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 Persepoli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페르세폴리스는 옛 페르시아제국의 수도로서 그리스식 이름이다. 

영화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의 후예 소녀 마르잔의 10살 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인데, 같은 제목의 만화 책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작가이기도 하고 주인공이기도 한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데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애니메이션이 갖는 추상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을 특정한 피부색이나 특정한 언어를 쓰는 사람이 아닌 그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모든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페르세폴리스>를 보며 사상의 자유는 물론 없을 뿐더러 옷차림과 화장을 문제삼고 반대파를 차별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이란의 모습에서 살짝 우리의 모습을 보는 건 당연하다. 

영화는 크게 이란에 보수주의 바람이 몰아치는 1980년부터 마르잔이 오스트리아로 떠나는 시기까지의 앞 부분과 오스트리아에서 보내는 청소년기부터 다시 이란으로 돌아와 대학을 다니고 결혼과 이혼을 하는 뒷 부분,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앞 부분은 감시와 억압 (특히 여성에 대한)이 일상화 되고,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안전이 위협받는 시대임에도 민주적인 부모, 현명한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안정감과 함께 통통 튀는 마르잔의 모습을 보여주어 밝게 느껴진다. 세세히 묘사하자면 끝도 없을 그 시대의 비극을 단순한 그림으로 가볍게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마르잔의 마음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뒷 부분은 이란과는 대조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전쟁도 없는 곳이지만 마르잔 홀로 외국에서 '견디는' 외로움때문인지 어둡고 지루하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앞부분만 따로 떼어내어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해도 괜찮을 듯 하다. 

<페르세폴리스>의 그림들은 세부묘사가 없이 참 단순하다. 검은 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했고 아주 드물게 다른 색을 사용하는 데 그나마 변화가 적은 단색을 넣었고, 사람들의 얼굴도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얼굴로 모든 감정이 표현이 된다. 눈동자의 움직임과 쏠림, 입의 크기와 모양 등으로... 그 얼굴 표정들이 참 재미있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그린 그림들은 사람이 불완전하듯 불완전하기에 오히려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는 작가의 말이 수긍이 간다.

<페르세폴리스> 그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몽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픔을 겪는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이 몽환적이어서 한바탕 꿈과 같은 장면들이 꽤 있다. 그 장면은 현실이 아니라 환타지를 다룬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캐릭터 중에서 가장 멋진 사람은 마르잔의 할머니이다. 유머스럽고 자상하고 용감하고 정직한 할머니. 할머니는 마르잔이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날 밤 마르잔에게 이렇게 말한다. " 만일 누가 너를 해치려고 하면 그 사람이 멍청해서 그렇다고 생각해라. 상대에게 복수를 하는 것은 가장 나쁜 거야."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이다. 

2008년도 개봉 당시 서울에서는 씨네큐브와 스폰지하우스에서만 상영했다. 이런 좋은 영화는 더 많은 곳에서 상영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기획상영이라도 다시 영화관에서 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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