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에 잠에 들면 새벽 4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보통은 일찍 일어난 김에 독서하거나 글을 쓰려고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는 날은 안락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주시한다.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앞선 생각과는 또 다른 상념의 부정이 피어오르며, 나는 더욱 깊게 가라앉는다. 그럴 때면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연필과 공책을 집어 들고 감정을 마구 쏟아낸다.
현 상황과 원인 그리고 해결법을 적는다. 글대로 해소되지 않을지라도, 무아지경으로 끄적인다. 이런 행동을 한다고 순간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효과는 또 이런 기분이 찾아왔을 때 발휘된다. 다 적었으면 전에 필기한 공책을 찾아 헤맨다. 이 공책 저 공책 펼쳐보며 어딘가에 쓰여 있을 과거의 토사물을 되짚는 것이다.
구석에 박혀있던 공책을 열어보니 1년 전 비슷한 고민을 발견했다. 「현 상황, 죽어도 등단할 수 없음. 원인, 부족한 실력. 해결법, 묵묵히 쓰는 것.」 현재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써야만 한다. 현대 문단의 기조와 맞지 않은 글이라는 원인이 뇌리를 스쳐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꿀 능력이 없다. 계속해서 배설하더라도 멈추지 않는 것뿐이다. 기조를 넘어서는 작품을 낳을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