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 입문 동문선 문예신서 147
앙리 르페브르 지음, 이종민 옮김 / 동문선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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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 소개된 많은 르페브르의 책들 가운데 이 책은 비교적 최근에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나올 즈음(1999년) 내가 르페브르를 한참 떠나 있었고, 거기다 한국도 떠나 있었기에 그러했으리라.

앙리 르페브르라는 이름은 아직도 국내의 독자들에게는 퍽 낯서리라. 프랑스에서 유학한 이종민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된 이 책은 번역자가 소개하다시피 철학에서 사회학 사이를, 문학에서 역사학 사이를 종횡하고 있어서, 단순히 읽을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귀를 기울여야 이해된다고 한다.

알제리 전쟁 이후, 프랑스 사회의 본격적인 근대화 이후, 1968년 사태 이후, 르페브르의 주요 연구관심사는 현대성의 본질을 어떻게 맑스주의적 방법론(그는 스탈린주의에 반기를 들다 프랑스공산당에서 쫓겨났으나, 그 후로도 다양한 맑스주의 철학, 사회학 연구성과를 내놓았다)으로 살필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래서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일상의 식민화 과정을 연구하고, 도시화 과정 즉 '공간의 생산'이라고 부르는 자본주의 과정이 어떻게 자본축적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지를 연구하였다.

<모더니티 입문>은 그러한 공간/일상 연구의 총론 격으로 읽어도 무방한 텍스트이다. 4장의 일상과 기술에 대한 진술이나 7장의 도시 연구는 직접적으로 그러하고,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마지막 두 장(11, 12장)에서 보들레르의 모더니티론이나 다른 모던 작가들의 작품을 빌어 모더니즘/모더니티 논쟁을 펼치는 대목에서도 르페브르 특유의 아이러니 진술법은 빛을 발한다.

"객관성은 위기를 맞고 있으며, 그 결과 상대주의가 점수를 얻고 있다(p.64)"는 시대 인식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이론적 방황기에 빗대어도 마땅한 함의를 지니며, 그렇기에 르페브르의 맑스주의 변증법의 아이러니 탐색이 더욱 그럴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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