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문기행 - 국문학자의 걸음으로 기록된 일본
이경재 지음 / 소명출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본

조선의 흔적

《일본인문기행》

이경재

소명출판


근대 일본 문학은 음침하고, 눅눅하다. 읽다 보면 알 수 없는 가려움이 느껴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대표적으로 《인간 실격》을 집필한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 그렇다. 기분 나쁘면서도,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예술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두 번 읽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당시 일본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편협한 사고로 지어진 시 같은 소설이 즐비했다. 인간 본성의 법칙보다 더 내밀하고 깊은 불편함을 발산한다. 이러한 극 미시적인 소설을 거듭 읽으면 내면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개인마다 다른데, 얇은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음이거나, 광분하여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나일 지도 모른다. 왜 이런 소설을 읽어야 하며, 어째서 세계적으로 극찬받는 것일까. 유명한 비평가가 읽고, 크게 감탄해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소설이라서? 전부 참이자 거짓이다.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과 절대로 읽으면 안 되는 책은 없다.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책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동요가 인다면, 읽을 것이다. 타자가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너무도 훌륭한 책이라도, 시선이 머물지 않으면 뇌리에서 완벽하게 지워진다.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소설을 아는가? 문학은 감성적이기만 한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감성을 아는가? 일본과 중국은 나쁘고, 일본은, 중국은 등등 분류 없이 한곳에 묶어서 이해하고,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들은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들의 답을 낼 수 없다. 아마도 평생 확언할 수 없을 것이다. 나쁘고, 착한 것, 선과 악, 명과 암, 생과 사, 나와 타자, 아침과 밤, 밀물과 썰물, 물과 불, 남자와 여자, 한국과 다른 나라들 전부. 우리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암울한 예술가들

흡연, 음주, 약물 등 중독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예술가들은 대체로 무언가에 중독되었다. 대표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 프랜시스 베이컨,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보들레르, 어니스트 헤밍웨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알코올 중독이었다. 영화계에선 정신질환 관련 처방 약물과 향정신성 약물에 중독되어 자살에 이르거나 인생 자체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예술가에게 중독은 뮤즈와도 같다. 일반인과 다른 사상과 실행력을 얻기 위해선 자신을 파괴해야 하는데, 가장 쉬우면서 아주 천천히 철저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게 바로 중독이다. 그들은 평생 담배를 태우고, 대마도 곁들인다. 해장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며, 온갖 정신과적 약물에 의존한 채 몽롱하게 살아간다. 결국엔 마약에까지 손대고, 예술성마저 붕괴해 인격 자체가 산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예술은 오래도록 살아남길 기원하며 눈을 감는다. 그 말로를 알고 있음에도 나는 종종 스트레스라는 핑계로 또는 예술적 감각의 증폭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백해무익한 습관을 되찾으려 한다.

일본 구석구석에 조선인의 넋이 묻어있고, 숨결이 안개처럼 자욱하다. 여기저기 학살이 만연하고, 저주의 붉은빛이 대지를 뚫고 나온다. 근대 일본 예술은 대체로 암울하다.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미시마 유키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혹) 등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미시마는 정치적인 진일보를 위해 할복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살아간 윤동주와 이상은 다르다. 아무래도 어떤 목적과 이상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결핵 등 병 때문이지 자살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내가 추구하는 예술은 깊고, 편협하며, 처절하다. 주인공은 항상 암울한 상태를 유지하며 타자의 도움도 거부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그려가는 나는 그다지 처절하지 않다. 남들과 비슷하게 행복하고, 타인과 다르지 않게 불행하다. 조금 덜 안온할 수도 있고, 조금 더 아플 수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때문에, 평생 스스로 숨을 거둘 생각은 없다.

《일본인문기행》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계속해서 어떤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일본의 문화 유지력 때문이었다. 타국의 문화는 철저하게 짓밟고, 복구할 수 없도록 훼손한 그들이 자신들의 문화는 최대한 보존한다. 문화가 말살되면 민족성도 따라서 사라진다. 예술은 문화를 지키는 방파제와 같다. 예술이 점점 사라지고, 조롱거리가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영광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