택했지만...... 선택은 이미 결정되어 제게 주어져 있었던...... 그런 것 같습니다."

(264p.) 경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265p.) 그리고 현이 없는 하루를 더 살기 위해서 일어났다. 그것은 한 치의 숨 쉴 틈도 없는 단단하고 매서운 생활이었다.

(266p.) 조그맣고 단단하고 춥고 덥지만 그러나 완전히 새롭고 완전히 다른 삶을 스스로 이루어낼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경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291p.) 자신에게 평생 의미와 삶의 목적을 주었던 존재를 드디어 만났으나 그 존재는 떠났고 태는 남았다. 그러므로 태는 울었다. 자신이 그 존재에게 의존하여 여전히 의미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태는 울었다. 자신이 인간이라서,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태는 절망하여 울었다.

(302p.) 더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더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302p.) 자신도 현과 함께, 자신도 현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남은 삶을 함께 살기를 원했다. 고통스럽지 않은 기억으로 삶을 채우고 흉터가 아닌 증거들로 앞에 남은 생을 함께 축복하고 기념하기를 원했다.

(313p.)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기다리는 배우자를 만나러 가야 했다. 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륜을 기다리고 있었다. 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륜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생활, 휴식과 사랑과 안정과 감정적 교류와 정서적 충족감의 삶을 륜은 배우자와 함께 몇 년에 걸쳐 주의 깊게 쌓아 올렸고 앞으로도 그렇게 공들여 가꾸어갈 것이었다.

(324p.) 태가 남긴 잔해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향해 이미 나아갔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끝이었다.


#고통에관하여 #정보라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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