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화평론가 이동진기자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 여섯명이 만든 영화 속 대사에서 끌어낸 질문을 다시 그 감독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제목이 '부메랑 인터뷰'.
그 인터뷰를 위해 이동진기자는 그 감독이 발표한 모든 영화를 다 구해서 꼼꼼히 보면서 질문에 쓰일 대사를 받아적었다 한다.
그렇게 영화 한편을 보는 데 대 여섯시간, 한 감독의 작품을 다 보는 데 2-3주가 걸렸다니...
그게 다가 아니다.
그렇게 준비를 해 놓고 마주앉아 인터뷰 하는 데 다시 10시간 정도, 다시 그 인터뷰를 정리해서 글로 옮기는 데 또 몇날 밤...
머리말에서 이동진기자가 쓴 이 부메랑 인터뷰의 과정을 읽고는 그만 숨이 막혔다.
대체 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린 거야?
역시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한 인터뷰들은 정말 대단하다.
학교의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학생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라고 한다.
그리고 똑똑한 학생은 질문을 던지다가 스스로 그 답을 깨달아간다.
물론 이동진기자는 학생이 아니고, 영화감독들은 선생님이 아니지만
인터뷰를 읽다보면 이동진기자 같은 훌륭한 학생(인터뷰어)를 만난 감독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은 늘 기묘하게 연결이 되는 영화 대사를 앞세우며 이어지고
답변은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영화의 장면과 질문과 감독의 답변이 서로 공을 던지듯 이어나가는 방식이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꽉 채우고 있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답변의 내용을 이미 거의 짐작하고 있고
오히려 때때로 감독들이 답변을 하면서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영화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인터뷰를 읽다보면 감독의 인간 됨됨이가 느껴지고,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하는 생각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내가 그 감독의 영화를 대부분 보았던 경우는 영화를 기억해 내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이 감독의 영화를 언제 한번 다 찾아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대충 건너 뛰었다.
두고두고 간직하면서 여기 언급된 감독의 영화를 보기 직전이나 보고 난 후에 인터뷰를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