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했던 일을 외면하고, 하고 싶은 일로 눈을 돌렸다. 물론, 그곳에도 혐오의 핏물이 고여 있었지만, 괜찮았다. 시선이 닿는 곳 구석구석엔 꽤 멋진 것들이 즐비했으니까. 더 여유로울 때도 하지 않았던 기부를 시작했다. 타인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고, 길거리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으로 옮겼다. 계단에서 힘겹게 내려오는 유모차를 대신 들었고, 안에 있는 천사의 미소를 보았다. 그 사소한 행위 덕분에 편안함이 찾아왔다. 여전히 선하게 사는 것은 손해 보는 것이고,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비교하고, 분석한 후 행동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한 번씩 바보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과 나란히 걷기엔 스스로 타락했음을 잘 알고 있기에, 한발 물러서서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