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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 Summer Of Kikujir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최근 <위험한 일본학> 이라는 책을 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이다.
책에서 그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의적인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감독이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영화는 엄마를 찾고 싶은 마사오와 전직 야쿠자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의 여행 이야기이다.
둘이 찾아 낸 마사오의 엄마는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리고 살고, 이를 알게 된 기쿠지로는 그 동안의 천방지축 제멋대로였던 철부지 어른의 모습에서 마사오를 위로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조금씩 변하게된다.
마사오는 침울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기쿠지로와 또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어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웃음을 찾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처음 등장할 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알고보면 참 대책없이 착하다.
동네 부랑배인 듯한 고등학생들도 기쿠지로의 아내가 '너네 그렇게 살면 이 인간 꼴 된다.' 하면서 무안을 주자 얌전해 지며
마사오를 성폭행하려했던 할아버지는 오히려 기쿠지로에게 혼나고 돈을 빼앗기고
둘을 태워준 젊은 커플은 비록 차가 다니지 않는 외딴 곳에 둘을 내려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만 묘기로 마사오와 즐겁게 놀아주며, 천사 날개가 달린 가방을 선물로 준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아저씨와 두 명의 폭주족도 기쿠지로가 시키는 대로 온갖 굴욕적인 역할을 맡으면서까지 마사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몸을 바친다.
험악해 보이는 폭주족이 가지고 있던 천사마스코트처럼 등장인물들은 모두 외모와 본성과의 불일치를 보인다.
이런 즐거운 여행 끝에 마사오와 기쿠지로는 친해지고 또 둘 다 처음과는 달라져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달려가는 마사오의 달리기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날과는 달리 '날개'를 달았다.
이 영화의 주제곡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쾌한 터치의 피아노곡인 주제곡은 귀에 쏙 들어와 저절로 흥얼거리게되는데,
가끔씩 피아노를 치는 나의 아들의 말에 의하면 이 곡은 "오랫동안 피아노를 안 치다가 다시 치게된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곡" 이란다. 그만큼 치기는 쉬우면서 듣는 사람에게는 꽤 멋지게 들린다는 것이다.
과거에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배운 적이 있으시다면 도전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