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슨-그레엄의 새 책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를 '시장'에 내놓은

편집자의 가슴은 두근두근 조마조마 어쩔 줄 모르는 가운데

조그만 '시장 반응' 하나에도 희비의 교차쌍곡선이 가슴속을 난무한다.

 

특히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편집자 입장에서는

책이 나온 직후 신문서평을 둘러싼 각 출판사의 각축전이 그야말로 전쟁이다.

지면은 한정돼 있고, 책은 쏟아지고, 경쟁은 필연 같아 보인다.

 

(같이 쏟아진 책들[중 주말에 소개된 책들의] 면면을 보라.

데이비드 윌슨의 "정복자"는 거의 모든 서평 지면 헤드라인 싹슬이!

거기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의 추리소설, 디킨즈의 여행기,

김형경의 물량공세, 일곱 개의 정원! 알고 먹고, 모르고 먹고,

결국 뇌종양으로 으윽~하게 만드는 흥분독소 이야기,

성철 스님 회고담까지~~~ oTL......)

 

 

 

 

 

 

 

 

 

 

 

 

 

 

 

 

 

 

 

 

 

 

어쩌면 비슷한 생일을 타고난 책들은 나면서부터 그렇게 적자생존의 아귀다툼에

내던져진 운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은, 그렇다면, 그야말로, 시장 상품?

 

그렇게 적자생존의 규칙에만 좌우되는 듯 보이는 이 책이란 상품도, 그런데,

보라, 독자 입장에서 보면, 단지 다양성의 확충, 지식의 저장고일 따름이다.

저 풍성한 활자문화의 성찬이 그저 반가울 따름 아니겠는가?

즉 받아들이는 이의 관점이 어느 각도에서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책이란 '상품'(이 아닐 수도 있지...)의 정체성(맑스가 일찌기 사용가치,

교환가치 등으로 추상화한)이 아연 뒤바뀐다.

 

더군다나, 한발 더 나가자면, 책을 만들어 단지 시장에 파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시장에는 그저 알려놓고, 이 책을 꼭 필요로 하는 연구집단이나 학생들 등이

직접 연락해오면 화폐를 매개로 하기는 하지만 비시장적 거래를 하기도 한다.

물론 출판사와 연을 맺고 있던 학자들 단체와는 이미 그런 거래가 많은 실정이고.

여기서 말하고픈 건, 시장의 룰이라는 게 늘 자본주의적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따위 자본주의~의 작가 깁슨-그레엄이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좀 색다르다. (많이 색다른가?)

그리고 그렇게 색다르게(differently) 봐야 새로운 경제에 눈뜨게 된다는 거다.

포스트구조주의의 차이 민감성이 경제분야에까지 진출해 이렇게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게 참 새롭고 신선했다, 책 만드는 내내.

 

책을 두루 읽고 나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과연 중세의 인민들보다 더 자유롭긴 한 건가?"

그시대 사람들이 신의 권위에 짓눌려 살았듯, 우리는 자본주의 거대담론(담론이다!)에

짓눌려 그 바깥에서 일어나는 온갖 다양한 경제들을 자꾸 백안시하고 사라져야 할 것들,

미개한 것, 미숙한 것들로 치부하며 산 것 아닌가?

그러는 사이 우리가 그토록 뛰어넘고자 한 자본주의 담론의 위세만 점점 커지고

그게 다시 자본주의 자체의 권능으로 피드백되고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 거 아닌가?

 

자본주의 헤게모니 담론 해체 이후를 얘기하는 깁슨-그레엄의 다음책이

그래서 사뭇 기대된다.

그 책 <자본주의 이후....>는 이번 겨울 중, 박유안 1인 번역으로 작업하여

내년 봄이면 한국어 독자들에게 선 보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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