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개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
테드 게라소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떠돌이개 와 함께한 행복한 나의 인생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나는 말했다.

내 목소리는 멀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만큼 갈라졌고, 나의 슬픔 때문에  멀의 슬픔과 두려움이 더욱 짖어졌다.

나는 눈물을 삼키며 부드럽게 덧붙였다. "사랑해, 영원히." - 본문 중에서

 

 

생이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개 '멀'을 향해 말을 하고 있는 주인공 테드.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마음이 아련해짐을 느낀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개를 향해 사람들은 안락사를 시키라고 말하지만 이 책속에 나오는 개와 함께 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개를 하나의 생명체로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차마 개주인이라는 칭호를 쓸 수가 없다. 그들의 관계는 길러지는 개와 기르는 주인의 관계가 아니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반려견이었다. 진짜 반려견.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네모상자에 주인이 돌아올때까지 혼자서 하염없이 목빼고 기다리는 개가 아니다. 스스로 집을 나가고 싶은 순간, 들어오고 싶은 순간이 마음대로인 개. 넓은 산과 강과 들과 길을 사람이 정해줘서 열어주고 닫아주는 문이 아닌 개만의 문 (MERLE’S DOOR)을 만들어준 사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진짜 우리들이 원하고 말하는 반려견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작은 마을 켈리에 살고 있는 테드는 도시를 떠나 오두막에서 자연을 느끼며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정육점 고기를 먹지 않고 직접 잡은 엘크 고기를 사냥해서 먹는 테드는 평범한 도시 사람들과는 달랐다. 어느 날 친구들과의 산행길에서 떠돌이개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덩치는 커보이지만 아직 다 자라지않은 개였다. 테드는 언젠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상적인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떠돌이개와 테드는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아니 떠돌이개는 자연인 테드를 선택했다. 이때부터 테드는 이 개를 '멀'이라 부르며 14년동안의 행복한 인생을 함께한다.

 

참으로 독특하고 기묘한 만남이다. 야생동물만 살고 있는 그곳에서 어떻게 어린 강아지가 (덩치는 컸지만) 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친구가 되버린 개. 또 그런 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준 사람들. 이들은 정말 천생연분이란 생각이든다. 도시에서라면 이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떠돌이개들을 유기견이라 부르며 눈길도 주지 않는 시대에 정말 눈길이 가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꽉막힌 도시에 살지 않아서일까. 테드와 그와 함께하는 친구들은 동물을 대하는 것도 남다른 것 같다. 그런 여유와 마음가짐이 무척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테드와 멀은 함께하면서 정말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겪는다. 우선 테드는 멀을 길들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아끼고 인정해줬다. 그래서인지 '멀'또한 평범한 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꼭 정말 사람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그런 것을 느꼈는지 테드도 '멀'을 일반 개처럼 다루지 않았다. 개를 훈련할때 주인에게 복종시키기 위해 했던 행동들도 하지 않았다. 꼭 그가 '멀'에게 했던 행동들은 아이에게 말하듯이, 친구에게 말하듯이 그런 식으로 대했던 것 같다.

소떼를 쫓아가는 '멀'을 향해 물을 뿌리라는 사람, 목줄을 꽉 잡아당기라는 사람등 여러 말이 있었지만 테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안 돼, 이런 짓은 더 이상 하면 안 돼. 잘못하면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어. 그러면 나는 네가 정말 보고 싶을 거야." 라는 말로 '멀'을 이해시켰다. 이게 과연 개에게 가능한 짓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되지만 '멀'은 보통 개가 아니다.

동네 싸움꾼 개가 '멀'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싸움꾼 개의 옆구리를 발로 뻥차버린 모습에서!! 그런 것들을 느끼게 된다. 내새끼를 어디서 감히!라는 그런 느낌. 테드와 '멀'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정들어가고 이해해갔다. 그런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둘 사이를 끈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 수록 둘은 정말 잘 어울리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멀'은 정말 특별한 개였다. 그레이켓이라는 고양이가 집에 왔을 때도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거실 소파 위에서 엉덩이와 엉덩이를 붙인 채 잠들어 버리는 그런 개였다.

책 속에 묘사된 '멀'의 이야기는 정말일까?라는 의심이 들게까지 만드는데 그런 의심은 책 속 사진들로 다 사라졌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졸고 있는 테드와 멀, 아기에게 입을 내어주고 마음대로 이빨도 만지게 하고 입안에 손을 넣게해주는 멀.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실제 사진들로 보여주고 있어서 '멀'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과 개가 이렇게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이 개를 이토록 사랑하고 아낄 수 있을까! 개가 이렇게 멋진 생명체였다니!

애완동물을 뛰어넘어 '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테드와 멀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헤어짐까지 함께해서 그런가 멀이 어디선가 그 커다란 몸으로 황금빛 털을 휘날리며 막 달려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기존에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게 진짜 반려견과 사람의 이야기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말이다.

지금 개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개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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