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 포션 4
최의택 지음 / 읻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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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

최의택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쓴다." - 김초엽

"최의택 작품들은 기괴하면서 웃기면서

애틋하면서 괴상하고 무서운데 따뜻하다.",

"정말 정신없고 재미있고 독보적이다." - 정보라

"최의택 작가의 소설을 날카롭고 예민하다. 그 날 선 문장이 우리 내면에 상처를 낸다. 그렇게 상처 입은 곳은, 우리가 보지 못한 세계의 이면이 되고 동시에 확장된 세계와의 통로가 된다." - 천선란

비인간 (최의택, 읻다)

무려 정보라, 김초엽, 천선란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도저히 이들보다 책을 잘 표현할 자신이 없어 말을 빌린다. 극찬이 가득한 화려한 추천사의 서문으로 책이 열리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길래? 뭐가 얼마나 다르길래? 그리고 첫 번째 단편인 #보육교사죽이기 를 읽자마자.. 충격과 감탄과 벅참과 설렘으로 가득해졌다.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인지! 열 개의 단편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모든 추천사가 과장 1도 더해지지 않은 사실 그대로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만큼 꼭.. 꼭... SF러버라면 <비인간>을 읽길 간절히 바란다. 꽤나 두꺼운 소설집임에도 푹 빠져 하루 만에 완독했다. 진심으로 2023 은이북(eunebook)배 SF어워드 라도 열어서 또 대상 드리고 싶다. 이게 저자의 첫 소설집이라니.. 한국 SF 소설계의 미래가 밝다 진짜... 앞으로 기다릴 이야기의 세계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다. 부디 오래 써주시길 소망한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각 단편에는 '비인간'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최애 단편 하나를 콕 찝어 고르기가 어려웠다. 아마 독자들마다 마음에 조금 더 깊게 남은 작품이 전부 다를 것 같다. 그만큼 각 단편마다의 모두 다른 매력으로 기억에 남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비인간'들을 보며 우리는 자연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것은 무엇이냐고. 스스로가 인간답다 어떻게 자신할 수 있냐고. 저자는 단지 이 소설집이 선보이는 비인간적 존재들을 그냥 곁에 두고 봐주기를 바란다며, 바라는 건 단지 그뿐이라(382쪽) 말한다.

#보육교사죽이기 는 폐기를 앞둔 홀로그램 선생님 '담'과 정부의 아이 '여름'의 이야기이다. 여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계속해서 질문을 남긴다. "저희도 담이 선생님이 4차원 홀로그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모를까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빛을 내며 바람처럼 떠다니는데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요? 늘 곁에서 변함없이 저희와 함께해 주는, 저희의 안녕을 바라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게도 잘못된 건가요?(34쪽)" 여름의 질문을 오래 곱씹게 되었다.

#나무의손 에는 사이버 세계에서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유사인격 '나무'가 등장한다. 나무와 동거를 하게 된 대학원생 '아라'는 나무에게 팔이 생기자 그 존재에 대해 혼란하며 책임을 느낀다. 무리수와 원주율을 춤으로 표현하며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라에게 "내가 아라의 타임라인에 끼어들어서. 그래서 빙 돌아가게 해서. 결국 당신의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요. 나로 인해서. 그게 미안해요."(70쪽)라 말한다. 이토록 로맨틱한 인공지능이라니.

#시간역행자들 은 편집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유는 가장 이상한 단편이기 때문. 나는 열가지의 이야기 중 가장 현실성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더한 일들도 일어나는 세상에 고작 외계인 쯤이야.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만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라면, 모두가 이 우주 어딘가에는 나와 완전히 다른 ‘표준’을 가진 세계가 반드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간적 오만함의 농도를 옅게 하길 바란다. 나부터 자주 상기하겠다.

#경계선인격장애 (경계선, 인격, 장애)는 비인간적 인간과 인간적 비인간에 대해 직관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마음이 없는 인간과, 모든 걸 느끼고 감각하는 로봇. 둘 중 누가 인간의 자격을 가질 수 있을까?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이기도 했던 '비인간'. 저자 역시 여기서 영향을 받아 제목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기도 했지만, 수십 년 뒤에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이 단어를 듣고 위축되는 경험을 덜 할 수만 있다면, 꼬리표를 떼어 가슴에 달기로 결심했다고. 비인간 역시 단순한 용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바로 이런 것을 SF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오지 않은 아름다운 미래를 먼저 그려냄으로써 가능성의 문을 창조하는 것. 저자의 소설이 바라는 미래를 조금 더 가까이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믿는다고 쓰며, 나는 이미 믿음 속에 있다.


#책속의한줄 🔖

(34p.) 저희도 담이 선생님이 4차원 홀로그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모를까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빛을 내며 바람처럼 떠다니는데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요? 늘 곁에서 변함없이 저희와 함께해 주는, 저희의 안녕을 바라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렇게도 잘못된 건가요?

(62p.) "무리수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중이에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2의 제곱근요. 다음에는 원주율을 표현해 볼 계획이고요."

(69p.) "안녕. 과거에도 현재에도 불쌍한 대학원생. 아마 미래에도."

(70p.) "네가 왜 미안해?" 내가 버럭 말한다.

"내가 아라의 타임라인에 끼어들어서. 그래서 빙 돌아가게 해서. 결국 당신의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요. 나로 인해서. 그게 미안해요."

(147p.) 이 그를 익능 사람드레게 고함. 이 파렴치하고 가증스롭고 뽄뽄하기 짜기 옵능 그를 쓴 개똥 가튼 작자가 지껄이능 마른 구할 구푼 구리가 허튼소리에 지나지 안음. (각주1)

(274p.) "어차피 생물은 결국 죽어요. 안 그래요? 중요한 건 상태가 아니에요. 상황이지."

나는 웃는다.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상황이지?

일단은 배가 고프다. 그래서 식당으로 가는 발걸음의 속도를 높인다.

(380p.) 공모전은 떨어지고 새로 쓴 장편소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더해지자 상황은 퍽 심각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읽고 쓰는 일밖에 없다.

(382p.) 로켓이 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중력보다 더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탈출'한다는 건 그토록이나 힘에 겨운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서글프다. (작가의 말 中)

(382p.) 이 소설집이 선보이는 비인간적 존재들을 그냥 곁에 두고 봐주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는 건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 늘 그렇듯 집 안에서 최의택 (작가의 말 中)


#비인간 #최의택 #읻다 #넘나리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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