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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나는 프루스트라는 작가를 (그의 책을 통해^^) 직접 만나지 않고, 다른 이의 소개를 듣고 접했다. 이런 우회는 늘 그 작가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만나게 한다.
프루스트로의 우회로는 입셍로랑이었고, 입셍로랑을 소개한 이는 여행작가 쟌 모리스였다. <쟌 모리스의 50년간의 유럽여행>을 읽다보니, 입셍로랑을 가장 프랑스인다운 프랑스인이라고 소개하고서 그와 인터뷰했던 짤막한 단상을 한 꼭지로(<50년간의 유럽여행>은 그런 짤막한 글들 360여 편으로 이뤄진 책) 싣고 있었다.
입셍로랑이 평생 읽은 단 하나의 책이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권인데, 그 마지막 권은 절대 읽지 않고 있다는 것. 해서, 쟌 모리스는 입셍로랑이 특유의 프랑스인다운 기질을 발휘해 그 마지막 권을 자신의 죽음을 맞을 침대에 누워 읽으리라고 짐작하고 있다.
쟌 모리스처럼 영국에서 집필 활동 중인 드 보통이 펴낸 이 책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프루스트라는 우회로를 통해 무릇 인간이 그리 살아야 마땅한 그런 방법들을 얘기한다. 그렇기에 프루스트라는 창을 통해 보는 세상이기는 해도, 실은 그 시선은 드 보통이라는 마찬가지로 비범한 작가의 눈길이다.
프랑스 풍의 사유에 깃든 독특한 암시와 풍성한 진술법 따위를 앵글로 색슨 풍의 토막내기 카테고리로 다닥다닥 묶어내버린 아쉬움이 남는 책의 구성이긴 하지만, (아, 우리는 그런 분절화/파편화의 분석법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가~!) 오히려 그래서 프루스트라는 인물의 머릿속을 비교적 손쉬운 방식으로 해부해본 듯한 느낌을 준다. 드 보통의 독특한 프루스트 독법이 만들어낸 그런 명료한 틀이 없었다면 많은 이들에게(적어도 나에게는) 프루스트는 아직도 종잡을 수 없는(혹은 종잡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미궁의 정신세계로 남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